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뮤지컬 <세종 1446>을 관람했다.

2018년 10월에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뮤지컬 <1446>이 초연을 했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오면서 작품의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하여 제목에 세종이 추가되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문자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과학적 체계로 인정을 받은
한글은 1443년에 창제되었고 1446년에 반포되었다.
창제에서 반포까지 3년의 세월이 걸린 이유로는 한자를 숭배했던 기득권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고
한글의 창제목적과 원리를 한자로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과 한글로 편찬한 최초의 문서 <용비어천가> 등
한글의 효용성을 알리고 직접 시험해보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세종 1446은 에이치제이컬쳐 제작, 김선미 극본,
김은영 작곡/연출, 임세영 작곡/음악감독, 채현원 안무, 김은정 무술이고
공연시간은 1부 75분, 인터미션 15분, 2분 7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세종 역 정상윤, 태종 역 남경주, 전해운 역 장지후, 소헌왕후 역 김지유,
장영실 및 양녕 역 황민수, 운검 역 이지석 배우였고
앙상블 역에 이호진, 이정훈, 문지훈, 조은서, 조영아, 신승윤, 정성재, 윤혜경, 김진식, 오형규,
양성령, 우미나, 김현기, 염원서, 하도빈, 김재희 ,김은서, 정지원, 최경식, 김하연, 신재현 배우였다.
양성령, 우미나, 김현기, 염원서, 하도빈, 김재희 ,김은서, 정지원, 최경식, 김하연, 신재현 배우였다.

뮤지컬 세종 1446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세종 역 정상윤, 태종 역 남경주, 전해운 역 장지후 배우가 각자의 카리스마를 뽐내며 무대를 환하게 밝혔다.
국내 뮤지컬 1세대로 통하는 남경주 배우는 호랑이처럼 매섭고 송골매처럼 날카롭고 냉혹한 피의 군주
태종 이방원을 박력 넘치게 연기하여 목소리만으로도 태산을 떨게 만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태종이 피를 뒤집어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이유가 아버지 이성계의 건국을 돕기 위해서였고
아들 이도(세종)가 평온무사하게 왕위를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명분 때문에 한편으로는 수긍이 갔다.
악업은 내가 모두 짊어질 테니 너는 꽃길을 가라며 호탕한 웃음과 함께 떠나는 태종의 뒷모습은 위대해 보였다.
주인공 세종 역 정상윤 배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뮤지컬 <오캐롤>과 <메피스토>에서 느끼한 캐릭터로 그를 만나봤었기에
과연 세종 역에 어울릴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으나 기우였다.
이래서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진 직업이라고 하는가 보다.
정상윤 세종은 겉으로는 부드럽고 나긋하여 짐짓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였으나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밀고 나갈 때에는 추상과 같은 호령으로 왕의 위엄을 보였다.
상왕 태종과 의견 대립이 일어난 장면에서 세종이 "왕명입니다!"라고 일갈함으로써
태종의 반대의견을 일순간에 잠재우는 장면이 그 좋은 예였다.
이 장면에선 세종의 위세에 감명을 받은 나머지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전해운 역 장지후 배우의 중후한 매력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올해 8월의 <한정림의 음악일기>를 통해서였다.
그 후 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에 이어서 이번 뮤지컬에서 만나보게 되었는데
배역을 소화해내는 힘이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한다.
가상인물인 전해운은 고려 왕실에 종사했던 신하로서
현재는 조선 왕실의 녹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마음 속으로는 고려를 받들고 있는 인물이다.
호시탐탐 고려의 복수를 꾀하고 있으며 세종에게 자객을 보내기도 하여 갈등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장지후 배우는 갈등을 조장하는 캐릭터를 맛스럽게 연기하여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는가 하면
갈등이 해소되는 후반부 장면에서는 세종의 글을 대신 낭독함으로써 뜨거운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그의 프로필을 보니 2010년에 데뷔했으나 본격적인 활동은 2017년부터인 것 같던데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으로 무대에서 자주 만나보면 좋겠다.
세종의 호위무사 운검 역 이지석 배우의 화려한 무술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뮤지컬에서 액션신이 삽입되는 경우 배우들의 액션이 다소 허술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뮤지컬에서는 호위무사 운검은 도움닫기 없이 제자리에서 공중제비와 덤블링을 하는 등
평소부터 무술과 운동으로 단련이 되어야만 가능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어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마도 액션전문배우를 기용한 것 같은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운검 혼자서 여러 명의 자객을 상대하는 장면에선 시원한 액션을 통하여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뮤지컬 세종 1446은 커튼콜 때 관객들을 기립하게 만드는 잘 만든 작품이었다.
세종대왕의 후덕한 인성과 외유내강의 곧은 심성을 이야기 속에서 잘 드러냄으로써
주인공의 인간적 매력에 관객들이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세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한글 창제와 관련된 대목에서는
가공의 인물로서 갈등을 조장하는 캐릭터 전해운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세종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의 진정성을 극적이고 효과적으로 객석에 전달하여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커튼콜 촬영은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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