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아트 2020/03/09 16:22 by 오오카미




지난 주말에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연극 <아트>를 관람했다.



연극 <아트(Art)>는 프랑스의 여성작가 야스미나 레자(Yasmina Reza. 1959-)가 1994년에 쓴 동명희곡이 원작이다.
그녀는 연극 <대학살의 신(Le Dieu du Carnage. 2006)>의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트의 국내 초연은 2002년이었다고 하고 개인적으론 2018년 드림아트센터 공연 때 처음 만나봤다.



올해의 아트는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작, 야스미나 레자 작, 홍서희 번역, 김수로 책임프로듀서,
성종완 연출, 이은석 무대, 박성희 조명이고 공연시간은 10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 역 이건명, 항공 엔지니어 마크 역 박건형, 문구회사 영업사원 이반 역 조재윤 배우였다.



세르주, 마크, 이반은 25년지기 절친한 친구 사이다.
원작에서도 2년 전의 공연에서도 세 친구는 15년지기로 설정되어 있었으나
올해 공연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나이를 열 살 상향한 것인지 25년지기로 설정되어 있는 듯하나
공연을 소개하는 포스터의 시놉시스에는 25년과 15년이 동시에 나오고 있어서
우정의 햇수 설정면에서 다소 모호함이 있긴 하나
이번 시즌의 첫공이었던 이날 공연에서 박건형 배우의 대사에서는 확실하게 25년지기라고 언급하고 있었다.



이건명 배우는 믿고 보는 배우다. 그의 관록이 붙은 연기에서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박건형 배우는 같은 남자가 봐도 섹시함이 느껴지는 멋지고 세련된 스타일로 시종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재윤 배우는 얼굴만 봐도 웃을 준비를 하게 만드는 특유의 개성으로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더했다.



연극 아트는 우정의 의미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수입이 좋고 예술에도 관심이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는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다는 화가의 그림을 한 점 구입했다.
크기가 가로 150cm x 세로 120cm인 그 그림은 배경도 새하얗고 배경 외의 것도 새하얘서 한마디로 온통 새하얬다.
오랜만에 세르주를 찾아갔던 항공 엔지니어 마크는 오랜 벗이 자랑하는 그 그림을 다양한 각도에서 찬찬히 살펴보았으나
3억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는 그 그림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새하얀 백지와 다른 점을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하얀 판때기를 벽에 걸어넣고 뿌듯하게 응시하는 세르주 앞에서 마크는 차마 본심을 말할 수는 없었다.
세르주가 사기를 당해서 벌거벗은 임금님 상태가 된 거라고 생각한 마크는 또 한 명의 절친 이반을 찾아가 이 일을 상담한다.
문구회사 영업사원 이반은 다음날 우연히 들른 척 세르주를 방문했고 마찬가지로 친구의 자랑스런 소장품을 소개받는다.
그런데 세르주의 작품 설명을 들은 이반의 눈에는 눈 앞에 놓인 온통 새하얀 그림이 단순한 백지와는 또 다르게 비추어졌다.

연극 아트는 유쾌한 작품이다. 예술작품에 관한 허영과 오만을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를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로 일침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블랙코미디라고 볼 수도 있다.
앞서 우정이 지속된 기간이 늘어난 점에 관해서도 언급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백지 그림의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 만하다.
2년 전 공연 때에는 2억 원이었던 그림값이 이번 시즌에서는 3억 원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관극 후 우정이라는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에 관하여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좋은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물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았다든가 하는 운명적인 만남도 있긴 하겠지만.
여하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연인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남자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애라고 여자들이 흔히 말하곤 하는데
이 연극에서도 이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장면이 등장하여 객석에 웃음을 주었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세르주와 마크는 그 동안 가슴 속에 품고만 있었던
서로에 대한 나쁜 감정을 속시원하게 내뱉어서 치고 받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게 되고
이들의 싸움을 막으려고 이반이 둘 사이에서 안간힘을 다하는 대목이다.
이 장면에서 세 배우는 숨이 턱에 찰 정도까지 술래잡기라도 하듯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닌다.
설정상 나이가 마흔 전후인 등장인물들이 뛰노는(?) 그 모습은 영락없이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애"에 부합했지만
무대에서 숨을 가빠하는 배우들 덕분에 잠시나마 거침없이 뛰놀던 동심의 그리운 시절이 관객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연극 아트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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