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에 개봉하는 영화 <스프링 송>을 지난주에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1관에서 시사회로 먼저 만나보았다.
영화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하여 후지산이 보이는 장소들에서 촬영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뮤직 로드무비였다.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을 떠올리게 하는 유준상 배우는
나이가 11살이나 연하이고 절세미인인 홍은희 배우를 아내로 얻어서 많은 남성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남자다.
또한 그는 방송 뿐만 아니라 뮤지컬 업계에서도 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영화감독으로서 영화도 만들었다는 것은 이 영화를 접하며 알게 되었다.
영화 스프링 송은 유준상 배우가 감독직을 맡은 세 번째 영화라고 하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2016년에 그가 만든 첫 번째 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인 것 같았다.

나이차가 스무 살이나 나지만 음악적으로 공감한 유준상 배우는 이준화 기타리스트와
2014년에 J n joy 20 이라는 그룹을 결성한다.
그들의 유튜브 채널에는 지금까지 발표한 11개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 올라와 있다.
첫 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도 그리고 이 영화 스프링 송도 J n joy 20의 또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작업실에서 준상이 준화에게 뮤직비디오를 찍자고 말을 건네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아직 신곡이 채 완성도 되지 않았는데 이 형님이 뜬금없이 또 왜 이러시나 하는 표정의 준화였지만
스무 살이나 연상의 준상이 다 잘 될 거야라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차마 거역할 수가 없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장소에 관해 논의하다가 준화가 아직까지 일본을 가 보지 못했다는 말이 계기가 되어
그럼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서 촬영하면 좋겠네라고 준상이 즉석에서 결정을 하고
이리하여 두 주인공은 매니저 등 소수의 스태프와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영화는 한마디로 즉흥적이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배우를 정하지도 않은 채 일본으로 떠나는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준상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일본공연 때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했던 인연이 있다며
당시 주인공 빅터 역으로 함께 캐스팅되었던 일본배우 나카가와 아키노리(中川晃教. 1982-)에게 전화를 건다.

2017년 일본에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을 관람한 후
유준상 배우가 그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나카가와 아키노리와 함께한 사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뮤지컬 <삼총사> 등으로 잘 알려진 왕용범 연출이 원작소설을 각색하여
2014년에 충무아트홀에서 초연한 한국산 창작뮤지컬이다.
2014년 초연과 이듬해 재연 때 트리플캐스팅이었던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 유준상 배우가 출연했었다.
흥행에 성공한 이 뮤지컬은 2017년에 일본으로 수출되었는데
2017년 일본 초연 때와 2020년 일본 재연 때 더블캐스팅된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 나카가와 아키노리가 출연했다.
영화에선 프랑켄슈타인 일본공연 때 유준상 배우가 나카가와 아키노리와
더블캐스팅으로 빅터 역을 연기했다고 나오고 있으나 이것은 영화상의 설정인 것 같다.
두 배우가 모두 빅터 역이었던 건 사실이나 각각 한국공연과 일본공연에서였기 때문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일본공연 프러모션 영상.
영화 스프링 송에는 나카가와 아키노리 배우가 프랑켄슈타인에 삽입된 넘버를 숲속에서 멋들어지게 부르는 장면이 있다.

제대로 된 대본도 없이 즉흥적인 뮤직비디오 촬영은 계속되는데
유준상 감독이 뭔가 부족한 것 같다며 고민에 빠지자 나카가와 배우가 답을 제시한다.
여자가 없다고. 이곳에는 스태프를 포함해서 모두 남자 뿐이라고.
이리하여 준상은 친분이 있는 여배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본다.
시간 되면 당장 일본으로 와줄 수 있냐며.
그야말로 즉흥적인 제작과정의 연속이다.
홍일점으로 김소진 배우가 합류하고 일정 때문에 나카가와가 돌아가자 정순원 배우가 가세하게 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알맞게 일을 처리함을 의미하는 사자성어
임기응변(臨機應變)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드라마 <맥가이버>의 주인공 맥가이버처럼
어떠한 난관에서도 침착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처럼 인간은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 촬영과정이 이렇게 임기응변식이어서야
이건 너무나도 무계획적이잖아라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김소진 배우는 영화 <더 킹>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강단 있는 여검사 역이 뇌리에 각인되어 있어서
원래 사투리가 심한 배우인가 보다 싶었는데 이 영화에선 전혀 사투리를 쓰지 않아서
영화를 보고 온 후 프로필을 찾아보니 서울 태생이었다. 그러니까 더 킹에서의 사투리는 연기였던 거다.
그녀와의 접점이 있었나 하고 과거 포스트들을 찾아보니 2012년에 관극했던 연극 <풍찬노숙>에 출연했었다.
앞서 언급했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넘버가 차용되었듯이
김소진 배우가 출연했던 연극 <프라이드> 속의 대사가 이 영화 속에 그대로 인용되기도 하여
영화 스프링 송은 오마주적 성격을 띤 작품이기도 했다.
소진이 합류한 후 뮤직비디오는 그녀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아직도 과거에 미련을 갖고 있지만 그 과거를 끊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려는 여자의 모습이 렌즈에 담긴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배우들이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황에서도 촬영은 계속 진행되고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감독 스스로가 납득할 수준의 촬영은 이루어진다.

뮤직비디오 제작과정을 다루어 일본 로케 뮤직 로드무비를 표방했지만
너무나도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식이라 난해하고 난감하게 느껴지는 영화
스프링 송의 개인적 평점은
★★★★★☆☆☆☆☆
영화 스프링 송 무대인사.
영화 상영 전에 유준상, 이준화, 정순원 배우가 참석한 무대인사가 진행됐다.
상영관 조명의 열악함에 관해선 이제 논하고 싶지도 않다.
상영관 조명 열악한 곳 많으니까 무대인사 제대로 홍보하려면 조명기를 따로 준비하라고 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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