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뮤지컬 <상하이박>을 관람했다.

객석에 입장하니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들이 무대 위에 나와서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뮤지컬 상하이박은 극단 모이공 제작, 조원동 작, 김승진 작곡, 송갑석 각색/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25분이다.
2016년에 <내 이름은 상하이박>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상연되었던 작품을 뮤지컬 버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날 공연의 출연진은 윤상희, 배미선, 정종훈, 김주연,
이훈선, 이우복, 박상백, 이석구, 허솔, 허인혁, 이창호 배우였다.
배우들은 마치 어릿광대처럼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등장한다.
분장만 보더라도 이 극이 해학극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때는 1942년 일제강점기 말기이고 장소는 경성이다.
허풍스럽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이발사 상길은 지인의 부탁을 받고서
아름다운 여인 정림에게 드레스가 든 작은 케이스를 건네주기 위해서
일본의 진주만 폭격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는 경성홀에 들어선다.
상길은 알지 못했다. 케이스 안의 내용물이 여성복이 아니라 폭탄이라는 것을.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는 바람에 상길은 목숨을 건졌지만 폭탄테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다.
사고현장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단지장을 연상시키는 손바닥 지장이 발견되는데
이것은 최근에 활발하게 항일무장투쟁을 하고 있는 의문의 인물 상하이박이 남기는 표식이었다.
상길은 지인과 손님들에게 경성홀 폭탄테러사건을 신나게 떠들어대고
상하이박으로 생각되는 인물을 본 것 같다는 둥 허풍선이답게 모험담을 늘어놓았다.
상하이박에 관하여 상길이 뭔가 알고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그를 체포했고
상길은 구치소에서 자백을 강요당하며 고문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여성독립운동가 정림을 연기한 배미선 배우의 가창력이 돋보였다.
출연하는 11명의 배우 중 여배우는 딘 두 명뿐이지만
이들 여배우들이 총을 쏘고 격투기를 하는 투사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상하이박을 롤모델로 삼고서 영웅을 만나뵐 날을 고대하며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애국청년과 그를 따르는 오합지졸 3인방은 코믹한 연기로 극에 웃음과 활기를 더했다.

작품의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상화 시인의 대표적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제목을
그대로 후렴구 가사로 차용하여 노래하는 넘버를 비롯하여
나라 잃은 국민의 울분과 독립의 의지를 담은 노랫말의 넘버가 여럿 있었다.

반주는 강성일, 김인엽, 변성무, 이창규, 최재성 연주자로 구성된 5인조 밴드의 라이브로 연주되어 생동감을 더했고
뮤지컬 라이브 밴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트럼펫이 가미되어 신선한 느낌이었다.
밴드의 악기소리에 묻혀서 배우의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구간이 있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뮤지컬 상하이박은 일제강점기에 목숨을 걸고서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지사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숭고한 애국심의 발현을 결코 무겁지 않게 해학적이고 유쾌하게 풀어내어 경쾌한 느낌을 주었다.
한편으론 독립운동과는 무관했던 이발사가 테러리스트로 오인되어 체포되고 투옥되는 과정을 통하여
한편으론 독립운동과는 무관했던 이발사가 테러리스트로 오인되어 체포되고 투옥되는 과정을 통하여
무고한 국민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무소불위한 권력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블랙코미디적 성격도 갖고 있었다.
뮤지컬 상하이박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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