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이도메네우스 2019/10/17 12:51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연극 <이도메네우스>를 관람했다.
극단 백수광부 제작, 롤란트 쉬멜페니히 작, 이은서 번역, 하동기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80분이다.
임태산, 이민애, 민병욱, 김민선, 조재원, 김효중, 박하영, 이하늘, 이준기, 김혜영 배우가 출연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크레타 섬의 왕 이도메네우스(Idomeneus)를 제목으로 뽑은 연극이라서
고대 그리스 극작가의 작품인가 하고 생각했으나 고전극이 아니라 현대극이었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쉬멜페니히(Roland Schimmelpfennig. 1967-)가 원작을 썼고 뮌헨에서 2008년에 초연됐다.

한국에서 이도메네우스가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브로셔의 작품 소개를 보면 고대 그리스극과 유사한 코러스극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코러스극이란 말 그대로 코러스(chorus. 합창단)를 중심으로 하는 공연을 의미하는 것 같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코러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코러스라 하면 가수 뒤에서 화음을 넣거나 후렴구를 노래하며 흥을 북돋아주는 도우미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도 최대 50명까지로 구성이 되는 코러스는 노래로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노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 이들의 주요한 임무는 이야기의 전달이었던 걸로 보여진다.
오늘날의 연극처럼 등장인물들끼리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여진 희곡을 코러스 배우들이 돌아가며 낭독하거나 합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판소리의 소리꾼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에서부터 각 배역의 노래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으니 잘 키운 소리꾼 하나 열 코러스 부럽지 않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희곡 이도메네우스의 한 페이지다.
대사를 담당하는 배역의 캐릭터명이 따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
첫 번째 남자, 두 번째 여자, 여섯 명의 남자와 여자, 여덟 명 이런 식으로
배역명 없이 성별과 순서나 인원수가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다수의 코러스가 특정한 배역을 맡지 않고 돌아가며 대사를 하는 이러한 형식이 오늘날엔 생소하지만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형태가 일상적이었던 것 같다.



무대에는 철제기둥이 여러 개 세워져 있고 그 사이로 높이가 다른 합판이 걸쳐져 있어서
배우들의 동선 확장에 이용되는 발판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의상은 일상복이라 해도 좋은 수수한 디자인이다.
요란한 컬러를 배제하고 무채색의 편안한 색상을 입힘으로써 의상 때문에 특정 배우가 튀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코러스극답게 모든 배우가 동등한 비중이라는 점이 의상에서도 느껴진다.



10년 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은 트로이의 목마 전술을 활용한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연극 이도메네우스는 그리스 연합군에 참전했던
크레타 섬의 왕 이도메네우스와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가멤논은 트로이의 공주이자 예언자 카산드라를 후첩으로 들이고 귀국하지만
카산드라의 예언처럼 그의 정실에게 살해당한다.
아가멤논의 딸 엘렉트라는 장성한 후에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피의 복수를 한다.
한편 이도메네우스는 귀향 중에 폭풍우를 만나자 이 위기에서 구해주면
육지에 닿은 후 처음 만나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겠다며 포세이돈에게 기도를 올렸다.
몰살당한 트로이인들의 저주였을까. 이도메네우스가 배에서 내려 처음 만난 인간은 그의 아들이었다.
A promise is a promise. (약속은 약속이다.)
이도메네우스는 신에게 맹세했던 약속을 이행했다.

이 연극은 이도메네우스가 아들을 죽여서 제물로 바쳤다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코러스들의 입을 통하여 전달하기도 하지만
이도메네우스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에 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코러스가 여럿이서 노래하는 자 또는 이야기를 입으로 전하는 자의 역할을 담당했으므로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동안에 진실이 왜곡될 수 있음을 경계하라는 작자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겠다.

연극 이도메네우스는 배우들이 돌아가며 단순히 이야기를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구조물을 활용하여 동선을 넓히는가 하면 중요장면에서는 일부 코러스가 배역을 나누어서 대사를 주고받는 등
액티브하고 다이내믹한 변화를 가미하여 열기가 가득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코러스의 특징인 노래가 더해진다면 더욱 인상적인 무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극 이도메네우스 커튼콜.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컬처블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