文化ライフ 뮤지컬 슈샤인보이 2021/06/06 04:11 by 오오카미




대학로 룸어씨어터에서 뮤지컬 <슈샤인보이>를 관람했다.
공연장은 흥사단 건물 뒤편에 위치한 중세 성 외관의 건물 대학성 빌딩 2층에 위치한다.

대학로는 작년 10월에 연극 <동굴가족>을 관람하러 다녀온 후로 처음 방문한 것이므로
무려 약 8개월 만의 탐방이었다.
일주일에 다섯 번도 찾았던 대학로인데
우한코로나로 인해 공연계가 침체된 탓에 공연의 메카와도 그만큼 멀어지게 됐던가 보다. 



뮤지컬 슈샤인보이는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2008년에 초연을 했고
2010년 부산 공연이 마지막이었으므로 1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복학생 느낌의 공연이다.

제목 슈샤인보이(shoeshine boy)는 구두닦이 소년을 의미한다.
구두닦이는 영어로 shoeshiner, shoeblack, bootblack 등으로 표현한다.
사회적 통념상 구두닦이나 신문팔이 다음에는 소년, 성냥팔이 다음에는 소녀가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뮤지컬 슈샤인보이는 극단 성 제작, 류경호 작, 김도신 연출,
손민혜/권새미 작곡, 이진선 음악감독이고 공연시간은 105분이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MR이지만
초연 때에는 두 작곡가가 라이브로 재즈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고 한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구두닦이 청년 김상구 역에 임재혁,
대기업 회장의 외동딸 권민희 역에 오수현,
야심 많은 대기업 상무 정태수 역과 취업준비생 김경쟁 역에 지인규,
상구의 할아버지 및 이부장, 상구의 비서, 회장님, 프랑스 투자자 역에 이정연 배우였다.



작품의 얼개는 신분이 낮은 주인공이 신분이 높은 상대방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신데렐라적 양상을 띠고 있다.

대기업 JS그룹 본사 건물 앞 구둣방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구두닦이를 하고 있는 주인공 김상구는
세련된 양복을 입고서 출퇴근하는 대기업 회사원들이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조손가정에서 자랐음에도 엇나가지 않고 착하게 자라준 상구가 할아버지에겐 늘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
회사원을 동경하는 손자를 안쓰럽게 생각한 할아버지는 상구 몰래 JS그룹 신입사원 공채에
손자의 이력서를 넣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뭔가 비책이 있었던 것인지
여하튼 상구의 입사원서는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상구는 일류대 졸업도 아니고 그룹 내 임원과의 인연도 없었던지라 면접에서 바로 탈락을 통고받는다.
하지만 사람을 그런 잣대로 평가해서야 됨됨이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냐며 항변한 상구는
면접관 이부장의 구두를 살펴보고는 오랜 구두닦이의 경험을 살려서 자신이 파악한 부장의 건강상태를 진술한다.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치부를 단번에 알아차린 상구에게 감탄과 경악을 느낀
이부장은 불합격 통고를 철회하고 그를 합격자 명단에 추가한다.

한편 JS그룹 회장의 외동딸 권민희도 신입사원 공채에 참가하고 있었다.
당장 임원으로 발령해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자식을 말단 신입사원부터 경험하게 하려는 걸로 미루어보아
이 그룹의 회장은 인성이 올바른 사람인 걸로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보루네오섬 이구아나 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신을 정도로 세련된 까칠한 도시남자 
정태수 상무는 야심이 커다란 인간이다.
태수는 민희를 꼬드겨서 그녀와 결혼한 후 처갓집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흑심을 품고 있지만
당면한 문제는 민희가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거다.
민희가 신입 동기인 상구와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태수는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봐 똥줄이 타는데...  



1인 5역의 멀티맨을 연기한 이정연 배우.
신문지 소품을 활용하여 같은 자리에서 회장과 부장을 번갈아 연기할 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멀티맨의 활약은 극을 보다 풍성하고 다이나믹하게 만든다.
다른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서 무대 뒤를 수시로 오가며 분주하게 의상을 갈아입고 나오느라
무대에 나와서 숨을 헐떡이는 멀티맨의 열정적인 노고는 관객의 웃음으로 승화된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훼방 놓는 악역 정태수 상무 및 덜덜덜 떠는 취준생 김경쟁을 연기한 지인규 배우.
태수를 연기할 때의 그와 경쟁을 연기할 때의 그는 완전 딴사람이다.

지인규 배우는 양복 핏도 좋았고 조각상처럼 또렷한 이목구비의 미남이었다.
프랑스에서 온 자본가에게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태수가 장기간의 부동산 투자를 권하는 장면에서
필자는 맨 앞줄에 앉아 있으면서도 피곤했던지 잠깐 졸았다가 눈을 떴는데 하필이면 때마침
그가 내 앞에 딱 서서는 나를 가리키며 "잠자고 있는" 부동산에 투자를 권한다는 대사를 하고 있어서
다소 무안하면서도 꽤 미안했었다.



이 작품의 홍일점이자 히로인 권민희 역의 오수현 배우.

오수현 배우는 이날 공연에서 처음 만났는데 귀엽고 발랄한 매력이 톡톡 튀고 생기가 넘쳐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민희와 상구의 듀엣곡은 물론이고 민희의 솔로 넘버에서도 그녀의 노래에 흠뻑 몰입하며 힐링할 수 있었다.
공연장을 찾은 것도 아름다운 여배우가 열창하는 노래를 눈앞에서 시청하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행복했다.



구두닦이 청년 김상구 역의 임재혁 배우.
상구는 오랜 구두닦이 생활을 통하여 축적된 다양한 손님들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구두만 보아도 신발 소유자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는 생활의 달인이다.
미천한 신분의 청년이 대기업 총수의 영애처럼 신분의 격차가 큰 상대방과 맺어진다는
꿈 같은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목격되고는 한다.
금전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불순한 경우도 있겠지만
원래 사랑이란 국경도 나이도 신분도 초월하는 측량 불가능한 인간 본연의 감정이니까.

이정연 배우는 뮤지컬 <플랫품>에서, 지인규 배우는 뮤지컬 <올 댓 재즈>, <드랙퀸> 등에서 만나봤었는데
임재혁 배우는 오수현 배우와 마찬가지로 이날 무대에서 처음 만나보았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열람해보니 일본인 팬들이 코로나 시국인데도 내한하여 공연을 관람하는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스타가 있기에 팬이 존재하는 것이고 또한 팬이 있기에 스타도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 뮤지컬 슈샤인보이 넘버 리스트 -

1. 슈샤인보이 - 모든 배우
2. 오 좋아 나의 인생 - 태수
3. 왜 내 삶은 & 하고파 - 상구, 할아버지
4. 덜덜덜 song - 상구, 경쟁
5. 충성도 test - 상구, 경쟁, 이부장
6. 진짜사랑 - 민희, 상구
7. 아부 song - 이부장
8. 봉쥬르 작전 - 태수, 이부장
9. 큰일이야! - 상구
10. 운명이란 - 민희
11. 구두의 비밀 - 상구
12. Love Theme - 민희, 상구 
13. 처음 느낀 - 민희, 상구
14. 난 괜찮단다 - 할아버지 
15. 진짜사랑2 - 민희, 상구
16. 슈샤인보이 - 모든 배우



남녀의 위치가 바뀌기는 했지만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처럼 신데렐라적 스토리라서 진부한 면이 없진 않지만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는 달콤한 스토리에 더해서 달달한 넘버들이 귓가를 간질이는 유쾌하고 따뜻한 작품인 데다가
배우들의 숨소리를 지근거리에서 느끼고 아이콘택트할 수 있는 소극장 뮤지컬만의 매력이 만재한 좋은 공연이었다.



민희가 상구가 함께 부르는 듀엣 넘버가 모두 매력적이지만
민희와 상구가 직감적으로 서로에게 끌리며 시작되는 사랑을 노래하는 넘버
<진짜사랑>이 단연 이 공연의 메인넘버라고 생각한다.
공연 결말부에서는 <진짜사랑>을 편곡하고 개사한 넘버가 역시 두 주인공의 듀엣곡으로 노래되어 여흥을 더한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는 달동네 언덕에서
두 연인이 함께 노래하는 사랑의 테마 <Love Theme> 또한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는 달달한 넘버이고
이런 사랑 처음이라며 내심 놀라워하는 <처음 느낀> 역시 사랑의 떨림과 울림을 전해주는 넘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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