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뜨거운 여름 2019/05/28 12:59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연극 <뜨거운 여름>을 관람했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작, 민준호 작/연출, 김설진 안무이고 공연시간은 2시간 5분이다.
2014년에 초연했고 이듬해에 재연을 거쳐서 올해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4년 만에 삼연의 막을 올렸다.
세 번의 시즌 모두 포스터는 사진처럼 새파란 바다 그림이라서 시원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준다.

초연과 재연 때에는 일곱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랐으나
올해 공연에서는 한 명의 배우가 더 추가되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가된 배우는 전문 춤꾼(무용수)들이다.
올해 공연의 안무를 담당한 김설진 안무가와 재연 때 안무를 담당했던 심새인 안무가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배우로서도 무대에 오르며 극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에너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정순원, 김주연, 양경원, 심새인, 김남호, 강인영, 안상은, 최미령 배우였다.
화자 겸 주인공인 윤재희 역의 정순원 배우와
재희의 첫사랑인 채경과 두 번째 사랑인 사랑을 연기하는 김주연 배우 외에
여섯 명의 배우들은 멀티 역이기는 하지만
각자가 주로 담당하고 있는 비중 있는 배역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배우의 개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공연 시작 전의 무대 위에는 의자들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의자들은 학창시절에 수업을 듣는 장면처럼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손에 들려서 소도구로 활용되어
때에 따라서 시간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고 시간을 맴도는 팽이가 되기도 한다.
연극 뜨거운 여름이 다른 연극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춤을 접목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공연에서는 춤에 능통한 배우들이 가세하여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나이 서른 즈음의 배우 재희가
공연을 앞두고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 부고 전화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가 죽었다."
첫사랑의 죽음을 알린 전화는 재희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고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이 훨씬 더 많았던 그 시절의 기억들로 그를 이끌었다.
그리스의 피아니스트 야니(Yanni. 1954-)의 'Reflections of Passion'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재희의 심경이 스피커를 통하여 내레이션되고 배우들이 뛰어나와 군무를 추면서 시간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광 역 김남호 배우.

재희는 만화방집 아들이었다.
책가방에 만화책을 넣어 다니다가 선생에게 들켜서 혼이 났을 정도로 만화를 좋아했다.
만화를 많이 읽은 것이 영향을 주었는지 또래들에 비해서 글솜씨가 좋았다.
재희는 오락실에 다니게 되면서 게임 또한 좋아하게 되었는데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즐겨했었다.
기광은 오락실에서 만난 친구다.
후에 재희는 기광에게서 중고 슈퍼 패미컴을 구입하면서 오락실에는 발을 끊게 된다.

* 1990년 11월에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슈퍼 패미컴이 일본과 한국에서 발매됐다.
1991년에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오락실용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는
1992년에 슈퍼 패미컴용으로 이식되었고 전세계에서 630만 개 이상의 소프트가 판매됐는데
일본에서만 288만 개가 팔렸고 슈퍼 패미컴용 게임으로는 역대 판매순위 5위의 기록이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민준호 작가의 자서전적 작품일 거라고 생각한다.
프로필을 보니 1977년생으로 나오던데
작품 속에서 재희가 슈퍼 패미컴을 구입하는 게 고교생 때이니 작가의 나이와 얼추 같을 것이다.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동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작가와 일면식이 없는 관객일지라도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2'라는 게임을 즐긴 적이 있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2'라는 공통된 추억을 통하여 이 연극의 주인공과 작가에게 감정이입하게 될 것이다.



할머니 역 최미령 배우.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신 할머니는 일본어에 능통하여 재희가 슈퍼 패미컴으로 일본 게임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보통 어른들은 게임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기 마련이지만
할머니는 밤 늦게 게임을 하는 손자와 함께하려고 일부러 낮잠을 주무실 정도로 재희의 든든한 조력자셨다.

아담하고 깜찍한 최미령 배우는 연극 <춘천 거기>,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수상한 흥신소 3탄>에서 만나봤다.
이 공연에서는 마법사 외투를 걸치고 손자 재희와 판타지 게임을 함께 즐기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남자도 하기 어려운 백덤블링을 구사하는 등 유연한 몸놀림으로 객석을 놀래키며 매력을 뽐내었다.



진안 역 강인영 배우.

진안은 자칭 일진인 양아치다. 재희와의 우정도 주먹다짐으로 시작됐다.
진안이 먼저 시비를 걸었지만 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싸움 좀 하는 재희에게 도리어 얻어맞았다.
친구가 된 이후로는 누구보다도 재희를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든든한 존재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우정을 예찬하는 서정시 같은 일면이 있다.
게임 친구 기광, 학교 친구 진안, 재수학원 친구 대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자리를 교체하며 재희의 곁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로서 등장한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것 같은 외로움이 밀려오더라도 친구라는 구명보트가 있다면 폭풍우을 헤쳐나올 수 있다.
주인공의 친구들을 통하여 연극은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대훈 역 심새인 배우.

재희는 게임기가 대상으로 걸린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서 연극영화과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여 삼수를 하게 되는데
연영과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사귀게 된 친구가 대훈이다.
대훈은 부산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서 재희에게 서울말을 가르쳐 달라고 했고 재희는 대훈에게서 춤을 배웠다.
대훈은 네가 쓴 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너일 테니까
네가 직접 무대에 서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여 재희에게 배우로서의 길을 제시한 친구이기도 하다.

이 연극은 무용(댄스)을 절묘하게 접목시켰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날 공연에서 대훈 역으로 출연한 심새인 배우는
뮤지컬 <곤 투모로우>, 연극 <비클래스>에서 안무를 맡은 안무가이기도 하지만
남자가 봐도 멋진 미남이라서 연기자로서의 활동도 응원하고 싶은 배우였다.
그는 뛰어난 춤솜씨로 장면 곳곳에 출현하여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엄마 역 안상은 배우.

아들에게 글 쓰는 힘을 키워주고 싶어서 일기를 쓰라고 강요했지만
아들의 일기를 몰래 보았다가 아들과 다투게 되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긴머리를 찰랑거리며 여성미를 발산한 안상은 배우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앙상블로 만나봤었다. 



아빠 역 양경원 배우.

그는 학생의 따귀를 때리는 호랑이 선생님부터 아들을 걱정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하는 재희의 아빠 역 등
여러 배역을 맛깔나게 연기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주인공 재희 역 정순원 배우와 채경 및 사랑 역 김주연 배우.

정순원 배우는 선택과 집중으로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주인공을 우직하게 연기했다.
애정하는 김주연 배우는 뮤지컬 <빨래>, <인터뷰> 등을 통하여 이미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 있으므로
이 작품에서도 풋풋한 여고생 역을 연기하는 그녀의 연기는 사랑스러웠다.
재희의 첫사랑인 동급생 채경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소녀였다.
채경은 직접 가사를 써보고 싶으니 시 쓰는 법을 가르쳐 달라며 글 잘 쓴다고 학교에 소문이 나 있던 재희에게 다가왔다.
삼수 끝에 연영과에 들어가 대학생이 된 재희는 여름방학에 동해로 과MT를 갔다가
첫사랑과 너무나도 닮은 여고생 사랑을 만나게 된다.
재희와 사랑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손을 맞잡고서 달려나가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동작을 슬로우모션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더욱 극적인 느낌을 주었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제목처럼 열정이 가득한 공연이다.
주인공 재희와 함께 관객들도 그리운 그 시절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추억의 잔상들은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의 추억샘을 자극하는 중요한 도구는 바로 배경음악이다.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1992)', 최연제의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1993)'을 리메이크한 걸스데이의 동명곡(2011),  
조덕배의 '그대 내맘에 들어 오면은(1993)',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2003)'를 리메이크한 아이유의 동명곡(2014),
김원준의 '쇼(1996)', 박정현의 'P.S. I Love you(1998)', 토이의 '뜨거운 안녕(2007)' 등
낯익은 추억의 가요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타임슬립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순수했고 풋풋했던 그 시절의 꿈과 사랑과 우정을 회상하며
무대 위의 배우들과 함께 가슴 뛰는 약동(躍動)을 느껴볼 수 있는 연극 뜨거운 여름이다.




연극 뜨거운 여름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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