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를 관람했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2016년에 초연했다.
초연에서는 두 명의 여주인공 정사랑과 강하리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가상적 요소가 가미된 설정이었으나
2018년 낭독공연 형식의 재연 때 내용이 현실적으로 대폭 수정되었고 넘버 또한 대부분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재연 때 낭독공연으로 다듬어진 설정이 정식공연화되어 무대에 오른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오미영 원작, 유정민 작, 조선형 작곡, 오준석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0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한때는 인기절정의 댄싱퀸이었으나 이제는 잊혀져 가는 44세의 노처녀 가수 정사랑 역에 전수미,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서 가출팸에서 원조교제 등을 하다가 도망친 18세의 강하리 역에 김두리,
사랑의 소울메이트이고 라이브 클럽 라라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게이 라라 역에 윤성원 배우였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선글라스를 끼고서 여느 때처럼 아침 조깅을 나갔던
가수 정사랑은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소녀와 부딪혀서 피해를 입고 만다.
갑자기 달려온 소녀가 사랑과 부딪혔고 땅에 떨어진 선글라스를 밟아서 부서뜨린 데다가
소녀는 빈속에 깡술이라도 마신 건지 오바이트를 해서 사랑의 옷마저 더럽힌 것이다.
변상하라고 다그치는 사랑의 앞에서 소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이것이 가출한 여고생 강하리와 한물간 스타 정사랑의 첫 만남이었다.

사랑과 하리의 사이를 중재하는 인물은 사랑의 오랜 친구 라라다.
하리는 라라가 운영하는 클럽 라라랜드에서 정신을 차린다.
라라가 손수 만들어준 된장찌개와 밥을 먹으며 하리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만다.
오랜만에 맛보는 맛있는 집밥이 외로운 소녀의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은 것이리라.

최근에는 좀처럼 행사 등의 스케줄이 없는 사랑에게 오랜만에 라이브 방송의 스케줄이 잡혔다.
그런데 사랑이 무대에 올라서 신곡을 부르고 나서 방청객의 질문에 답하는 코너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몰지각한 여자 방청객이 이미 옛날 일이 되어 버린 낙태와 관련된 소문에 관하여 질문을 한 것이다.
무대 위에서 당황해하는 사랑이었으나 뜻밖의 구세군이 등장한다.
방청객에 앉아 있던 하리가 이상한 질문을 한 방청객을 비난한 후 사랑 언니 힘내라며 파이팅을 외친 것이다.
방청객에 앉아 있던 하리가 이상한 질문을 한 방청객을 비난한 후 사랑 언니 힘내라며 파이팅을 외친 것이다.

이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사랑이 라이브 방송에서 직접 만든 신곡 <무지개>를 노래하는 대목이다.
사랑 역 전수미 배우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멋들어지게 싱어송라이터를 연기하는데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악기까지 능숙하게 다루는 배우의 모습은 더욱 매력적으로 비추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한층 밝고 자신에 찬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한 그녀의 억양이나 음색이 손예진 배우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제목 스페셜 딜리버리를 우리말로 하면 딜리버리는 흔히 배달로 해석되니
특별한 배달이 되어 배달 어플로 뭔가 먹을 것을 주문하는 내용을 상상할 수도 있겠으나
영어 딜리버리(delivery)에는 배달 외에 출산의 뜻도 있다.
애니메이션 <스토크>에서 그렸듯이 서양에서는 아기를 황새(stork)가 배달해준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배달뿐 아니라 출산의 의미도 갖게 된 것 같은데
폐경을 앞둔 사랑이나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게이 라라에게 있어서는
우여곡절 끝에 따뜻한 사랑이 그리웠던 하리 같은 아이와 한 가족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선 특별한 출산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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