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너의 이야기 2019/06/28 16:16 by 오오카미




쌤앤파커스에서 지난 5월 말에 출간한 일본소설 <너의 이야기(君の話)>를 읽었다.
원작은 일본에서 2018년 7월에 발간됐고 지은이는 미아키 스가루(三秋縋. 1990-)다.
미아키 스가루 작가는 2011년부터 일본의 대표적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니찬네루(2ch. 현재의 고찬네루(5ch))에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웹에 연재했던 소설을 2013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미아키 스가루 작가의 공식트위터 https://twitter.com/everb1ue 

책의 표지가 사거나 읽을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주 작가의 수필집 <언어의 온도>의 경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보라색을 표지에 채용하고 있어서 손에 들게 되었고
이 소설 너의 이야기의 경우도 표지에 사용된 매혹적인 여성의 일러스트가 우선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서와 국내 번역본의 표지 그림이 다른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동일하다. 단 좌우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표지 일러스트는 콘노 마유미(紺野真弓. 1987-)가 담당했다.
2015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고 공식홈페이지는 https://www.mayumikonno.com/ 이다.
이 포스트에서 첨부하고 있는 일러스트는 모두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소설 너의 이야기는 SF 스릴러 로맨스다.
스릴러와 로맨스의 비중도 크지만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 장르라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들고 싶다.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소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ぼくは明日、昨日のきみとデートする. 2014)>에서
남녀 주인공이 서로 정반대로 흐르는 시간대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었던 것처럼
이 소설도 현시점의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소재를 소설의 핵심적 설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기발하고도 참신했다.

그리 머지 않은 미래의 일본이 소설의 배경이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기 위한 노력의 부산물로 인간의 기억을 개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겠다는 원래 목표를 인류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연구 도중에 인간의 기억을 부분적으로 변형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게 된 것이다.
이리하여 원래 있던 기억을 원하는 새로운 기억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고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버릴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개조된 기억을 의억(義憶)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가짜 기억이라는 뜻에서 위억(偽憶) 등의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어감이라는 지적이 많아서
의수, 의족처럼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준다는 의미를 담아서 의억이라는 명칭이 정착되게 되었다.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택하고 있다.
후반부에 이전까지 1인칭이었던 '나'와 2인칭이었던 '너'의 대상이 뒤바뀌어 전개되는 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 장 역시 1인칭 주인공 시점임에는 변화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선호한다. 화자에게 감정이입하기 좋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입장이 뒤바뀌는 대목이 있다는 점에서도
앞서 언급했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나다와 맥이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겠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주인공이 따로 자기소개를 하지 않는 바람에
주인공인 나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은 수십 페이지를 넘긴 후
주인공이 거의 유일한 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선배와 오랜만에 만나는 장면에서
그 선배가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는 대목에 이르러서다.
반면에 주인공의 상대역이 되는 여주인공의 이름 나츠나기 토카(夏凪灯花)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언급이 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마가이 치히로(天谷千尋)다.
그는 가정에서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학교에서는 친구가 없는 고독함 속에서 자란 외톨이다.
치히로의 부모는 의억을 탐닉했다.
그의 아버지는 의억을 구입하여 여러 명의 아내를 기억 속에 만들었고
그의 어머니 또한 현실의 가정에 만족하지 못한 채 그녀가 원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기억을 구입했다.
치히로의 부모는 결국 이혼했고 그의 양육은 아버지에게 맡겨졌다.
가정을 내팽개치고 의억에 의지했던 부모을 보고 자란 탓에 치히로는 의억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기억을 뇌 속에 주입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좋은 기억이나 즐거운 추억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돌아보니
이런 우울한 기억으로 가득한 과거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치히로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후 일정 시기의 기억을 지워 버리는 의억 '레테'를 구입하게 된다.



가상의 기억을 의미하는 의억 외에도 의억을 만드는 전문가를 의미하는 의억기공사(義憶技工士),
의억 속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 의자(義者) 등의 신선한 용어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후 세계의 망각의 강 이름에서 따온 레테를 복용하였으나
치히로의 회색빛 과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웃에 살았던 나츠나기 토카라는 소꿉친구의 기억이 새롭게 생겨났다.
의억 판매점에서 기억을 지우는 레테가 아니라
청춘 시절의 풋풋한 추억을 새겨넣는 의억 '그린그린'을 잘못 보내온 것이었다.
치히로는 구입처에 전화하여 제품이 잘못 배송되었으니 레테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린그린에 의해 새로 기억이 추가되긴 했지만 레테가 다시 배송되고
그것을 복용하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지난 과거는 잊혀질 것이니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치히로에게 예상치도 않았던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가상의 존재일 수밖에 없는 나츠나기 토카와 꼭 닮은 여인이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치히로의 옆집에 이사 온 나츠나기 토카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니면 치히로의 기억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
토카가 등장하면서부터 소설에는 스릴러적 분위기가 가미된다.

"실재하는 인간이 실재하지 않는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도 허무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인간이 실재하는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도 똑같이 허무하다.
실재하지 않는 인간이 실재하지 않는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허무다."라는 대사처럼 냉소적이고 비관적이었던 치히로가
토카와의 만남 이후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변해가는 모습에서 로맨스의 향취가 전해져온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인간사회는 인간의 직접적인 노동력이 불필요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면 운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주행 중인 차 속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키오스크를 활용한 무인주문시스템의 보편화는 비대면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언택트 마케팅을 현실화할 것이다.
그리고 VR(가상현실) 기술이 극도로 발전하게 되면 가상의 공간 속에서 가상의 존재와 사랑을 나누게 될는지도 모른다.

소설 너의 이야기는 가상의 기억, 의억이라는 소재를 십분 활용하여
기억이 개조되는 미래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과 동시에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따스한 체온이 흐르고 실재하는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사랑하고 싶어지는 사랑이 그리워지는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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