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 애이불비 - 뮤지컬 세종 1446에서 2020/01/19 02:00 by 오오카미




작년에 관람했던 뮤지컬 중 <세종 1446>은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음악이 좋고 내용 또한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태종은 아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이후에도 얼마 동안은 상왕으로서 실권을 행사했다.
아마도 세종이 왕으로서 확고하게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아들의 왕좌를 위협할 만한 위험요소들은 아비가 대신하여 제거해주마 하는 부성애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세종의 아내 소헌왕후의 아버지 즉 세종의 장인인 영의정 심온을 처형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뮤지컬 세종 1446에선 아비가 처형당한 후 슬픔에 빠져 있는 소헌왕후에게 태종이 다가가서
"웃음을 보이세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라며 며느리에게 훈계하는 잔혹한 장면이 있다.
태종이 떠나자 소헌왕후는 넘버 <애이불비(哀而不悲)>를 애절하게 목놓아 부른다.
속으로는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척함이란 한자성어의 뜻처럼
슬픔을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여인의 애달픈 심정이 노랫말에 알알이 새겨져 있어서 심금을 울리는 명곡이다.





뮤지컬 세종 1446 중 애이불비. 노래는 박소연 배우.
성악을 전공한 배우답게 깊은 울림이 있는 노랫소리가 촉촉하게 가슴을 적신다.


나 홀로 슬픔을 잠재우고 하루를 천년처럼 살아내도
견딜 수 있다고 가슴을 치며 미움을 쓸어냈는데
구중궁궐 찬바람에 가슴이 시려도
꽃은 피고 나비는 날고
천 갈래 만 갈래로 마음이 찢겨도
혼자 울고 다시 또 울고

슬퍼도 슬프지 아니하게 아파도 아프지 아니하게
견딜 수 있다고 가슴을 치며 미움을 쓸어냈는데
설움에 찬 그날에 텅 비어버린 마음
통곡만이 가득차 밤마다 가슴을 치고
삶이 무엇이길래 이리 놓지 못하나
탓하고 탓하다 날을 새우네

구중궁궐 찬바람에 가슴이 시려도
꽃은 피고 나비는 날고
천 갈래 만 갈래로 마음이 찢겨도
혼자 울고 다시 또 울고


뮤지컬 세종 1446에는 좋은 넘버가 많이 있다.
개인적으론 소헌왕후의 솔로곡 애이불비도 좋아하고
세종과 소헌왕후의 듀엣곡 <바람은 시원하게 부는데>도 좋아한다.
바람은 시원하게 부는데 또한 애이불비처럼
서글픈 노랫말을 담고 있으면서도 감미로운 멜로디가 일품인 넘버다.
영상으로 접한 박소연 배우의 애이불비도 좋았고
뮤지컬 <세종 1446> 공연장에서 직접 접한 김지유 배우의 애이불비 또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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