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주에 개봉하는 영화 <아빠는 예쁘다>의 시사회가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영화 상영 후 박수민, 김성국 두 감독과 백서빈, 김명국, 손민지 세 주연배우가 참석하는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주류회사 영업부의 만년과장 덕재(김명국)는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찬밥 신세다.
덕재는 납품처 개척을 위해서 다른 사원들이 가기 꺼려하는 바(bar) 클럽 하와이에 발을 들인다.

클럽 하와이는 여장을 한 남자들이 무대에 올라서 쇼를 하는 술집이다.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인상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방문을 주저했던 곳이다.
이곳의 젊은 사장 승준(백서빈)은 덕재의 회사와 계약을 하는 대신 조건을 하나 내건다.
다가오는 클럽 하와이의 CD(Cross Dressing. 이성의 복장을 입는 것) 콘테스트에
참가할 인원이 모자르니 덕재가 대회에 참가하라는 조건이었다.

덕재는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승준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였고
그 자리에서 클럽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서 처음으로 화장을 하고 여자 옷을 입어보게 된다.
남자가 여자 옷을 입으니 어색하고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었지만
덕재는 거울에 비친 낯선 자신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클럽 하와이의 멤버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사실이 덕재는 또한 기뻤다.
크로스 드레싱 대회를 준비하는 덕재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영화 아빠는 예쁘다는 회사와 가정에서 설 곳을 잃어서 무력감에 빠져 있던 중년의 주인공이
여장이라는 색다른 취미를 우연히 알게 된 후 취미를 즐기면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간다.
그런 점에서 독특한 취미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연극 <취미의 방>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남자가 여장을 하면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즉 동성애자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간담회에서 김명국 배우는 대본을 읽은 후 동성애적 요소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들은
수정할 것을 시나리오를 쓴 감독들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동성애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춘 영화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버지들이 외롭다는 것은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루어질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다.
가족 구성원 간의 관심과 대화의 결여가 고독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가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고독을 떨쳐내기 위해선 김명국 배우의 바람처럼
가족 간에 대화를 늘리고 관심도를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겠지만
덕재가 그랬듯이 자신만의 취미를 찾아서 그것에 열중하는 것도 삶의 활력을 얻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장한 김명국 배우의 얼굴은 웬지 라미란 배우를 떠올리게 했다.
곱게 분장한 백서빈 배우는 남자 티를 완전히 지울 수야 없었지만 여장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덕재의 아내 미자를 연기한 진선미 배우와 딸 정아를 연기한 손민지 배우는
생활감 넘치는 연기로 덕재네 3인 가족의 무료한 듯하면서도 유쾌한 일상을 그려냈다.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취미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아빠는 예쁘다의 개인적 평점은
★★★★★★★★☆☆
영화 아빠는 예쁘다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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