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테레즈 라캥 2019/07/29 17:12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예스24 스테이지 2관에서 뮤지컬 <테레즈 라캥>을 관람했다.
이번에 초연하는 창작뮤지컬이고 원작은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Émile Zola. 1840-1902)의 동명소설 <Thérèse Raquin(1867)>이다.
에밀 졸라가 직접 각색한 희곡으로 1873년에 연극으로 초연되기도 했다.



한다프로덕션 제작, 에밀 졸라 원작, 정찬수 극작/연출/작사,
한혜신 작곡/음악감독, 이현정 안무이고 공연시간은 11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테레즈 라캥 역 강채영, 로랑(Laurent) 역 노윤,
카미유(Camille) 역 박준휘, 라캥 부인(Madame Raquin) 역 오진영 배우였다.



여주인공 테레즈 라캥 역에는 정인지, 나하나, 강채영 배우가 트리플캐스팅이다.
공연 팸플릿도 각 여배우가 앞면을 장식하는 3종이 준비되어 있다.
MD 에코백에는 극중 대사이기도 한
"안녕, 내 사랑 카미유(Salut, Mon Cher Camille)"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의 배경은 1860년대의 프랑스다.
여주인공 테레즈 라캥은 선장인 프랑스인 아버지와 알제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테레즈는 그녀의 모친이 죽은 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건너왔고
아버지의 누이인 라캥 부인의 집에 맡겨졌다.
라캥 부인에게는 병약한 아들 카미유가 있었는데
오로지 아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라캥 부인은 테레즈에게 카미유의 간호을 맡겼다.
어머니의 과보호 하에서 성장한 카미유는 혼자서는 약도 챙겨먹지 못하는 마마보이가 되어 버렸고
수호천사처럼 늘 곁에서 자신을 간호해준 사촌누이 테레즈에게 어느새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아들 카미유와 조카 테레즈가 성인이 되자 라캥 부인은 둘을 결혼시킨다.
엄마와 아내를 자기 힘으로 부양하겠다는 카미유의 결심에 의해 세 사람은 파리로 이사를 하게 된다.
카미유는 철도회사에 취업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어릴 적 친구였던 로랑과 재회한다.
한때는 화가가 될 생각도 있었던 로랑은 카미유의 초대에 대한 답례로
친구의 초상화를 그려줄 생각으로 화구상자를 짊어 메고 카미유의 집을 방문하고
어렸을 때 함께 논 적이 있는 카미유의 여자사촌, 이제는 친구의 부인이 된 테레즈와 재회하게 된다.
고압적인 시어머니와 남자 구실을 못하는 병약한 남편 때문에 숨이 막히는 생활을 해왔던
테레즈는 건장하고 남자다운 로랑을 보는 순간 그녀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가 깨어났음을 느낀다.



한국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1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소설은 정비석(1911-1991)의 <자유부인(自由夫人. 1954)>이다.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제약을 받는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슬람교의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은 외출을 할 때
히잡, 차도르, 니캅, 부르카 등을 착용하여 신체 노출을 제한한다든지
문명화된 선진국에서도 아들과 달리 딸에게는 몇 시까지는 집에 들어와야 한다고 통금시간을 정한다든지
남녀차별이라고 볼 수 있는 다양한 제약이 여전히 현존한다.

그래서일까. 여권신장의 추세에 발맞추어 억압받던 여성이 자신을 구속하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로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여주인공 테레즈는 별다른 애정도 없는 사촌형제와 결혼해야만 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선택이란 없었다.
시어머니의 명령을 받들어 병약한 남편을 수발하고 집안일을 돕는 일과가 반복될 뿐이었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집 밖으로 나갈 일조차 거의 없던 테레즈에게 라캥 가의 집은 감옥과도 같았다.
생기가 없던 그녀의 삶에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난 이가 로랑이었다.
테레즈는 그를 통해서 원초적 본능의 쾌감을 경험하게 되었고 라캥 가를 벗어날 꿈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카미유와 라캥 부인의 눈을 피해서 몰래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불편함에 질린
테레즈와 로랑은 카미유를 사고사로 위장하여 죽이기로 공모한다.
불륜을 저지른 연인은 자유의지로 자행한 살인이 그들에게 달콤한 사랑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테레즈와 로랑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들의 양심을 옥죄어올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책임이었던 것이다.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의 유화 <실내(Interior. 1869)>는
상의가 반쯤 벗겨진 채 등을 돌리고 있는 여인의 모습과 어두운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
그리고 아무렇게나 벗어던져진 옷들 때문에 <강간(The Rape)>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소설 테레즈 라캥에서 불륜에 빠진 테레즈와 로랑은 공모하여 카미유를 살해하지만
이후 밤마다 카미유의 혼령에 시달리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은 식어가고
카미유에 대한 죄책감과 공모자를 향한 원망과 증오심은 커져만 간다.
로랑은 라캥 부인의 집에 드나들며 카미유 대신 아들 노릇을 하겠다며 부인의 환심을 샀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만든 사랑이었기에 어떻게든 다시 불타는 사랑을 되찾고 싶었던
테레즈와 로랑은 결국 원래 계획대로 결혼을 하지만 이미 식어버린 애정은
신혼방의 벽난로 속에서 빨갛게 타오르는 장작과는 달리 다시 불이 붙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둘의 첫날밤은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울 뿐이었다.
이 그림에서 전해지는 남녀의 냉랭한 분위기와 실내의 풍경이 소설 속의 묘사와 유사하여
드가의 실내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려진 작품이라는 설이 있다.



음악면에 있어서는 우울한 테레즈의 심정과 음침한 라캥 가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음악들로 구성되어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표독한 눈빛으로 매서운 시어머니를 연기한 오진영 배우의 카리스마가 빛이 났고
남의 부인을 탐내는 바람둥이를 연기한 노윤 배우의 노래에는 활기가 넘쳤다.
지탄받아 마땅한 불륜이라고는 해도 테레즈와 로랑이 2층 다락방에서
한창 불타오르는 사랑을 나누며 부르는 듀엣 넘버는 역시나 감미로웠다.
테레즈 역의 강채영 배우는 이번 작품이 데뷔작인 것 같은데
발성력이나 감정표현력 등에서 좀 더 다듬어지면 보다 좋은 무대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웹에서 후기들을 찾아서 읽어보니
정인지, 나하나 테레즈에 대한 호평이 많아서 다른 테레즈의 무대도 궁금해진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 커튼콜.

기존에 사용했던 캐논 파워샷 SX510 HS는 동영상 모드에서 설정할 수 있는 값이 화이트밸런스 정도뿐이었으나
새로 구입한 캐논 파워샷 SX70 HS는 동영상 모드에서도  ISO 감도 등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이 몇 개 더 있어서
커튼콜 촬영시 다소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적에 가까운 설정을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새 카메라 구입 후 처음 촬영한 커튼콜이 되는 이 영상은
ISO 감도를 자동으로 맞추어놓고 찍었는데 무대가 어두운 편이었기에 ISO 수치가 최대치로 올라간 듯하다.
노이즈가 작렬하고 선예도가 엉망이 되어서 마치 미니어처 효과로 찍은 듯한 영상이 되어 버렸다.
원치 않는 미니어처 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ISO 감도를 수동으로 설정하여 최적값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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