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THE 가구 2020/03/17 17:02 by 오오카미




지난 주말에 대학로 해오름 예술극장에서 연극 <THE 가구>를 관람했다.



연극 더 가구는 다담 커뮤니케이션즈 제작, 김학선 작/연출, 백혜린 무대이고 공연시간은 9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현경 역 손고명, 복희 역 김윤아, 소민 역 한아름 배우였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사과나무라는 이름의 가구 공방이다.
공방 사장은 외뢰 받은 인테리어 작업으로 외출이 잦아서
공방은 취미로 가구 제작을 배우러 온 회원들의 차지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대는 실제 공방처럼 아기자기한 도구들로 꾸며져 있다.



세 명의 주인공 현경, 복희, 소민은 이 공방에 다니는 회원들인데 이들의 인연은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같은 여대의 사진 동아리에서 알게 된 선후배 사이인 것이다.
현재 나이가 현경이 42세, 복희가 39세, 소민이 35세로 설정되어 있어서
군복무를 하지 않는 여자들이므로 재학생 간에 7살 씩이나 차이가 나는 경우가 좀처럼 없을 것 같긴 하나
셋 중 제일 선배인 현경이 입학할 때 재수나 삼수를 했다거나 휴학을 몇 학기 동안 했다고 상정하면 될 것 같다.



현경은 공방에서 침대를 만들고 있다. 그녀는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열 살 난 아들이 있다.
신문사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졸업 후 5년 간 지원하고도 실패하여 결국 공무원 시험을 봤고
직장생활 1년 후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맞선을 보고서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됐다.



복희는 공방에서 화장대를 만들고 있다. 그녀는 한때 맛집 탐방 파워블로거로서 유명했던 적이 있었다.
시인인 남편과 결혼했고 슬하에 자식은 없다. 남편과는 현재 이혼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둘 사이에 자식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이혼을 결심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민은 공방에서 의자를 만들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동아리에 강의를 오던 사진작가와 눈이 맞아서 
속도위반결혼을 했다. 남편과는 열다섯 살이나 나이차가 나고 현재 열네 살과 열 살 난 아들 둘이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가정주부로서 살아온 지난 삶을 돌이켜보니 왠지 우울해져서 현재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연극 더 가구는 주부들의 이야기다.
가정에서 가족들을 보살피느라 자신을 위한 삶을 잊고 지냈던 그녀들이
목공방에 모여서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가사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녀들의 대화 주제를 살펴보면 남편 얘기, 자식 얘기가 주를 이룬다.
집을 나와 있어도 주부들의 머릿속에는 가족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한 듯하다.

남편 혼자 버는 것보다는 부부가 함께 버는 것이 가계에 더 많은 수입이 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결혼한 여자도 가정에만 머무르기보다는 사회생활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보편화되면서
전업주부보다 워킹맘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밖에서 일한다고 집안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므로
여성들에게 있어서 가족을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희생해야 하는 가사란 어쩌면 영원한 굴레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봤다.

이 연극은 세 주인공이 공방에 모여서 나만의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잡담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친한 사이에서도 털어놓기 힘든, 각자가 안고 있는 삶의 고민을 들려주기도 하고
주인공들끼리 말다툼을 하여 관계가 소원해졌다가 화해하는 장면을 통하여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관계의 의미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손고명 배우는 연극 <홍도>에서 홍도의 시어머니 역으로,
김윤아 배우는 극단 마방진의 연극 <클라우드 나인>과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에서 만나봤고
한아름 배우는 뉴페이스였는데 소녀시대의 유리 이미지가 느껴졌고 싱그러운 매력이 있었다.

연극 THE 가구는 세 여배우의 자연스런 연기가 각 캐릭터를 잘 대변하고 있어서 있어서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무대였다.
국문학과 졸업생 소민이 공방을 위해서 만든 중의성이 돋보이는 카피 "못 산 자들이여 망치를 들어라"는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여 취미를 가져 보라는 의미로 바꾸어볼 수도 있으므로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취미의 중요성에 관한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또한 작품 속에는 <This Masquerade>, <Yesterday Once More>, <Jambalaya (On the Bayou)>,
<Please Mr. Postman> 등 카펜터스(The Carpenters)의 감미로운 올드팝들이 삽입되어 있어서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 1950-1983)의 촉촉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관객들에게도 꿈 많았던 옛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남겼다.





연극 THE 가구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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