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로산나 vol.1 2019/09/06 14:56 by 오오카미




9월의 첫날에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연극 <로산나 vol.1>을 관람했다.



연극의 원작은 미국 여성작가 신디 루 존슨(Cindy Lou Johnson)이 1989년에 쓴 희곡 Brilliant Traces다.
1989년 2월 뉴욕 체리 레인 극장(the Cherry Lane Theatre)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찬란히 빛나는>이라는 타이틀로 극단칠꽃이 2017년 1월에 초연, 11월에 재연했다.



연극 로산나 vol.1은 극단칠꽃 제작, 이종혁 번역/각색/연출이고 공연시간은 60분이다.
2017년 공연에서는 원작처럼 남자 주인공 헨리(Henry)와 여자 주인공 로산나(Rosannah)가 출연하는 2인극이었으나
여주인공 이름으로 타이틀을 바꾼 이번 공연에서는 여주인공만 출연하는 모노드라마(1인극)로 변경되었고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가 추가되어 생생한 라이브 연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로산나 역에 김수안 배우, 첼로에 김경단, 피아노에 정해림 연주자가 출연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알래스카의 외딴 오두막이다.
눈보라가 치던 어느 날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 로산나가 이곳을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 안에 들어온 로산나는 다짜고짜 화부터 낸다.
왜 빨리 문을 열어주지 않았냐며 영하 500도의 날씨에 얼어죽을 뻔하지 않았냐고.
로산나는 한마디로 당돌한 여자였다.

눈에 젖고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던 로산나는 긴장이 풀리자 급격한 피로가 찾아왔는지
기절한 듯 쓰러져서 이틀 간이나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로산나는 아리조나의 결혼식장에서 빠져나와 차를 몰고서 이곳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원작은 2인극이라서 로산나의 고통뿐만 아니라 상대역인 헨리의 아픔도 다루어지지만
이번 버전은 1인극으로 각색되었으므로
아무래도 헨리의 이야기는 표면화되지 않았고 로산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당신은 이제까지 내가 만난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로산나의 결혼식장에 모습을 나타낸 그녀의 아버지가 딸에게 건넨 말이다.
그녀의 가족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언급이 되고 있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아버지가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칭찬인지 작업 멘트인지 처음 보는 아름다운 여자라고 치켜세운 걸로 미루어보아
로산나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것으로 추측된다.
찬란했던 기억과 추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관한 공포에 로산나는 오열하고 만다.

여자 주인공만을 표면에 내세운 1인극이므로 이번 무대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고통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원작의 헨리의 경우는 사고로 잃은 어린 딸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기억을 잊고 싶어한다.
기억을 잊고 싶은 헨리와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로산나. 원작은 상반되는 입장의 두 남녀의 이야기다.
각자가 지닌 아픔과 고통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슬픔은 반으로 줄어들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상대의 아픔을 헤아려보고
또한 자신의 아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2인극이 1인극화된 특성상 원작이 전하는 역지사지의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았으나
그 대신 여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작품이 지니고 있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알래스카까지 왔다는 비현실감과
아버지의 기억이 사라졌듯이 나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아요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로산나의 모습에서 과연 로산나는 실재하는 인물일까 끊임없이 의심을 하게 된다.
헨리 또는 관객(이번 공연에선 헨리가 직접 등장하지 않으므로)이 지닌 아픔과는
정반대의 아픔을 지닌 것으로 설정되어 창조된 꿈 속의 여인처럼도 느껴진다.



무대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연극에서는 당당하게 무대의 중앙에 첼로, 오른편에 피아노가 배치되어
공연 중에 배우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진다.
김경단, 정해림 두 아티스트는 바그너의 <결혼행진곡>, 브람스의 <자장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등 귀에 익은 클래식 연주로 극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여주인공을 보필했다.
로산나 역 김수안 배우는 영화 <롱 리브 더 킹>에서 최귀화 배우가 연기한 국회의원의
요염한 여비서 이애리사 역으로 출연했고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을 재구성한 연극 <공포>에서는 아름다운 유부녀 마리 역으로 만나봤었다.
2000년에 드라마로 데뷔한 20년차 배우답게 이 연극에서도 감정을 잘 살린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극 로산나 vol.1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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