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헤다가블러 2019/10/08 15:02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에서 연극 <헤다가블러>를 관람했다.
제14회 여성연출가전에 선정된 작품 중 하나다.



해오름예술극장은 여러 번 와 보았지만 이날처럼 관객이 꽉 찬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 연극이 지난 5월에 한양대 캠퍼스 내에 있는 한양예술극장에서
연극영화학과 대학원생들의 워크숍 공연으로 먼저 선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에
대학로에서 다시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을 보러 학과생들이 꽤 왔을 것으로 보인다.



연극 헤다가블러(Hedda Gabler)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 작,
장은실 연출, 양이삭 무대디자인, 김혜민 영상디자인, 유승찬 음악이고 공연시간은 85분이다.
헤다 역 조지승, 게오르게 역 박강원, 엘레브 역 허영손, 테아 역 이현지,
브라크 역 김학준, 율리아 역 이여진, 데니스 역 박상준 배우가 출연했다.  



지난 동국대 워크숍 공연 때의 인물관계도를 참고로 하며 원작의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헤다 테스만(Hedda Tesman) -  작품의 주인공이다. 결혼 전의 성은 가블러(Gabler)였다.
작고한 가블러 장군의 딸로서 아버지의 유품인 권총을 부적인 냥 소지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성격이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매사가 자기중심적인 여자다.

게오르게(예르겐) 테스만(George(Jørgen) Tesman) - 헤다에게 오랫동안 구애하여 승낙을 받아냈다.
연구밖에 모르는 타고난 학자 타입이고 경쟁심이나 출세욕도 없는 순한 남자다.

율리아나(율리아네) 테스만(Juliana(Juliane) Tesman) - 게오르게의 고모이고 미혼이다.
게오르게를 자식처럼 아낀다. 자신의 노후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조카의 신혼집을 마련해주었다.
 
테아 엘브스테드(Thea Elvsted) - 헤다의 학교후배이고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여자다.
불행한 결혼생활에 질린 그녀는 에이레르트를 알게 된 후 삶의 해방구를 찾았다.

브라크 판사(Judge Brack) -  게오르게의 지인이고 직업에 걸맞지 않게 부도덕한 인물이다.
유부녀인 헤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에이레르트 레우볼그(Eilert Lövborg(Ejlert Løvborg)) - 헤다의 옛 연인이고 게오르게의 옛 동료다.
헤다를 사이에 놓고 삼각관계가 형성됐으나 헤다는 에이레르트를 버리고 게오르게를 선택했다.
술에 쩔어서 살던 그는 테아를 만난 후 갱생했고 연구업적을 정리한 새 책을 출간하여 학계의 호평을 받는다.

베르테(Berte) - 테스만 가의 하인.

헨리크 입센이 쓴 4막의 원작 희곡에는 이렇게 7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외래어인 관계로 한글 표기시 다소 차이가 날 수는 있겠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고모의 이름을 한 글자 줄여서 율리아로 했고
하녀 대신에 하인을 등장시키고 이름을 데니스라고 붙였다.
에이레르트를 에일러트도 아니고 엘레브라고 줄인 점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성도 함께 줄였나.





뒷벽에 불규칙하지만 열을 맞춘 정사격형의 구멍을 뚫고 그 안을 다양한 장식물이나 은은한 컬러로 채워넣어서
무대에 생동감을 준 점을 칭찬하고 싶다. 배경 처리만으로도 무대를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헤다의 권총 자살 후 뒷벽을 스크린 삼아서 헤다의 슬픈 표정을 클로즈업하며 흐르는 영상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장면 전환시 흘러나온 음악이 준 임팩트에 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겠다.
1막에서 2막으로 전환되는 장면에서 여성이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처음 들어본 곡이었으므로 아마도 이 연극을 위해서 새롭게 만든 노래가 아닐까 싶다.
가면 안에 갇힌 사람들이라든가 거대한 손에 짓이겨져 등의 가사가
헤다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었기에 연극에 음악을 삽입하여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5월 공연의 포스터를 보니 음악극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시에도 이번 공연처럼 여성 보컬의 음악이 사용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지난 공연과 이번 공연의 음악 담당 스태프의 이름이 달라서 확실치는 않다.

P.S. 김학준, 박강원, 박상준 배우 등으로 구성된 team_d.o.t에게 음악에 관하여 문의했었는데 답변이 왔다.
연극 헤다가블러에 삽입된 음악은 헤다 역 조지승 배우와 율리아 역 이여진 배우가 불렀고 각 제목은 다음과 같다.

1. Hedda Inner Side - 조지승
2. Curiosity - 이여진
3. Highway To Paradise - 조지승
4. Hedda Inner Side (ver.2) - 이여진

이 연극을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들이고 음원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들어볼 수 있다.



조지승 배우가 연기한 헤다 가블러는 노이로제에 걸린 듯 초조해보였고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캐릭터였다.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에 분노조절장애를 갖춘 캐릭터로 보여졌다.
1890년에 쓰여졌고 1891년에 초연한 헤다 가블러에 대한 평가는 초기부터 호불호가 크게 나뉘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버금가는 여자 캐릭터의 탄생이라며
여자 햄릿으로 칭송하거나 패미니즘의 상징적 존재로 좋게 평가하는 이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을 파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악녀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이 연극을 접한 후의 내 느낌은 후자 쪽이다.

게오르게의 두 명의 고모 중 한 분인 리나 고모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그가 황급히 집을 나설 채비를 하며 아내에게 함께 가자고 했을 때
헤다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픈 사람 곁에 있기 싫으니 가지 않겠다고.
심지어는 이후에 헤다는 리나 고모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걸로 보였다.
이쯤 되면 인간관계를 포기한 인물로 봐도 좋지 않을까.
또한 자신의 연금을 저당 잡히고 새 신혼집을 마련해준 율리아 고모에게 감사는커녕
그녀의 모자가 촌스럽다고 조롱하기도 했고(하인의 모자인 줄 알았다고 변명하기는 했지만)
옛 남자친구의 새 연인을 질투하여 그들을 파멸로 내모는 등  
헤다는 도저히 정상적인 인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행동을 보여주었다.

안하무인이고 오만방자하여 목불인견이다.
사람을 업신여기고 오만함이 지나쳐서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
헤다 가블러를 보면서 온갖 범죄와 사기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장관직에 앉아서 조직을 개혁하겠다고 헛소리 지껄이는 어떤 인간이 떠올랐다.
헤다 가블러의 최후의 선택은 권총 자살이었다.
악인의 파멸은 사필귀정이다.





연극 헤다가블러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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