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정글라이프 2019/12/18 15:05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대학로 고스트씨어터에서 뮤지컬 <정글라이프>를 관람했다.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2013년에 초연했고 2016년 공연 이후 3년 만인 지난 8월에 오랜만에 관객을 찾아왔다.
10월까지 2개월간의 공연을 마쳤고 지난 11월 30일부터 내년 2월 하순까지 앵콜공연에 들어갔다.
와컴퍼니 제작, 조민형 대본/작사, 박주형 연출, 이현섭 작곡/음악감독, 이소윤 안무이고 공연시간은 11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신입사원 피동희 역 유현석, 회사미화원 김미화 역 이예빈,
오레오 상무 역 서승원, 홍호란 부장 역 신원경,
사수미 과장 역 황재열, 하예나 대리 역 손지애, 이원순 사원 역 조환준 배우였다.



정글 하면 떠오르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라이온킹>이다.
또한 라이온킹 하면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부르는 오프닝곡 <Circle Of Life>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미화 역의 여배우가 무대 꼭대기에서 등장하여
열창하는 넘버 <웰컴 투 더 정글>로 공연의 막이 오르는데
라이온킹에서 라피키가 생명의 순환을 열창하며 정글의 아침을 여는 장면과 오버랩되어 첫인상부터가 강렬하다.



실업팀에 소속된 높이뛰기 육상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된
주인공 피동희는 팀의 모기업인 정글푸드의 식품기획팀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첫출근한 동희는 팀의 구성원들인 약삭빠른 이원순 사원, 날카로운 하예나 대리,
사람 좋은 사수미 과장, 무서운 홍호란 부장과 대면하고 신입사원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얼마 후 회장 아들 오레오가 상무로 정글푸드에 들어오면서
식품기획팀의 실권을 놓고서 오레오 상무와 홍호란 부장 간에 대결이 시작된다.



가정보다도 일을 우선시한 탓에 이혼까지 하면서 회사에 충성을 바쳐온 호란 부장으로서는
마땅히 내것이 되어야 할 상무 자리를 낙하산 타고 내려온 회장 아들에게 빼앗겨서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었고
놀기 좋아하여 방탕한 생활을 보낸 탓에 아버지의 눈 밖에 났다가
간신히 상품기획팀 상무직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레오 상무로서는
빨리 실적을 올려서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앞섰으나
이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호란 부장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껄끄러운 존재로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오레오 상무는 아프리카산 애벌레를 이용한 신제품 개발안을 제시한다.
모두가 꺼려한 탓도 있어서 개발담당자로 피동희가 선발되는데
동희는 사무실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 미화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서
정부지원금이 지원될 정도로 아이디어를 인정받는 신제품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제 식약처 검사만 통과하면 정식 시판이 실현되어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였으나 상무와 부장 간의 반목이 일을 망치고 만다.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회사생활을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의 세계에 비유한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정글짐을 연상케 하는 무대장치에서도 정글의 색채가 느껴진다.
보다 정글의 느낌이 나도록 나무덩굴이나 활엽수 나뭇잎 등을 곳곳에 장식해도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한 자연적 느낌을 추가하게 되면 회색의 사무실로 통용되는 삭막한 회사생활의 이미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삭막한 메탈 느낌으로 무대를 꾸미면서도
정글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정글짐 구조를 가미한 것은 탁월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물론이거니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음악적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다.

한쪽 다리를 들고서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는 제스처가 마치 짜여지는 빨래를 연상시키는
사수미 과장의 넘버 <회의의 목적>의 후렴구 "쥐어짜"나
피라미드 구조의 회사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서열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위로 올라가야 살아남는다는 철칙을 노래하는
이원순 사원과 하예나 대리의 넘버 <위 위 위>의 "위 위 위"라든가
윗사람이 질문할 때에는 너희들의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이미 정해놓은 답을 말하라는 의미라며
오레오 상무가 부하들을 훈계하는 넘버 <답은 정해져 있어>의 "답은 정해져 있어" 등
멜로디와 가사가 귀에 쏙 들어와서 공연장을 뒤로하고도 흥얼거리게 되는 후크송 같은 넘버들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팀원들이 아침에 출근하여 얼굴을 마주하며 겉으로는 인사를 건네지만
마음 속으로는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엿 같은 하루를 원망하며 함께 부르는 넘버 <빡쳐 닥쳐>를 좋아한다.
빡쳐, 닥쳐, 미쳐, 외쳐, 때려쳐 등 말미를 쳐로 통일시켜서 강한 비트와 함께 내뱉는 속시원한 넘버다.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회사생활을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쳐야 하는 정글생활에 빗대고 있어서
사회생활하는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각박하고 혹독하고 때로는 비참하기도 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신나고 경쾌한 넘버와 사필귀정과 인과응보의 권선징악적 결말을 통하여 희망의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뮤지컬 정글라이프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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