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밀실수업 2019/09/22 20:46 by 오오카미




대학로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 연극 <밀실수업>을 관람했다.



이번에 초연하는 연극 밀실수업은 극단 인간극장 제작,
위기훈 작, 신동인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2시간이다.
인동초 역에 신현종, 민유라 역에 이경미, 이재은 역에 강정한, 김태경 역에 김유림 배우가 출연한다.

무대에는 좌파 대통령 세 명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런데 각 초상화 앞에는 석쇠(불판)로 엮은 벽을 꾸며 놓았다.
무대만 보더라도 제작진의 정치적 이념이 어느 쪽인지 쉽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벽에 걸어놓은 초상화 속의 역대 대통령들을 불판에 구워버리고 싶다는 상념을 무대에 반영한 것이리라.



29세의 대학원생 재은과 28세의 태경은 연인 사이다.
취업이 안 되어 대학원에 들어간 재은은 학비 마련을 위해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급여를 받지 못하여 회사 사장에게 따지러 갔다가 실제 사장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실제 사장이 사적인 용무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은
재은은 받지 못한 급여의 지급을 요구하고 새 일자리도 알아볼 겸 실제 사장의 집을 찾아간다.

한편 태경은 반반한 미모를 활용하여 민유라가 마담으로 있는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 재은과 대판 싸운다.
속상한 마음을 하소연하러 민 마담을 찾아간 태경이 남자친구의 급료를 미지불한 악덕사장에 관하여 얘기하자
재계와 정계에도 발이 넓은 민 마담은 돈과 힘 있는 인간들의 추악한 민낯을 비난하며 태경을 위로한다.

인동초는 실제나이는 80세이지만 꾸준한 운동과 식단관리로 나이보다 스무 살은 더 젊어보이는 인물이다.
한때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권력의 실세로서 국정을 쥐락펴락한 적도 있었다.
너무나 많은 적을 만들어버린 그는 훗날 적들로부터 복수를 당할 것을 염려하여 죽음을 위장하고 모습을 감추었다.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숨어지냈으나 결국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한국을 떠나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애국심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가명을 쓰고 차명계좌를 이용하며 바지사장들을 내세워 여러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이 세대 간의 갈등과 대립을 다룬 연극이라고 했다.
동초는 돈과 힘이 있는 노인 세대, 재은과 태경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젊은 세대,
그리고 민 마담은 두 세대 사이에 끼인 세대이자 현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를 대변한다.

재은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태경은 분노조절장애라서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다.
무언가에 겁먹어서 주눅이 들어 있거나 무언가에 분노하여 화를 참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공포와 울분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다.

동초는 박정희 대통령의 기일을 매년 추모할 정도로 애국심이 투철하고 자긍심이 높은 노인이지만
여자를 무시하고 젊은 세대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고압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가진 자의 오만을 보여준다.

민 마담은 권세가와 재력가에게 빌붙어서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한 인물이다.
가진 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비굴함도 감수했지만 그 대신 잇속을 챙기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참는 데에도 한계가 온 것일까 아니면 위험한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무시당하는 삶이 이젠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경미 배우가 연기한 민유라는 네 명의 캐릭터 중 등장시간은 가장 짧았으나
처세술엔 능하지만 가방끈이 짧은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어서
큰소리로 화를 내는 민 마담에게 태경이 언니 또 폭주하네라며 핀잔을 주자
민 마담은 나 술 안 마셨어라며 暴走를 暴酒로 잘못 이해하는 장면처럼
동문서답식의 대사로 객석에 웃음을 주는 장면이 일부 있는 데다가
엔딩에서 그녀가 보인 충격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강한 인상을 남기는 등장인물이다.

N포세대의 암울함을 함축한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재은이 태경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자 태경은 메타포(은유) 쓰지 말라며 반발했다.
사랑이 왜 메타포냐고 재은이 반문하자 태경은 대답했다. 현실에 없으니까 메타포라고.
꿈도 희망도 그리고 사랑도 없는 세대의 아픔이 가슴에 와닿는다.

후반부에 최후의 만찬이 아닌 최후의 조찬을 갖는 장면을 보면서
세대 간의 갈등을 그린 연극이지만 어쩌면 함께 식사하는 것을 통하여
세대 간의 화해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한끼의 식사로 깊은 고랑이 채워질 리는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계셨기에 나라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는 동초의 말에
그게 어떻게 한 사람의 공이냐며 온 국민이 합심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고 반박하는 재은처럼
세대 간의 대립과 갈등을 이해와 협력으로 바꾸는 것은 지난한 일일지도 모른다.
둘의 의견을 조합하여 박정희 대통령이 뛰어난 지도자였고 국민들도 열심히 노력했으므로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었다라고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통령 잘못 뽑으면 나라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국민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자질과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연극 밀실수업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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