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 2020/03/02 16:41 by 오오카미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일본소설 <해러스먼트 게임(ハラスメントゲーム)>을 읽었다.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은 마루오 홀딩스(マルオーホールディングス)라는 기업의
컴플라이언스실을 무대로 삼은 경제소설(기업소설)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コンプライアンス)라는 영단어는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업에 있어서 컴플라이언스(법령과 윤리 준수)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모 항공사의 땅콩회항사건이라든가 모 기업의 사내 성폭행 논란 등으로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심지어는 불매운동으로 확산된 사례가 있다.
회사 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원만하게 수습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실의 임무다.



일본에서 2018년 10월 6일에 발간된 이 소설은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 1961-)의 소설가로서의 데뷔작이다.
그러나 첫 소설이라고 하여 이 작가가 신인인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이노우에 유미코는 1991년부터 드라마의 대본을 집필하는 각본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프로이기 때문이다.
일본 위키피디아에서 그녀가 각본을 맡은 드라마의 수를 세어보니 50편이 넘는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미남배우 키무라 타쿠야(木村拓哉. 1972-)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굿 럭(GOOD LUCK!!. 2003)>, <엔진(エンジン. 2005)> 등의 대본을 비롯하여
여성소설가 야마사키 토요코(山崎豊子. 1924-2013)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하얀 거탑(白い巨塔. 2003)>을 각색하는 등 방송계에서는 굵은 발자취를 남겨온 문장가다.

이노우에 유미코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6년 전에 출판사로부터 소설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아서라고 한다.
드라마 대본을 쓸 때에는 방송윤리 준수라든가 광고주에 대한 배려 등 제약사항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써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 꿈을 실현한 셈이다.



그리고 인기 각본가답게 단순히 소설만 출간한 것이 아니라 소설 집필과 동시에 드라마 대본 작업도 함께한 듯하다.
소설이 출간되고 9일 후인 10월 15일에 동명의 드라마의 첫 화가 방영됐기 때문이다.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은 전 5장으로 구성되었고 드라마는 총 9화로 제작되었다.
소설을 다 읽은 후 드라마를 시청하며 비교해보니
소설의 1장부터 4장까지가 드라마 1화부터 4화까지의 내용에 해당되었고
드라마 5화부터 8화까지는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 오리지널의 에피소드였다.
드라마의 최종화는 소설의 마지막장의 내용이 반영되긴 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아서 드라마만의 여운을 남겼다.
그렇기에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는 일본드라마 해러스먼트 게임도 꼭 시청하라고 권하고 싶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소설의 속편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므로.

또한 2020년 1월 10일에는 2시간 스페셜드라마로 제작된 속편
<해러스먼트 게임 아키츠 대 카토쿠의 여자(ハラスメントゲーム 秋津VSカトクの女)>가 방영되기도 했다.
*카토쿠(カトク)란 과중노동박멸특별대책반(過重労働撲滅特別対策班)의 약칭이다.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의 주인공은 정년을 7년 앞두고 있는 53세의 회사원 아키츠 와타루(秋津渉)다.
아키츠는 7년 전까지는 마루오홀딩스 본사의 점포개발부 부장으로서
전국 각지에 마루오 슈퍼의 신규 점포 오픈을 담당하며 마루오 슈퍼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었으나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본사에서 쫓겨나 마루오 슈퍼 지방 점포의 점장으로 좌천되었다.
지방을 전전하며 회사원 생활을 마무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아키츠에게 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에 임명되었으니 본사로 복귀하라는 내용이었다.

컴플라이언스실이 뭐하는 부서인지도 알지 못한 채 사무실에 들어선 아키츠를 맞이한 것은
이 부서에 배속된 단 한 명의 부하직원 타카무라 마코토(高村真琴)였다.
25세의 타카무라는 나이로 보자면 아키츠에게는 딸뻘 되는 까마득한 후배이지만
아키츠는 그녀를 선배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약간은 장난기가 가미된 호칭이기도 했지만
전임 실장으로부터 컴플라이언스실의 업무에 관하여 착실하게 배운 부하직원 타카무라는
아키츠에게 있어선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관하여 가르쳐줄 든든한 선배였기에 애정을 담은 호칭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는 원작보다 나이가 두 살 추가된 아키츠 와타루 역을 카라사와 토시아키(唐沢寿明. 1963-),
원작과 같은 나이로 설정된 타카무라 마코토 역을 히로세 아리스(広瀬アリス. 1994-)가 연기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소설 내에서는 다양한 해러스먼트가 다루어진다.
해러스먼트(harassment)란 불쾌감을 주는 행위, 괴롭힘을 일컫는다.
해러스먼트가 사용된 대표적인 표현으로 성희롱(sexual harassment)을 들 수 있겠다.
sexual harassment는 일본식 영어발음으로는 세쿠샤르 하라스멘토(セクシャルハラスメント)가 되는데
앞글자를 따서 약칭하여 흔히 세쿠하라(セクハラ)라고 쓴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해러스먼트에는 그 행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첨부하고 있다.
1장의 소재가 되는 파워 해러스먼트(약칭 파워하라)의 경우는
직무상의 지위나 인간관계의 우위성을 이용하여 정신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파워하라는 권력을 악용한 괴롭힘이므로 상사나 선배가 부하나 후배를 괴롭히는 것을 연상하게 되지만
소설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어서 발상의 신선함이 재미를 더한다.



2장에서는 성희롱, 3장에서는 남성 육아 편의제도, 4장에서는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지만
1장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소재를 들으면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런 흔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독특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어서
흔치는 않겠지만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해러스먼트 당했다는 것을 구실로 가해자를 괴롭히는 해러스먼트 해러스먼트 등
수많은 해러스먼트가 책 속에서 언급되고 있고
등장인물들이 특정단어 뒤에 해러스먼트를 붙여서 무슨무슨 해러스먼트 등 즉석에서 말을 만들어내기도 하여
해러스먼트가 남발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작가가 은연중에 꼬집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되겠다.
전세계적으로 떠들썩했던 미투(성폭력 고발 운동) 중에는 거짓 미투도 섞여 있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각 장의 에피소드가 지니고 있는 재미도 재미이지만
전 장에 걸쳐서 흐르는 주인공 아키츠를 좌천시켰던 7년 전 사건과
연관이 있는 인물과의 악연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는가가 또한 볼거리다.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은 젊고 팔팔한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작가처럼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50대의 베테랑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세상을 보다 냉철하고 차분하게 바라볼 줄 아는 관록의 멋과 원숙미의 맛을 보여준다.
노련한 주인공에게 20대의 뜨거운 열정을 갖춘 조력자를 붙여줌으로써
구세대와 신세대, 중년과 청년의 조화를 갖추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해결하는 조율사
컴플라이언스실의 활약상을 인간미 넘치게 그리고 있는 소설
해러스먼트 게임은 드라마도 꼭 챙겨보고 싶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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