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뮤지컬 <플랫폼>을 관람했다.

뮤지컬 플랫폼은 흐름컴퍼니 제작, 김지환 작/연출, 허수현 작곡, 곽두성 조명이고 공연시간은 120분이다.
마약 중독을 소재로 하여 험난한 치유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고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
1부에 해당하는 뮤지컬 <각인>이 작년에 상연되었고 플랫폼은 2부에 해당한다.
1부의 제목이 마약 중독으로 인하여 깊이 새겨지는 고통을 비유한 것이라면
2부의 제목은 치유의 여정을 시작하는 가족이 서 있는 곳을 열차가 드나드는 플랫폼에 비유하고 있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마약 중독에 빠진 주인공 서금동 역에 윤태우,
금동의 어머니 김신자 역에 김현지, 금동의 아내 우정혜 역에 이채영,
중독자의 치유를 돕는 조강사 역에 김지환, 어린 서금동 역에 정유원 배우였다.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훈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안전보건공단에서 후원하고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상연되는
계도적 목적이 강한 작품들이었던 만큼 재미면에서는 솔직히 다소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뮤지컬 플랫폼은 교훈적 주제는 물론이고 적절한 재미도 갖추어서 공익성과 재미 양면의 균형을 이룬 작품이었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김지환 연출가가 중독치료사 역으로 직접 출연하여
마약 중독의 폐해를 도표와 함께 설명하기도 하고 치유 과정의 지난함을 예시를 들며 알려주기도 하여
작품의 주제의식이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

마약 중독은 중독자 개인뿐만 아니라 중독자의 가족에게도 고통과 아픔이 된다는 것을
금동의 아내 정혜와 모친 신자가 괴로워하는 모습를 통하여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그런 만큼 중독자의 치유를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이 공연을 보면서 감탄한 것은 마약 중독 자체를 비난하기보다는
왜 중독자가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는 데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독자를 격리하거나 감금하는 것이 당장은 마약을 끊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마약을 끊게 하기 위해서는
중독자가 왜 마약에 손을 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탈이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마약을 시작한 경우라면
중독을 야기하게 된 명확한 원인을 찾아낸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금동의 경우도 처음으로 마약을 하게 된 계기가 자주 가던 술집 바텐더의 유혹에 넘어가서였다.
금동은 황태집을 운영하며 자신을 키운 홀어머니의 노고를 잘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하여 좋은 대학과 번듯한 직장에 들어갔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착한 아내를 얻어서 어머니를 모시며 안락한 가정을 꾸렸다.
그런 금동에게 바텐더는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인생은 어머니와 아내를 위한 것인가요라고.
마약 중독을 경고하는 뮤지컬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2015년에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제작한
마약중독의 충격적인 실체를 고발하는 뮤지컬 <미션>의 연출을 맡은 것이다.
이번 공연에도 출연하고 있는 박형준 배우가 이 작품에서
마약사범들을 잡다가 자신도 마약에 중독되어 최후를 맞이하는 경찰관 역을 맡았었다.
뮤지컬 플랫폼에 등장하는 중독치료사 조강사의 소속은 라파교정교실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곳은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의 부설기관으로 마약중독자들의 재활을 돕는 실존하는 기관이다.
미션의 연출 이후로도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3부작으로 작품을 구상한 것을 보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와의 인연이 연출가에게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가까스로 갱생에 성공한 금동은 도움을 받았던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변신하게 된다.
라파교정교실의 선배 조강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은 마약 중독에 빠진 임산부를 케어하라는 것이었다.
과연 금동이 어떤 난관에 부딪히고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는 내년에 공개 예정인 3부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허수현 작곡가가 참여한 만큼 음악적인 면에서도 풍성함을 들려주었다.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가 좋았고 아역배우의 티없이 맑은 노랫소리도 귓가에 남는다.
뮤지컬 플랫폼은 공익성과 재미를 함께 갖춘 의미 있는 작품이다.
좋은 취지를 지닌 재미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역시나 즐거운 일이다.
뮤지컬 플랫폼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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