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루나틱 2019/12/23 18:35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대학로 문씨어터에서 뮤지컬 <루나틱>을 관람했다.



뮤지컬 루나틱은 리히더스 제작, 황선영 작, 권오섭 작곡, 김혜진 음악감독, 이재인 안무이고 공연시간은 115분이다.
이날 공연의 출연진은
진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굿닥터 역에 최예윤,
관객인 양 객석에 앉아있던 마지막 사연의 환자 정상인 역에 강동석,
아무 여자나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바람둥이 나제비 역에 정휘욱,
시집살이시켰던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들었던 과부 고독해 역에 안지현,
사연을 알려주지 않는 환자 무대포 역에 김윤희 배우였다.



환자복을 입은 세 명의 배우들과 의사 가운을 걸친 한 명의 여배우가 등장하며 공연은 시작된다.
이들이 객석에 말을 걸며 루나틱 정신병원을 소개하는 오프닝 동안에는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뮤지컬 루나틱의 초연은 2004년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루나틱은 미국의 극작가 닐 사이먼(Neil Simon. 1927-2018)의 1973년작 희곡
<굿닥터(The Good Doctor)>를 원작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초반에는 그랬을지 모르겠으나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창작물에 가까운 형태로 변한 것 같다.
닐 사이먼의 굿닥터는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들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열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에 루나틱을 관람하며 이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세 환자의 사연을 접해보았으나
굿닥터의 단편들과 매치된다고 보기는 어려웠기에 현재의 루나틱은 황선영 작가의 창작물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굿닥터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한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굿닥터가 사용하는 치료법은 사이코드라마 요법이다.
환자가 겪었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무대 위에서 연극 형식으로 재연하는 것이다.



첫 번째 사연의 환자는 나제비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든 넘어오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유능한 제비였다.
그가 정신병원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여자는 철벽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깐깐한 여자였다.
제비가 알고 지내는 부잣집 형이 점찍어둔 여자였으나 제비에게 의리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제비는 관객들을 향해 공언했던 대로 결국 철벽녀의 마음을 손에 넣지만
허영심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던 자신의 진심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다.

루나틱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굿닥터의 에피소드 중
유부녀들만 골라서 바람을 피운 바람둥이 피터의 이야기를 다른 <겁탈(The seduction)>과
유형이 비슷하긴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창작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두 번째 사연을 소개하는 환자는 고독해다.
고아였던 고독해를 그녀의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독해의 남편이 사고로 죽자 아들 잡아먹은 년이라며 시어머니의 구박은 더욱 심해졌다.
시어머니가 정신줄을 놓고 쓰러졌음에도 독해는 차마 떠나지 못하고 곁에 남아서 병수발을 들었다.
호된 시집살이를 견뎌내던 고독해의 마음에 동요를 야기한 사람은 시동생이었다.
집안 어딘가에 엄마가 사 놓은 강남의 땅문서가 있을 것이니 찾아내서 나누자며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고독해를 연기한 안지현 배우는 오프닝이 끝나고 본공연 돌입하자마자
환자복 속에 감쳐두었던 붉은 드레스 차림으로 변신하여 볼륨 있는 몸매로 남심을 자극하더니
제비의 사연에서는 철벽녀로 그리고 고독해의 사연에서는 착한 며느리로 분하여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고독해의 사연에서 못된 시어머니로 분한 김윤희 배우는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주었다.
심은하가 주연했던 공포드라마 <M>에서처럼 남녀의 음색을 혼합한 변조된 목소리로
<감자에 싹이 나서>를 개사한 저주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객석에 웃음꽃이 퍼졌다.



굿닥터를 연기한 최예윤 배우는 힐링을 부르는 싱그럽고 환한 미소로 극의 진행을 이끌었고
두 번째 환자의 사연 재연이 끝난 후에는 그녀의 꿈이었던 가수가 되었다면 하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데
화려한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서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를 열창하며 극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배우가 관객으로 가장하여 객석에 앉아 있다가 공연이 시작된 후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이 일부 있다.
루나틱도 그에 속하는데 이 공연은 배우가 객석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한 시간 이상이나 된다는 데 특색이 있다.
캐스팅보드에는 다섯 배우의 얼굴 사진이 붙어있었는데
무대에는 네 명의 배우만 나왔다는 것에서 의아해하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사연은 객석에 앉아 있던 배우가 무대에 올라서 독백 형식으로 진행을 한다.

뮤지컬 루나틱은 미쳐가는 세상을 노래한다.
각박하고 삭막하고 황량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겐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미쳐버리거나 견디고 참아내거나의 차이는 어쩌면 좋이 한 장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스트레스의 해소법으로 루나틱처럼 재미와 감동을 골고루 갖춘
신나는 뮤지컬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대 뒤에서 건반과 콘트라베이스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서 음악면에서 보다 높은 만족도를 주는 뮤지컬 루나틱이다.





뮤지컬 루나틱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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