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2021/04/10 12:58 by 오오카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4관에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 상영 후에는 이환 감독과 주연 이유미, 안희연 배우가 참석한 GV가 진행되었는데
조명을 켠 건지 끈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상영관 조명이 열악하여 영상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작품 속에 남자주인공 재필 역으로 직접 출연도 하고 있는 이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가 2018년에 작업한 영화 <박화영>에서 조연으로 설정됐던 캐릭터 세진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왼쪽부터 감독 겸 재필 역 이환, 세진 역 이유미, 주영 역 안희연, 세정 역 신햇빛 배우.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출한 여고생 세진과 주변인물들을 통하여 현실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여 보여주는 영화다.

18세의 여고생 세진은 여동생 세정과 단둘이 살고 있는 고아 소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고 올바르게 자라나는 소녀가장이라면 훈훈했겠지만
아쉽게도 세진은 마트에서 물건을 훔쳐서 끼니를 때우고 담배를 즐겨 피우는 등
비행청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부정적 이미지의 캐릭터다.
심지어는 학교 선생님을 유혹하여 성욕을 해소하다가 임신을 해버리기까지 한다.



한편 세진은 학교에서 일진들에게 폭행을 다하는 학교폭력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폭에 관하여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세진의 팔목과 팔뚝에 커터 칼로 자해한 상처가 숱하게 남아있는 걸로 미루어보아
고통과 공포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아마도 이제는 그러한 감정들을 초연한 상태가 아닌 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세진을 연기하는 이유미 배우의 눈동자에선 허무, 공허와 같은 허탈한 기운이 느껴졌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듯한, 방황의 탈출구를 찾는 것을 포기한 듯한
허무와 공허의 캐릭터 세진을 연기한 이유미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그녀는 박세완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유쾌한 댄스스포츠학원드라마
<땐뽀걸즈 (2018)>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걸 기억한다.

걸그룹 EXID의 하니라는 이름이 더 낯익은 안희연 배우는
세진을 보다 어두운 수렁 속으로 이끄는 좋지 않은 인연의 캐릭터 주영을 연기했다.
그녀는 실제나이가 20대 후반이고 나이보다 크게 어려보이지는 않는 타입이라서
18세 가출소녀로 설정된 주영의 캐릭터와는 다소 갭이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라든가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는 한자성어라든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시조라든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함을 강조하는 격언들은 무수하게 많다.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리라.

세진에게 있어서 주영은 나쁜 영향을 끼치는 좋지 않은 친구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주영에게 있어서 세진은? 이 역시도 바람직하지 않은 친구였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것들끼리 어울린다는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좋은 영향을 받고 나쁜 친구를 사귀면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격언들을 언급하였으나
어찌 보면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나쁜 물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나쁜 인간이었기에 동종의 나쁜 인간과 사귀게 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사회와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영화라서 맛이 많이 씁쓸한 영화다.
피가 튀고 욕이 난무하는 한마디로 폭력성이 넘치는 영화다.
임산부 옆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학생과 선생이 성관계를 맺고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은 물론이고 교내 동성애까지도 다루어진다.
영화 전반을 가로지르는 키워드인 낙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논제라고 하겠다.

일본어에 야쿠뵤가미(疫病神)란 단어가 있다.
원래는 병을 옮기는 역신 즉 전염병의 신을 가리키는 말인데
주변에 화를 불러일으키는 인간 즉 재앙을 몰고 다니는 인간에게도 쓰는 말이다.
세진을 위해서 뭔가 해보려다가 인생이 더 꼬이게 되는 재필의 모습 등
영화를 보는 내내 세진은 야쿠뵤가미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컨테이너 야적장 신이고
가장 좋았던 장면은 세진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면이다.
달리는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세진이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듯 스텝을 밟는 장면은 몽환적으로까지 느껴졌다.
아마도 이와 같은 스테이트보드 묘기는 이유미 배우 본인이 아니라 프로 보더를 대역으로 썼을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암울한 이 영화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거침 없이 달리며 춤을 추는 자유로운 모습에서 희망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비행청소년의 일탈을 그린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개인적 평점은
★★★★★★★☆☆☆

불우한 환경이 일탈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긴 하겠지만
결국 일탈의 책임은 일탈을 행한 그 개인에게 있음을 잊어선 안 되겠다.



여담으로 이 영화의 제목을 접했을 때 작년에 작고한 이규형(1957-2020) 감독의 동명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1988)>가 먼저 떠올랐다.
김혜수, 최양락 등이 출연했던 가족코미디영화로 기억한다.
이규형 감독은 <청춘스케치> 등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기도 했는데
일본문화에 관하여 다루었던 <J.J 베스트 1000 (1999)>이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직접 구입했던 건지 선물을 받았던 건지는 기억이 혼미하나
집 안의 박스 속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나중에 찾게 되면 큼지막한 표지 사진을 올려볼까 한다.





2021년 6월 하순에 추기.
박스를 정리하다가 이규형 감독의 저서를 발견했다.
J.J 베스트가 아니라 이보다 1년 전에 발간됐던 <J.J가 온다>였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혼미해지는 법인가 보다.
당시 군복무 중이었던 필자를 위해 무료할 때 읽으라고 친구 준짱이 보내준 책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그녀는 레몬빛 사랑을 아직도 기억하는 걸까?>와 함께.



아리가토요. 토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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