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오펀스 2019/11/18 17:38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연극 <오펀스>를 관람했다.

연극 오펀스(Orphans)는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Lyle Kessler)의 작품이고 1983년에 초연했다. 
한국 초연은 2017년이었고 올해 공연이 재연이다.
레드앤블루 제작, 라일 케슬러 원작, 성수정 번역, 김태형 각색/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부 65분, 인터미션 15분, 2부 8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해롤드(Harold) 역 정경순, 트릿(Treat) 역 최유하, 필립(Phillip) 역 최수진 배우였다.

최근에 크로스젠더(Cross-gender) 캐스팅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크로스젠더는 성별을 전환한다는 의미로 젠더 크로스라 불리기도 하고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여 젠더 프리라고도 불린다.
일본의 카부키나 중국의 경극처럼 여자가 무대에 오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서
남자배우가 여성 역을 연기하는 크로스젠더는 이미 역사가 오래된 편이긴 하지만
여권신장의 추세에 발맞추어 한국 공연계에서는 반대 양상을 찾아볼 수 있다.



연극 <B Class>의 경우 원래 여선생님 한 명과 남학생 네 명이 출연하는 연극이지만
올해 공연에서는 남선생님과 여학생 네 명의 조합도 캐스팅에 넣었었고
이 조합으로 공연하는 날에는 배역의 성별이 바뀌었으므로
이름도 성별에 맞게 수정했고 설정도 남학교에서 여학교로 바뀌었다.

그러나 연극 오펀스의 경우는 크로스젠더 캐스팅에서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여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남자 이름 그대로 가고 여배우들이 남자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비클래스처럼 출연진의 성별이 바뀜에 따라서 극의 인물별 성별 설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펀스는 출연진의 성별이 바뀌어도 극 자체의 설정이나 내용은 일절 바뀌지 않고 원작 그대로 간다.
즉 여배우들이 남장을 하고서 남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날에는 트릿과 필립 형제가 아니라 메리와 제인 등 여성스러운 이름의 자매가 출연하고
바지 대신에 치마를 입고 나오는 등 기존 오펀스와는 달리 여성미가 가미된 무대를 상상하였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이날이 올해 오펀스 공연을 세 번째로 관람한 날이었는데
남배우들이 출연했던 지난 두 번의 공연보다
여배우 캐스팅이었던 이날 공연이 좌석이 거의 매진일 정도로 좌석 점유율이 훨씬 높았고 그만큼 열기도 뜨거웠다.
여배우들이 여성스러움을 한껏 강조하며 여성미를 뽐내는 연기를 물론 좋아하지만
남장을 하고서 그녀들 나름대로 굵고 낮은 발성으로 남자 목소리를 연기하는 모습 또한 나름대로 사랑스러웠다.



세 배우 모두 호연을 보여주었지만 이날 공연의 수훈갑은 필립 역 최수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어찌나 귀엽고 앙증맞게 소년 연기를 하던지 여성관객들조차도 귀엽다는 감탄사를 발할 정도였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 두 손으로 매달린 채 공중에서 흔들거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라든가
지하철 객차 내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 민폐를 끼치는 쩍벌남을 연기할 때의 능청스러운 모습 등
통통 튀는 귀여움과 발랄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녀였다.



최유하 배우의 트릿도 매력 있었다.
2부 초반부에 새 양복을 쫙 빼입고서 거울 앞에서 트릿이 자아도취에 빠지는 장면도 좋았고
트릿의 자제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해롤드가 필립과 함께 지하철 안의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에서
자제력 조절에 실패하여 호흡장애를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지는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병원선>, <나도 엄마야> 등으로 낯익은 정경순 배우의 관록 있는 연기도 빛났다.
그녀가 연기한 시카고 출신의 갱스터 해롤드는
트릿과 필립 고아 형제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형제의 자존감 회복에 도움을 주는 어른이다.
엄마에게 버림 받아서 어른을 믿지 못하고 경계심을 품은 형제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서
세상 밖으로 인도하는 해롤드는 연극사에 길이 남을 멋진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극 오펀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이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격언을 빌리자면
격려는 형제를 춤추게 하는 연극 오펀스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세 온정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어른 해롤드를 통하여
아무리 각박하고 혹독한 현실일지라도
이 세상에는 아직 따뜻한 인정이 살아숨쉬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연극 오펀스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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