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시비노자 2019/07/16 12:32 by 오오카미




지난주 금요일에 가나의집 열림홀에서 연극 <시비노자>를 관람했다.



연극 시비노자는 히스씨어터 제작,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1920-2002) 원작,
강봉훈 각색/연출이고 공연시간은 8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김혜나, 한지윤, 김대영, 박재원, 조계성, 김세환, 송보은, 남슬기 배우였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배심원들이다.
배심원이 등장하는 연극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작품이 레지날드 로즈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다.
연극 시비노자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다루는 미국식 배심원제는 12명의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와 무죄 중 어느 한쪽을 결정해야만 하고 
배심원단이 선택한 결론은 법적 구속력(기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배심원단이 평결한 대로 판사의 판결도 내려진다.
그러나 한국의 배심원제는 미국식 배심원제와는 차이가 있다.
배심원 수가 12명이 아니라 8명에서 10명 내외로 구성이 되고
만장일치제가 원칙이긴 하지만 의견이 통일되지 않을 때에는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는 쪽으로 평결이 내려지는 가중다수결제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배심원단의 평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 <배심원들>에서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판사가 유죄 선고를 고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극 시비노자는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50분간 펼쳐지는 1장은 재미있었다. 약 2시간 분량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절반의 시간 동안 압축하여 보여준다.
원작에서는 유무죄를 묻는 첫 번째 투표에서 11명의 배심원들이 유죄를 선택했고 단 한 명의 배심원이 무죄를 선택했으나
이 연극에서는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평결이 내려진다는 국민참여재판의 규정 때문에
첫 번째 투표에서 8명의 배심원단 중 5명이 유죄를 선택하고 3명이 무죄를 선택하는 걸로 설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 원작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11대 1과 5대 3이 주는 뉘앙스는 다를 수밖에 없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 연극도 각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려내고 있어서
배심원단의 토론 과정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배심원단의 토론 진행을 주도하는 배심원장 즉 1번 배심원은 유치원 교사로 설정되어 있다.
1번 배심원을 연기한 김혜나 배우는 배심원들의 언쟁을 중재할 때
교사가 어린이들을 타이르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여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8명의 배심원 중 3명이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홍삼점(紅三點) 모두 미인이어서 관극에 즐거움을 더했다.
2번 배심원 역 한지윤 배우는 이 연극이 무대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전혀 신인으로 느껴지지 않는 끼와 매력을 보여주었다.



7번 배심원 역 송보은 배우는 손가락을 다쳤는지 손에 부분 깁스를 하고 무대에 섰다.
7번 배심원은 피고처럼 불량 청소년 시절을 경험했었기에 피고에 대한 동정심이 많은 캐릭터다.
말다툼 끝에 유죄를 주장하는 남자 배심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몸짓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원작에서는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가 소년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이 연극에서는 소녀로 설정했고
범죄에 사용된 흉기가 원작에서는 칼로 되어 있으나 이 작품에서는 미용가위로 되어 있는 등
세부적으로는 다소 설정이 변경된 부분이 있긴 하나
범죄현장에서 피고를 목격했다는 두 명의 목격자가 아래층에 사는 할아버지와 철길 건너편 집의 중년 여성인 점과
배심원 토론 과정에서 목격자의 증언에서 의문시되는 점에 중점을 둔다는 점 등 중요한 사항은 원작과 대동소이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1장은 재미있게 흘러갔으나 문제는 2장이다.
1장의 후반부에서 배심원 투표 결과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인원수는 4대 4로 동률을 이룬다.

이후 객석의 불이 켜지고 배우들이 객석을 향하여 과연 피고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의견을 묻는다.
몇몇 관객이 자발적으로 또는 지목을 받아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나면
배심원장이 유죄라고 생각하는 관객과 무죄라고 생각하는 관객 중 어느 쪽이 많은가를 관객들의 거수로 측정한다.
약 10분간 진행되는 관객 참여의 시간에서 나온 결과에 따라서 2장이 진행된다.

2장에서는 피고의 범죄현장을 재현한다.
유죄이든 무죄이든 내용에 큰 변화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이 연극에서는 원작에서는 따로 언급되지 않는 피고의 이성친구라는 캐릭터를 추가했다.
소녀와 남자친구가 방에 함께 있다가 둘 중 한쪽이 거실에 있던 소녀의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설정함으로써
객석의 유무죄 투표 결과에 따라서 미용가위로 살인을 한 인물을
소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중에서 손쉽게 변경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 객석 투표에서는 무죄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을 아는 관객이라면 첫 배심원 투표에서 유죄와 무죄의 인원수가 11대 1이었으나
피고의 무죄를 주장하는 단 한 명의 배심원이 기나긴 토론 끝에 전원을 설득하여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죄 쪽에 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재현극에서는 소녀가 진범인 것으로 끝을 맺었다.
연출가는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평결이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관극 후의 느낌으로는 관객 토론과 2장은 불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결말이 알려져 있는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아니라
다툼의 여지가 있는 판례나 오리지널 대본을 활용했어야 관객 토론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2장 재현극에서는 인물들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1번 배심원과 7번 배심원의 여고생 교복 의상은 그다지 위화감이 들진 않았으나
세련된 의상만으로도 전문직 여성임을 알 수 있었던 2번 배심원이
촌스러운 실내복 차림으로 건너편 집 여자를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제목 시비노자는 옳고 그름의 시비(是非)에 성낼 노(怒)와 사람 자(者)를 결합시킨 조어다.
관객 토론과 2장 없이 1장을 늘려서 8인의 성난 사람들로 구성하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연극은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서 인사하는 시간 즉 커튼콜이 없었다.
꽤 많은 공연을 봐 왔지만 커튼콜 자체가 없는 연극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커튼콜도 없이 공연을 끝내는 건 일종의 관객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커튼콜 있는 무대로 변경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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