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그을린 사랑 2019/07/14 21:03 by 오오카미




인터미션을 포함하여 3시간 30분짜리 연극 <그을린 사랑>이 작년 공연에 이어서 올해에도 올림픽공원 K-아트홀을 찾아왔다.
첫날 공연을 보고 왔다. 공연시간은 1부 90분, 인터미션 15분, 2부 110분이었다.



연극의 원작은 레바논 출생 캐나다 극작가 와이디 무아와드(Wajdi Mouawad. 1968-)가
2003년에 프랑스어로 발표한 희곡 Incendies다. Incendies는 불어로 '화염'이란 뜻이다.
2010년에 캐나다 영화감독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1967-)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2011년에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타이틀이 '그을린 사랑'으로 바뀌었기 때문인지
2012년에 연극이 국내에서 초연되었을 때 제목도 화염이 아니라 그을린 사랑으로 명명됐다.

이번 공연으로 삼연째를 맞이하는 연극 그을린 사랑은
마크923 제작, 최준호 번역, 신유청 연출이고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남명렬, 이주영, 이원석, 이세인, 송희정, 우범진, 하준호, 백석광 배우였다.



K-아트홀은 올림픽공원의 명소 중 하나인 장미광장(장미정원)과 맞닿아 있다.
공연장 뒷면이 사진처럼 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커튼을 젖히면 장미광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공연장 안에서 실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곳만의 차별화된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르밀 르벨 변호사가 그의 친구였던 나왈 마르한의 유언장을 집행하는 장면으로 막이 오른다.
나왈이 낳은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이 변호사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
누나 잔느는 대학교 수학과의 조교이고 남동생 시몽은 아마추어 복서다. 둘의 나이는 22세다.
나왈은 죽기 전 5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병원에서 그녀를 돌보았던 간병인조차 나왈의 목소리를 들은 건 그녀가 죽기 얼마 전
쌍둥이 남매의 생일날에 "이제 우리 함께 있으니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한 혼잣말이 전부라고 했다.

나왈은 유언장에서 세 통의 편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 편지는 남매의 아버지 앞으로 쓴 것으로 딸 잔느에게 배송을 부탁했고 
두 번째 편지는 남매의 손위 남자형제에게 보내는 편지로 아들 시몽에게 배달이 위탁됐다.
그리고 두 편지가 지정된 수신인에게 배달완료되었을 때 남매에게 전해달라며 변호사에게 세 번째 편지가 맡겨졌다.
잔느와 시몽에게 있어서 나왈은 다정다감한 어머니가 아니었다.
5년 전부터는 나왈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자식들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그런 어머니가 죽은 걸로 알고 있는 아버지와 처음 들어보는 손위 형제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니
남매로서는 이 여자가 미쳐 버렸거나 아니면 죽어서도 우리를 조롱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을 것이다.
시몽은 욕을 내뱉으며 편지 수령을 거부했고 잔느 또한 편지를 받지 않고 조용히 변호사 사무실을 뒤로했다.

그러나 며칠 후 잔느는 르벨을 찾아가서 나왈이 맡긴 편지를 받아든다.
수학에는 미해결된 문제들이 여럿 있다. 그럼에도 수학자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서 평생을 연구에 바치기도 한다.
수학자 잔느는 어머니가 왜 침묵했는지 그 해답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연극은 레바논 내전(Lebanese Civil War. 1975-1990)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기독교도 주민과 이슬람교도 난민 사이에 살육이 자행되었고 내전 기간 중에 최소 1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독교계 소녀 나왈은 이슬람계 난민 소년 와합과 사랑에 빠져서 사내아이를 출산하지만
나왈의 부모는 딸이 낳은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버린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은 것은 가문의 수치였기 때문이다.
나왈을 이해해준 것은 할머니뿐이었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인습을 타파하려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왈은 글을 읽고 쓰는 법과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집에서 쫓겨난 뒤 3년 만에 돌아온 나왈은 할머니의 묘비에 이름을 새겨넣음으로써 조모와의 약속을 지킨다.
이후 나왈은 아들을 찾기 위해서 동성친구 사우다와 함께 20년이 넘는 세월을 싸웠다.
총과 칼이 아니라 붓과 펜을 들고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고 인습을 타파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민병대의 공격에 의해 난민촌이 폐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나왈은 한계를 직감한다.
민병대 대장의 집에 과외교사로 취업하여 대장을 암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암살에 성공한 나왈은 민병대에 붙잡혔지만 그들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감옥에 가둔 후 온갖 고문으로 나왈을 능욕함으로써 살아서 치욕을 맛보게 한 것이다.
수감생활 후반에는 고문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하여 독방 안에서 홀로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수감번호 72번을 달고서 10년간 감옥에 있는 동안 나왈은 수감자와 간수들에게 '노래하는 여자'로 불렸다.
독방 안에서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잔느는 중동에서 엄마의 발자취를 좇으며 이와 같은 사실들을 알아낸다.
노래하는 여자는 이곳 사람들에게 전설적인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1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입증될 때
주인공 나왈이 침묵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그녀를 짓눌렀을 인생의 무게감이 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년에 관람했을 때보다 올해 관극에서 보다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왈 역 이주영 배우와 니하드 역 백석광 배우를 비롯한 여덟 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하모니의 힘일 것이다.
도입부부터 편안하게 극을 리드하며 관객을 극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 베테랑 남명렬 배우의 매력은 빛이 났고
소녀시절부터 노년기까지 여러 연령대를 능숙하게 연기하며 절묘한 감정연기를 보여준 이주영 배우의 무게감이 대단했다.

슈퍼트램프(Supertramp)의 <논리적인 노래(The Logical Song. 1979)>와 함께 등장하는 니하드의 스나이퍼 장면은
작년 공연에서는 공중통로를 활용했지만 올해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서 그대로 진행이 된다.
소품이 별로 없는 미니멀한 무대를 보강하기 위해서 수평으로 늘어뜨린 길다란 형광스틱을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잔느와 시몽의 현재(2002년)와 나왈의 과거 사건을 연계하거나 병행하는 방식에서는 연극적 묘미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 과거 시점에서 민병대에서 살해당해 무대에 누워 있던 두 명의 난민 역 배우가
현재 시점으로 변경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잔느에게 노래하는 여자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주민 역을 하는 식이다.  

연극 그을린 사랑은 추천하고픈 수작이다.
3시간 3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기에 진득하게 작품의 재미와 깊이를 음미할 수 있는 연극이다.
자식들에게 차마 직접 입으로 전할 수 없을 만큼 아픈 과거를 안고 산 주인공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자식들의 여정을 통하여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침묵의 이유가 밝혀지는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에는 전율과도 같은 충격과 뜨거운 눈물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연극 그을린 사랑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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