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었던 지난 주말에 예술의극장 CJ토월극장에서 연극 <장수상회>를 관람했다.
아직도 아침저녁으론 다소 쌀쌀하지만 낮에는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기온이 올라갔다.

연극 장수상회의 원작은 2015년에 공개됐던 강제규 감독의 동명영화이고
영화의 원작은 니콜라스 패클러(Nicholas Fackler) 감독의 영화 <러블리, 스틸(Lovely, Still. 2008)>이다.

연극 장수상회는 극단 장수상회, 쇼앤텔플레이가 제작했고
이연우, 전용석 극작, 한윤섭 연출, 정찬우 예술감독 등이 참여했다.
2016년 초연 이후 매년 상연되고 있는 연극으로서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들었고
서울뿐 아니라 전국을 순회하며 무대에 올리고 있어서 전국구 연극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동네슈퍼 장수상회의 성격 까칠한 할아버지 점장 김성칠 역에 이순재,
장수상회가 창고로 쓰던 옆 건물에 꽃집을 여는 할머니 임금님 역에 손숙,
장수상회의 사장이고 혼자서 딸을 키우는 홀아비 김장수 역에 이원재,
임금님의 딸이고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김민정 역에 박하나,
나이차가 많이 나는 장수를 짝사랑하는 동네 처녀 박아영 역에 서윤지,
동네 건달, 경찰관 등 멀티남 역에 이승재,
동네 반장, 주민센터 공무원 등 멀티녀 역에 최정화
반백년 전 풋풋했던 학생 시절의 성칠 역에 이우철 배우였다.

연극 장수상회의 커다란 줄기는 황혼의 사랑 즉 그레이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까칠한 성격의 70대 할아버지 성칠은 옆집에 새로 꽃집을 연 고운 할머니 금님에게
처음에는 냉랭하게 대하지만 그녀에 대한 경계심과 오해가 풀리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나중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으므로 노년의 러브스토리는 이젠 남의 일 같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트콤에서 보여준 코믹연기 덕분에 친근한 할아버지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이순재 배우의 베테랑 연기는 이 연극의 주춧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연 일품이었다.
상대역의 손숙 배우 또한 원숙미 넘치는 연기로 합을 맞추어 노년의 알콩달콩한 연애를 감칠맛 나게 풀어나갔다.

장수 역 이원재 배우의 연기에는 진중한 맛이 있었고
삼촌뻘 되는 나이차의 장수를 쫓아다니며 구애하는 아영 역 서윤지 배우의 연기는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TV 드라마로 낯익은 박하나 배우를 오랜만에 무대에서 실제로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TV 드라마로 낯익은 박하나 배우를 오랜만에 무대에서 실제로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멀티 역 이승재, 최정화 배우는 다양한 배역으로 간간이 등장하며 극에 양념을 더했다.
최정화 배우는 뮤지컬 <당신만이>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확인했었기에 믿고 보는 배우인데
이 공연에서도 웃음을 이끌어내는 코믹연기를 당차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비 내리는 거리를 걷는 무언의 행인 역을 연기할 때에는 폴짝거리며 뛰다가 물웅덩이에 발을 딛는 바람에
맞은편에서 지나치던 멀티남에게 물을 튀겨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디테일적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연극 장수상회는 황혼의 사랑이 주된 테마이지만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비밀을 통하여 가족애라는 부차적 테마를 더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 간의 비밀이 알려진 후 객석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적지 않게 들려왔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갖춘 연극이고 고연령층 관객들에게 보다 진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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