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연극 <머더 미스터리>를 관람했다.

연극 머더 미스터리는 즉흥극이다.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하 오첨뮤)을 제작한 아이엠컬처에서
이번에는 즉흥 연극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원작은 영국 브리스틀의 극단 Degrees Of Error가
2013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 초연하여 현재도 상연하고 있는 <Murder She Didn't Write>이고
이번 한국 초연은 원작의 연출가 겸 배우 리지 스키피엑(Lizzy Skrzypiec)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공연장 로비에는 추리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의 사진과
그들이 쓴 추리소설이 전시되어 있었다. 꺼내서 읽어봐도 되려나.

연출가 리지 스키피엑(맨 왼쪽)과 한국 공연의 배우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탐정 역에 한세라,
용의자 역에 안세호, 김지휘, 소정화, 마현진, 한상욱, 이소연 배우였고
김은혜 피아니스트가 라이브 연주를 맡았다.
공연시간은 80분이었다.

막이 오르면 탐정 역의 배우가 등장하여 시대적 배경이 1920년대이고 즉흥 추리극임을 객석에 설명한다.
오첨뮤와 비교해보면 즉흥성은 보다 약해진 느낌이다.
시간적 배경이 한정되어 있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일부분은 정해져 있다.
오첨뮤 때에는 배경과 배역 이름도 당일 공연장에서 정해졌다.
오첨뮤와 마찬가지로 관객과의 소통을 통하여 즉흥적으로 정해지는 것도 있다.
공간적 배경과 사건의 중요한 아이템이다.
설명을 마친 뒤 탐정이 쓰고 있던 모자를 객석을 향해 던지는데 모자를 받은 관객이 이날의 탐정조수가 된다.
명탐정 셜록 홈즈의 조수 와트슨을 연상하면 되겠다.
여섯 명의 용의자 역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여 사건 발생 전의 정황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간다.
공연 중반부에 다다르면 탐정이 조수에게 이날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범인을 정하라고 지시한다.
탐정 역 배우가 객석으로 내려와 여섯 용의자의 이름과 같은 여섯 색상의 플레이트를 건네면
조수 역 관객은 그 중에서 피해자와 범인을 각각 고른 후 탐정에게 건넨다.
탐정은 객석에 보이지 않게끔 여섯 명의 배우에게만 선택된 플레이트를 보여준다.
여섯 용의자의 성은 화이트, 블랙, 옐로, 레드, 그린, 핑크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색상만으로도 지정이 가능하다.
공연 후반부에는 티켓팅시 티켓과 함께 받은 색상카드로 관객들 각자가 범인을 추리해보는 시간도 있다.
즉흥극이므로 매회 모든 공연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겠다.
그러나 즉흥적인 만큼 내용의 치밀성이나 사건의 개연성 등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보였다.
내용이 치밀할 수 없다 보니 독자나 관객의 허를 찌르는 추리물의 묘미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날 공연에는 용의자 중 여배우가 두 명뿐이었고 이름은 스칼렛과 캐서린이었는데
남배우가 두 여자의 이름을 혼동하여 잘못 말하는 실수가 있었다.
즉흥극의 단점은 이러한 실수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연기면에서는 스칼렛 레드를 연기한 이소연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고
안세호, 마현진 배우도 즉흥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즉흥극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오첨뮤와 마찬가지로 공연이 끝난 후 시놉시스가 완성되어 아이엠컬처 트위터에 게재된다.
연극 머더 미스터리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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