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메리제인>을 관람했다.
맨씨어터 제작, 에이미 허조그(Amy Herzog) 원작, 우현주 번역/연출이고 공연시간은 2시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메리제인(Mary Jane) 역 이봉련,
루디(Ruthie) & 텐케이(Tenkei) 역 홍윤희,
셰리(Sherrie) & 닥터 토로(Dr. Toro) 역 이지하,
브리앤(Brianne) & 차야(Chaya) 역 이은,
아멜리아(Amelia) & 캣(Kat) 역 이경미 배우였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1막은 메리제인의 작은 아파트이고 2막은 병원의 중환자실이다.
메리제인 역의 배우를 제외하고
다른 네 명의 배우들은 1막과 2막에서 각각 한 명씩 총 두 명씩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미국의 여성 극작가 에이미 허조그가 쓴 연극 메리제인은 2017년 4월에
미국 코네티컷주 예일대학교 내에 있는 예일 레퍼토리 극장(Yale Repertory Theatre)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이번 공연이 초연이다.
싱글맘 메리제인에게는 두 살 반 된 아들 알렉스(Alex)가 있다.
알렉스는 뇌성마비 환아라서 때때로 호흡곤란이나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부동산 중개소에서 일하고 있는 메리제인은 상사에게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알렉스를 돌보느라 일을 쉬는 경우가 많아져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상황이다.
1막에서는 메리제인이 사는 아파트의 관리인 루디,
알렉스를 돌보아주는 가정 간호사이자 메리제인의 친구 셰리,
셰리의 수줍음 많은 대학생 조카 아멜리아,
메리제인과 비슷한 처지라서 조언을 구하러 찾아온 브리앤이 주변인물로 등장하고
2막에서는 알렉스의 주치의 닥터 토로,
알렉스와 같은 병실의 환자 보호자 차야,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는 병원 소속 비구니(여자 스님) 텐케이,
음악으로 환자의 치유를 돕는 음악치료사 캣이 등장한다.

연극 메리제인의 우선 눈에 띄는 특징은 여배우만 출연한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덟 명의 주변인물도 모두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다.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여성관객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싱글맘의 이야기이지만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 하는 신파성이 없다는 점 또한 이 연극의 특징이다.
여주인공 메리제인은 한마디로 꿋꿋하다.
막힌 싱크대를 뚫으려고 방문했던 관리인 루디가 거실 창문의 창살이 없어진 걸 발견하고는
아이가 있는 집에선 창문에 창살을 설치하는 게 법으로 정해져 있고
이 건이 문제가 되면 관리인 책임이 될 수 있다며 난처해할 때
메리제인은 알렉스가 바깥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며 양해를 구하는데
루디에게 미안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사정을 봐 달라고 애원하거나 잘못했다고 사과하지는 않는다.
규칙을 어겨서 너에게 피해가 가게 할 수도 있게 한 점은 미안하지만
혼자 힘으론 걸을 수도 없는 아픈 아이를 위해서 이 정도는 용인해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정당하면서도 당당한 엄마의 항변이 메리제인의 말 속에는 깃들어 있었다.
연극 포스터의 여자 그 일상의 영웅이라는 카피처럼
연극 메리제인은 힘들고 아픈 현실을 꼿꼿하게 살아나가는 여자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라는 격언처럼
(여권이 신장되는 추세이므로 오늘날에는 여자는 강하나 엄마는 더 강하다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은 좌절하지 않고 강단 있게 현실에 맞서는 싱글맘 주인공의 일상을 담담하게 사실주의적으로 그려간다.
연극 메리제인 관객과의 대화 후 포토타임.
공연 후에 30여분 간 우현주 연출과 다섯 배우와 함께하는 관대가 이어졌다.
이경미 배우가 2막에서 캣 역을 연기할 때 머리에 꽂고 나왔던
칵테일 파라솔 같은 핑크색 머리장식과 높은음자리표 머리핀이 깜찍했는데
배우 본인이 구입하거나 소장하고 있는 소품인지 무대 스태프가 준비한 소품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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