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19/12/08 00:37 by 오오카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관람했다.



작년에 초연했던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재연의 막을 올렸다.  
원작은 2009년에 발간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Jonas Jonasson. 1961-)의 동명소설이다.
스웨덴어 원제는 <Hundraåringen som klev ut genom fönstret och försvann>이고
영어 제목은 <The Hundred-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다.

1905년생으로 2005년에 100세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
알란 칼손(Allan Karlsson)이 양로원 창문을 넘어서 탈출한 후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는 한편
알란의 지금까지의 생애 100년간을 돌아보며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굵직한 인물들과 주인공이 관계되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과거의 모험담을 회상한다.

소설을 각색한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연극열전 제작, 요나스 요나손 원작, 지이선 작, 김태형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부 70분, 인터미션 15분, 2부 7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배해선, 오소연, 오종혁, 최호승, 임진아 배우였다.



100세의 알란을 연기한 배해선 배우는 원숙미 넘치는 연기로 능숙하게 극을 이끌었다.
연극은 알란이 100세가 되는 생일날에 무료한 나날이 계속되는 양로원을 탈출하며 벌어지는 현재의 이야기와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를 연상케 하는
폭탄제조전문가 알란의 다채로운 무용담을 회상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오가며 전개된다.
배해선 배우는 과거에서는 스탈린, 김정일 등을 연기한다.

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젠더 프리(gender free) 캐스팅이라는 것이다.
연극의 등장인물들은 성별이 구별되어 있으나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
주인공 알란의 경우 남자로 설정되어 있으나 남배우뿐 아니라 여배우도 알란을 연기한다.
마찬가지로 여성 등장인물의 경우도 여배우뿐 아니라 남배우도 여성스러움을 가장하여 여성 배역을 연기한다.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이름표를 바꾸어가며 수많은 배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배역의 성별에 배우가 구속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에 관객도 자연스레 동의하게 된다.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연극에 출연하는 다섯 명의 배우가 60여 명(동물을 포함)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다.
벨크로(찍찍이) 타입으로 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이름표를 활용하여
각 배우는 현재 연기하고 있는 배역이 누구인지를 객석에 알리며 멀티플레이어로서 활약한다.



오소연 배우는 톡톡 튀는 발랄한 연기로 깜찍함을 어필했다.
현재에서는 조직의 돈가방을 잃어버리는 갱단 조직원 볼트, 알란을 추적하는 아론손 경감,
코끼리를 키우고 욕 잘하는 여인 구닐라 등을 연기하고
과거에서는 마오쩌둥의 납치된 부인 장칭, 김일성 등을 연기한다.



보이그룹 클릭비 출신의 오종혁 배우는 10월에 관람했던 연극 <킬롤로지> 이후 무대에서는 두 번째로 만나보았다.
현재에서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핫도그 판매상 베니를 연기할 때에는 말투가 다소곳하여 연약한 이미지였지만
알란을 체포하기 위한 수사본부를 지휘하는 에스킬스투나 검사를 연기할 때에는 매서운 이미지로 변모했다.
과거에서 아인슈타인의 순수하지만 지능이 낮은 쌍둥이 동생을 연기할 때의 바보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날 공연 중에 일어났던 해프닝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1945년 트루먼 대통령의 부탁을 받은 알란은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의 다리 폭파 계획을 도우러 중국으로 건너간다.
알란을 환영하는 선상 파티 장면에서 오종혁 배우가 구슬이 잔뜩 꿰어진 목걸이를 알란에게 걸어주려 했는데
그가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는 순간 끈이 끊어지면서 구슬이 무대 바닥에 와르르 쏟아지고 말았다.
NG가 허용되지 않는 연극의 특성상 공연은 계속되었고
배우들은 웃음을 참고 연기를 하면서 틈날 때마다 허리를 굽혀서 무대에 굴러다니는 구슬을 주워야만 했다.
 


최호승 배우는 현재에서는 갱단 에버 네버의 보스 예르딘, 코끼리 소냐 등을 연기하고
과거에서는 히말라야 산을 넘는 장년의 알란,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등을 연기한다.
다섯 배우가 돌아가면서 서로 다른 연령대의 주인공 알란을 연기한다는 점도 이 연극의 특징이다.



임진아 배우는 뮤지컬 <싱글즈> 이후 10년 만에 만나본 것 같다.
현재에서는 알란의 조력자 율리우스, 경찰견 키키, 갱단의 킬러 양동이 등을 연기하고
과거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연인 아만다 등을 연기한다.
한쪽 발에 경찰견 키키 역할을 하는 털슬리퍼를 신고
슬리퍼에 연결된 개줄을 잡아당기면서 순경과 경찰견 역할을 동시에 할 때의 연기가 무척 귀여웠다.



무대는 다양한 크기의 나무상자를 쌓아올린 산처럼 꾸며져 있는데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장면에서는 쌓아올린 박스더미가 실제로 산 역할을 한다.
또한 각각의 상자 안에는 각 장면마다 사용되는 소품과 이름표가 들어있어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았다.

다섯 명의 배우가 모두 멀티맨으로서 팔색조의 매력을 발산하는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역동성 가득하고 활기가 넘치는 유쾌한 작품이다.
알란이 각 나라를 처음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의 전통춤을 군무로 추는 화려함과
그 나라의 말로 "건배"를 외치는 호탕함으로 음주가무의 즐거움을 표현한 연출도 기억에 남는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백세시대를 노래하는 오늘날이므로
백 살을 맞이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살 것이다.
요양원에서 편안하게 무료하고 평범한 여생을 보내느니
요양원을 탈출하여 젊은 시절처럼 흥미로운 모험에 도전한 주인공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미국, 중국, 소련 등 9개국을 넘나들며 스펙터클한 인생을 살았던 주인공의 모험담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100세를 맞이한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관객 또한 알란의 용기를 나누어받을 수 있지 않을까.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커튼콜.







덧글

  • 이글루스 알리미 2019/12/16 08:04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2월 16일 줌(http://zum.com) 메인의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zum 메인 페이지 > 뉴스 하단의 컬처탭에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오오카미 2019/12/16 14:25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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