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금요일에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연극 <만주전선>을 관람했다.
극단 소울씨어터(소통울림씨어터) 제작, 박근형 작, 최귀웅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10분이고
제37회 대한민국 연극제에 초청받은 3편의 연극 중 한 작품이다.

연극 만주전선은 2014년에 박근형 작/연출로 대학로에서 초연했었다.
작년에는 강원도 속초를 기반으로 하는 극단 소울씨어터에서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 연극제 지역 경선에 출품하여 대상을 받으며 도 대표로 선정되었고
6월에 대전에서 열린 본선에도 출품하였으나 본선에서는 연출가 및 출연배우의 70% 이상이
한국연극협회의 회원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족하지 못하여 공연은 하되 심사에서는 배제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지역예선과 본선의 자격요건이 달라서 일어난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경쟁부문에 출품한다는 것은 수상을 목표로 하는 것인데 심사도 받지 못하게 되었으니 극단은 억울했을 것이다.
소울씨어터는 서울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보겠다며 작년 10월에 연우소극장에서 만주전선을 다시 올렸고
올해의 대한민국 연극제에는 초청작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연극제는 지방의 연극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1983년에 전국 지방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지방이라는 단어가 낙후된 뉘앙스를 준다고 하여 1988년부터는 전국연극제로 명칭을 바꾸었고
취지에 따라서 서울은 참가대상에서 제외되어 왔었으나
2016년에 서울이 참가 가능하게 되면서 명칭이 지금의 대한민국 연극제로 바뀌게 되었고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는 청주, 2017년 제2회는 대구, 작년의 제3회는 대전에서 본선이 개최되었다.
명칭이 변경되기 전부터의 역사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올해부터는 제4회가 아니라 제37회로 명명되었다.
이 연극제의 37년 간의 역사 중 서울에서 본선이 개최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제37회 대한민국 연극제는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연극 만주전선의 시공간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의 만주국이고 여섯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만주국의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는 젊은 장교 아스카 역에 남호섭,
아스카의 여동생이고 배우가 되고 싶은 게이코(케이코) 역에 김민주,
아스카의 친구이고 슈바이처를 존경하는 의사 기무라(키무라) 역에 김수진,
기무라의 약혼녀이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 공연을 준비하는 나오미 역에 배수진,
아스카의 친구인 시인 가네다(카네다) 역 및 오늘날을 살고 있는 아스카의 손자 역에 윤국중,
유부남인 일본인 과장과 불륜을 저지르고 임신하는 공무원 요시에 역에 김다림 배우였다.

현시대의 손자가 아버지에게서 전해들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손자에게는 세 명의 할머니가 있다.
아버지를 낳아주신 할머니, 아버지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끔 만났던 할머니.
이들 세 명의 할머니 외에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두 친구 분 하여 여섯 명의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여섯 명 모두 조선인이지만 창씨개명을 하여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손자의 할아버지인 아스카는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다.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에 입대 후 처음에는 일본인들에게 무시당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아스카는 군인으로서 전공을 세워서 입신양명하겠다고 포부를 다진다.
그의 졸업을 축하해 주려고 또래의 조선인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연극 만주전선은 연극적 재미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각각의 캐릭터는 희화화되어 있어서 과장된 연기와 말투가 객석에 웃음을 준다.
개인적으론 아스카의 여동생 게이코를 연기한 김민주 배우에게 눈길이 갔다.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어서 곧잘 소리를 내어 웃거나 울곤 하는데 표정연기와 의성어 발성이 귀여웠다.

무대 중앙에는 욱일기가 걸려 있다.
일본의 ㅇ자만 들어도 발작을 하는 이들에겐 용납할 수 없는 무대장식일 수도 있겠으나
작가의 경향으로 미루어볼 때
이 연극이 일본을 미화하거나 찬양하는 작품일 리는 없을 테니 인상을 구길 필요는 없겠다.
화자인 손자가 일제강점기 하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께서 참 열심히 사셨다고 말은 하면서도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내팽개치는 마지막 장면과
욱일기 위로 태극기가 넘실넘실 흐르는 영상에서 이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된다.
연극 만주전선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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