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중첩 2019/05/29 15:32 by 오오카미




지난 주말에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연극 <중첩>을 관람했다.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10개의 작품 중 하나이고 
극단 대학로극장 제작, 이우천 작/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05분이다.



막이 오르면 주인공 남자가 화장터에서 아들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남자와 전화통화를 마친 남자의 아내도 아이를 뒤따라서 스스로 목을 매고 만다.
두 사람의 장례를 치르고 초췌해진 몰골로 서울의 회사로 올라오는 남자는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옴짝달싹 못 하는 차 안에서 가뜩이나 갑갑한 남자에게 광고전화부터 회사의 업무전화까지
숱한 전화가 걸려오니 남자는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리게 되고 만다.
더 이상 현실을 견딜 수 없게 된 남자는 서울의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숨통을 조여오는 것만 같았던 현실에서 벗어나 산길을 달리며 해방감을 맛본 남자는 핸들을 놓는다.
추락하는 차 안에서 남자의 과거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작자는 연극의 제목인 중첩에 관하여 시간과 공간의 중첩,
의식과 무의식의 중첩, 현실과 비현실의 중첩을 언급하며 예로 제시했다.
연극은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일어나는 다양한 중첩을 무대 위에 그려간다.
안타깝게도 주인공의 과거는 좋은 기억보다는 후회스러운 것으로 가득했다.
대학생 때에는 독재타도를 외치며 데모를 하다가 잡혀간 곳에서 동지들의 행적을 불어서 변절자가 되었고
해병대 복무 때에는 북괴 함선과 교전이 일어나자 전우들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교제했던 두 살 연상 누나와의 첫사랑은 누나의 자살로 비극으로 끝을 맺었고
아내와의 결혼생활은 무미건조하여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극단 대학로극장의 젊은 배우들이 주가 되어 총 18명의 배우가 출연하므로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었다.
젊은 배우들이 많은 무대에 베테랑 선배가 가세하면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한편
젊은 배우들의 귀감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할멈 역으로 출연하는 김화영 배우가 그랬다.

연극의 후반부에는 주인공이 말도 통하지 않는 원시인 부락에 떨어진다.
산길을 달리던 차가 추락하며 시공간을 뛰어넘었다는 설정이다.
뜬금없이 웬 원시인의 등장인가 싶기도 하였으나
네 개의 엔딩이 있지만 그 중 감독판 엔딩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던
영화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 2004)>를 떠올려보면 맥락이 얼추 일치했다.
영화 나비효과에서 주인공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서 시간여행을 한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 하나의 잘못을 바로잡으면 또 다른 잘못이 새롭게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타임슬립은 매번 실패적이었다.
감독판 엔딩에서는 주인공이 태아 때로 돌아가 탯줄에 스스로 목을 감음으로써 생을 마감하고 만다.

연극 중첩에서 태고의 원시인이 등장한 것은 
과거의 잘못들을 바로잡고 싶다는 주인공의 갈망이 이끌어낸 시간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나도 먼 과거로 가 버려서 주인공 본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김화영 배우가 연기하는 할멈은 인육을 먹는 원시인들조차 두려워하는 경외의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신과 동격의 존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할멈과의 만남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남자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아들과 아내와 단란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시간여행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것 같다.
남자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린 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누나 역으로 출연한 박미선 배우가 매력적이었고
남자 역 한덕호 배우를 비롯하여 모든 배우가 60일의 연습기간 동안 쌓아온 노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연극 중첩 커튼콜.
한덕호, 김화영, 김장동, 황무영, 박미선, 박선혜, 안지은, 한경애, 현승철, 전민영,
이준, 김예림, 오혜진, 박준상, 황정웅, 윤현정, 김남수, 김혜린 배우가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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