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오페라의 유령 2020/03/29 23:14 by 오오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명 뮤지컬의 원작소설
<오페라의 유령(Le Fantôme de l'Opéra / The Phantom of the Opera)>을 읽었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8-1927)가 1910년에 발표한 고딕소설이다.
허밍버드에서 출판했고 신소영 번역가가 옮겼다.

* 고딕소설(Gothic novel) -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 양식의 하나이고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걸쳐서 특히 성행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1886)>,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1897)> 등이 대표작이다.



작품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파리 오페라 극장이다.
파리 오페라 극장은 정식명칭이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이고 가르니에궁(Palais Garnier)으로도 불린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Charles Garnier. 1825-1898)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건물의 이름 중 가르니에궁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궁전에 버금가는 규모의 대형건물이다.
건물의 가로 세로 길이가 173m x 125m이고 높이는 지상에서 꼭대기의 리라를 든 아폴로 동상 끝까지 73.6m이다.



소설 속에서는 파리 오페라 극장을 지하 5층, 지상 25층의 건물로 묘사하고 있다.
파리 오페라 극장 건물의 단면도를 살펴보면 건물 중앙부에 위치한 공연장이나
공연장으로 연결되는 대계단(Grand escalier / Grand staircase),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휴게실(Grand foyer)처럼 몇 개의 층을 하나로 터 버린 공간도 있지만
조밀하게 여러 층으로 구성된 공간도 있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이 다소 과하긴 했으나 십여 개의 층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규모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더욱 상상력을 발휘하여 건물 지하에는 유령이 사는 호수가 있고
비밀문 등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지하미로를 통과해야만 그곳으로 갈 수 있도록 설정해 놓았다.



원작소설에서는 시간적 배경이 정확하게 설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영국 작곡가 겸 뮤지컬 제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가
1986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던 동명 뮤지컬을 토대로 하여 제작된 영화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2004)>에서는 시간적 배경을 1870년으로 설정했다.
파리 오페라 극장이 실제로 완공된 것이 1875년이므로 영화상의 설정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초연에서 팬텀 역을 맡았던 마이클 크로포드(Michael Crawford. 1942-)와 
초연에서 크리스틴 다에 역을 연기했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 1960-)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
사라 브라이트만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1984년부터 1990년까지 부부였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하여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988년 브로드웨이 초연 때에는 미국 제작진측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미국인 배우를 쓰고 싶다고 했으나
앤드류는 자신의 아내가 크리스틴 역을 맡지 못하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고집하여 결국 그의 뜻을 관철시켰다.
이혼 후에도 친구처럼 지낸다고 알려졌는데 뮤지컬 25주년을 기념한 공연실황 DVD 영상을 보면
커튼콜 때 앤드류와 사라의 다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 극장의 관장 퇴임식 및 축하 갈라쇼로 시작된다.
퇴임하는 두 명의 관장 드비엔느(Debienne)와 폴리니(Poligny)는
새로 부임하는 두 명의 관장 리샤르(Richard)와 몽샤르맹(Moncharmin)에게
극장 운영과 관련된 여러 조항이 명시되어 있는 계약서를 인수인계하는데
계약서에는 최근에 추가된 걸로 보이는 붉은 글씨로 쓰여진 몇 개의 조항이 눈에 띄었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에게 월 2만 프랑의 월급을 지급해야 하고
오페라의 유령을 위해서 2층 5번 발코니석은 비워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리샤르와 몽샤르맹은 전임관장들이 자신들을 놀리기 위한 장난쯤으로 치부하고 말았으나
자칭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존재에 의해 극장에서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고
심지어는 공연 스태프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되자 신임관장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게 된다.



한편 오페라의 유령은 극장을 대표하는 여가수 카를로타(Carlotta)를 대신하여
신예 크리스틴 다에(Christine Daae)를 공연의 주연으로 내세울 것을 관장들에게 요구한다.
크리스틴은 최근에 들어서 노래실력이 일취월장했는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음악천사(an angel of music)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다고 했다.
크리스틴이 그녀의 분장실에 있을 때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을 음악천사라고 밝혔으며 그녀에게 가르침을 주었다는 것이다.
남들에게는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크리스틴은 바이올린을 독학했던 선친으로부터 재능이 있는 예술가에게는
언젠가 음악천사가 찾아온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들어왔었기에 음악천사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다.

크리스틴 다에는 처음으로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 갈라쇼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관중들을 매료시킨다.
그 중에는 라울 샤니(Raoul de Chagny) 자작도 있었다.
라울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 필립 샤니(Philippe de Chagny) 백작이 애지중지하는 남동생이다.
공연이 끝난 후 라울은 크리스틴의 분장실로 달려가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며 자신을 기억하느냐고 묻는다.
실은 크리스틴과 라울은 수 년 전 어린 시절에 같은 동네에서 살며 친하게 지낸 사이였던 것이다.
라울이 아름답게 성장한 크리스틴에게 마음을 빼았긴 것처럼
크리스틴 또한 늠름하게 장성한 라울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그러나 라울의 등장에 앞서서 크리스틴에게 빠져버린 또 하나의 존재
음악천사 즉 오페라의 유령은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소설을 완독한 후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을 시청하며
원작소설과 뮤지컬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았다.

원작소설에는 뮤지컬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경매 장면이 일절 없다.
소설에서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1인칭 화자가 수십 년 전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유령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화자는 극장의 전임관장 등 당시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의 저서나 신문기사를 참고하거나
당사자들과 직접 인터뷰를 하는 방식 등을 통하여 잊혀진 유령의 실체를 세상에 다시 알리고자 한다.

소설 후반부에서 맹활약하는 캐릭터 페르시아인(The Persian)이 뮤지컬에선 등장하지 않는다.
크리스틴이 공연 도중에 사라지자 라울은 연인이 오페라의 유령에게 납치당했음을 직감하고
이전에 우연히 내려가본 적이 있는 호수가 있는 지하세계로 갈 방법을 찾는데
이때 라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물이 페르시아인이다.
페르시아인은 유령의 과거를 알고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인물이고 유령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페르시아인과 라울이 유령이 설치한 고문실에 갇혀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후반부 장면은
소설에서 긴장감이 가장 고조되는 장면인 동시에 고딕소설적 성격이 잘 나타나 있는 대목이나
뮤지컬에선 페르시아인이 아예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뮤지컬 쪽이 원작소설보다 상대적으로 로맨스적 성격이 강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에선 유령의 비참한 과거사에 관해서 일부 언급을 하고 있고
유령의 이름이 에릭(Erik)이란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는 유령이란 칭호 대신 원래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뮤지컬에선 유령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다.
그 외 캐릭터면에서는 라울의 형 필립이나 후반부에 극장을 수사하기 위해 출동한 미프르와(Mifroid) 경감 등
원작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뮤지컬에선 여럿 삭제되었으나
원작에서 객석안내원으로 등장하는 지리 부인(Madame Giry)이
뮤지컬에선 어린 단원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교사 역으로 지위가 향상됐을 뿐 아니라
유령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인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원작의 페르시아인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기까지 한다.


 
파리 오페라 극장에 관해서는 이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실존하는 건물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데다가
이 건물의 내부가 미로 같은 구조로 되어 있으며 비밀문이 있고
심지어는 지하에 유령의 은신처가 있는 호수까지 있다는 설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파리 오페라 극장 자체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공연장 천장에 매달려 있던 6톤 무게의 샹들리에가 추락하는 장면은 뮤지컬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다.
영화에서는 1905년 파리 오페라 극장의 대계단에서 열린 경매에 참가한 늙은 라울이
문제의 이 샹들리에가 경매에 부쳐지는 것을 촉매제로 하여 35년 전의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데
1905년의 현재를 흑백으로 처리하고 오히려 1870년의 과거를 컬러로 처리하여 신선미를 주었다.
역사적으로는 1896년에 파리 오페라 극장의 샹들리에가 공연 중에 추락하여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또한 파리 오페라 극장은 지하수가 많은 지반이라서 지하수를 모이게 설치한 저수조가 실재한다고 한다.
작가 가스통 르루는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여 상상력의 날개를 펼친 것이리라.



파리 오페라 극장을 여행하고 온 블로거들의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오페라의 유령 전용석인 2층 5번 발코니(박스석)에 관한 글이 많이 보였다.
파리 오페라 극장은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봤을 때 중앙을 기준으로 하여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로 좌석번호가 나뉘어진다.
이 규칙은 1층의 객석뿐 아니라 발코니석도 똑같다.
좌석도를 살펴보면 각 발코니석은 최소 4개에서 최대 10개의 좌석으로 구성됐음도 알 수 있다.



무대에서 가까운 쪽부터 1번이므로 무대쪽으로부터 1번, 3번, 5번이 되므로 
오페라의 유령이 지정한 발코니석은 2층 왼쪽 발코니의 세 번째 발코니석이 되겠다.
참고로 2층의 1번 발코니석은 이 극장의 건립을 명령한 나폴레옹 3세를 위한 좌석이라고 하나
극장이 완공되기 전에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자신의 전용석에 앉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가 소설을 썼던 당시에는 지금의 2층 3번 발코니석이 5번 발코니석이었다는 설이 있기도 하나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는 지금의 2층 5번 발코니석의 출입문에 오페라의 유령석이라고 금속문패를 붙여놓았으니
극장측의 안내대로 2층 왼쪽의 세 번째 발코니석을 오페라 유령의 지정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2층 5번 발코니석의 출입문에는 프랑스어로 오페라의 유령 박스석(loge du fantôme de l'opéra)이라고 문패가 붙어 있다.
플레이트 위 가운데의 숫자가 발코니석 번호이고 번호 왼쪽에는 좌석의 개수, 오른쪽에는 예약상태가 표시되어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시에라 보게스(Sierra Boggess. 1982-),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에미 로섬(Emmy Rossum. 1986-)이 크리스틴을 연기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히로인 크리스틴 다에는 많은 여배우가 연기해보고 싶은 배역일 거라고 생각한다.
산타클로스 등의 존재를 믿었던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순진무구한 크리스틴은 성장해서도 음악천사의 존재를 믿었고 그래서 에릭에게 쉽게 현혹되고 말았다.
오페라의 유령 에릭은 음악과 건축,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으나
흉측한 외모 때문에 친모로부터도 버림받은 가여운 존재였다.
크리스틴을 통하여 차갑게 얼어붙었던 그의 마음에 사랑의 불씨가 피어났으니
아가페적인 사랑이든 에로스적인 사랑이든 사랑이란 위대하고도 위험한 것임에 틀림없는가 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대표하는 넘버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노래하라(Sing)고 강하게 주문하는 유령의 명령에 따라서
마치 주문에라도 걸린 듯 몽롱한 표정이 되어 가성으로 노래하는 크리스틴의 표정이 압권이다.

오페라의 유령 원작소설을 읽음으로써 뮤지컬과는 다른 원작의 느낌을 확연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대표넘버 <오페라의 유령>이나 <날 생각해요(Think of me)>를 들으며
원작의 여운은 물론이고 원작으로부터 파생된 뮤지컬의 여운을 함께 즐겨보는 것도 감미로운 여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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