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토 료(内藤了)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
<ON(온)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를 읽었다.
에이치 출판사에서 출간했고 현정수 번역가가 번역했다.

나이토 료는 2014년에 이 책 ON으로 작가 데뷔했다.
나가노(長野)현 출생이고 디자인 사무소를 경영했다는 것 외에는
작가의 성별과 연령 등 많은 것이 베일에 가려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가다.
인터뷰 기사에 실린 작가의 사인과 친필의 글씨체로 봐서는 여성일 거라고 추정한다.
나이토 료 작가의 책이 한국에서 번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작하는 작가라서 ON으로 시작된 토도 히나코 시리즈만 해도
올해 1월에 열 번째에 해당하는 신간이 발간됐고
이 시리즈 외에도 미스터리 소설 <꿈 탐정 프로이트(夢探偵フロイト)>,
공포소설 <여러 건물 인연첩(よろず建物因縁帳)> 시리즈도 출간되고 있다.

소설 ON은 2016년에 여배우 하루(波瑠. 1991-)가 토도 히나코(藤堂比奈子) 역을 맡아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소설의 원제는 <ON 엽기범죄수사반 토도 히나코(猟奇犯罪捜査班・藤堂比奈子)>이지만
드라마의 제목은 <ON 이상범죄수사관 토도 히나코(異常犯罪捜査官・藤堂比奈子)>로 다소 변경이 되었고
원작에서는 주인공의 근무지가 하치오지(八王子)시의 하치오지니시(八王子西) 경찰서로 설정되어 있으나
드라마에서는 토쿄 경시청 수사1과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최근에 일드를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인데
소설을 다 읽은 후 드라마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여 드라마를 찾아서 잠깐 시청해 보았는데
좋아하는 배우 와타베 아츠로(渡部篤郎. 1968-)가 애칭 간 씨(ガンさん)라고 불리는
히나코의 상사 아츠다 이와오(厚田巌夫) 역으로 출연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가 조건반사를 증명한 파블로프의 개(Pavlov's Dog) 이론은 익히 알려져 있다.
소설 ON에서는 뇌와 관련된 가설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는데
그 가설이 파블로프의 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의 가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는 좀처럼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히가시노 케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처럼 이 소설도 추리소설이 아니라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된다.

토쿄 스미다(墨田)구 킨시초(錦糸町)역 인근에 위치한 킨시공원(錦糸公園).

하치오지역 인근에 위치한 후나모리공원(船森公園).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지명은 가공의 것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책에서는 실재하는 지명들이 많이 사용됐다.
히나코가 근무하는 경찰서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후나모리 공원이라든가
소설 속의 주요장소인 하야사카 멘탈 클리닉과 인접한 킨시공원 등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다.

나가노현 나가노시에 위치한 젠코지(善光寺) 또한 실재하는 사찰이고
젠코지 정문 인근에 위치한다고 쓰여 있는 야와타야이소고로(八幡屋礒五郎) 또한 마찬가지다.
야와타야이소고로는 270년의 역사를 지닌 유명한 고춧가루 제조사이고 본사 건물이 젠코지 인근에 있다.

야와타야이소고로의 고춧가루 시치미(七味) 캔은
히나코가 부적처럼 항상 지니고 다니며 모든 음식과 음료에 넣어서 먹는 필수템이다.
그녀는 주머니 속의 시치미 캔을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얻는다.

소설 ON은 콜라병을 음부에 꽂아서 자살한 남자를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된 수사가
머리를 감방 벽에 찧어서 자살한 죄수, 개목걸이를 한 채 몸에 불을 붙여서 자살한 남자 등
엽기적인 사체들에서도 공통점이 발견되면서
자살이 아니라 자살로 위장한 연쇄살인사건의 가능성이 제기되며 수사망이 확대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형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토도 히나코를 비롯하여
형사과의 동료들과 검시관 그리고 주변인물들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고
흥미로운 전개로 책 속에 몰입하기 좋은 작품이었다.
후속작들도 번역본으로 만나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라이너스의 담요나 히나코의 야와타야이소고로 시치미처럼
독자들 또한 마음에 위안을 주는 자신만의 부적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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