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호프 2019/05/09 18:03 by 오오카미




지난 금요일에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뮤지컬 <HOPE(호프)>를 관람했다.
부제는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고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 열렸던 토크콘서트를 통하여 기대치를 미리 높였놓았던 공연이다.



뮤지컬 호프는 알앤디웍스 제작, 강남 작, 오루피나 연출, 김효은 작곡, 채현원 안무이고 공연시간은 11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78세의 고집 센 노인 호프 역에 김선영,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의 미발표 원고 K 역에 고훈정,
호프의 엄마 마리 역에 유리아, 과거의 호프 역에 이윤하,
요제프의 절친 베르트 역에 송용진, 호프의 남자친구 카델 역에 양지원 배우였다.



뮤지컬 호프는 소설 <변신>으로 유명한 체코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미발표 원고의 소유권을 놓고서 벌어진 실제 소송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카프카는 죽기 전에 인기작가였던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 1884-1968)와 애인에게
육필 원고를 건네면서 태워 없애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애인은 카프카의 유지를 따랐지만
카프카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평가했던 브로트는 원고를 소각하지 않고 보관했을 뿐 아니라
카프카 사후에 원고를 정리하고 책으로 출간하여 친구의 소설을 세상에 알리는 데 조력했다.

카프카와 브로트는 둘 다 유대인이고 프라하 대학에서 친구가 되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이 침공하자 브로트는 카프카의 원고를 챙겨서 텔아비브로 피신했다.
브로트는 애인이자 비서였던 에스더 호페(Esther Hoffe. 1906-2007)에게 카프카의 원고를 맡기며
이스라엘의 대학이나 공공기관에 기부해달라고 유언을 남겼으나
호페는 소설 <소송(The Trial)>의 육필 원고 등 일부는 경매로 매각했고
나머지는 이스라엘과 스위스의 은행금고에 보관했다.
소송의 육필 원고는 1988년 경매에서 약 2백만 달러에 판매된 걸로 알려져 있다.
호페가 죽으며 카프카의 원고를 두 딸에게 상속하자
2008년에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브로트의 유언을 지키라며 호페의 딸들에게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에 텔아비브 대법원은 브로트의 유지를 인정하여 카프카 원고의 소유권은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 있다고 판결했고 이스라엘의 은행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카프카 원고를 압수했다.
2019년 4월에는 스위스의 재판소에서도 이스라엘 법원의 판결을 인정한다는 판결이 내려져서
스위스의 은행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카프카의 원고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측의 소유권이 인정됐다.

이와 같은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뮤지컬 호프가 만들어졌다.
실제 역사상의 카프카가 요제프, 브로트가 베르트, 호페가 마리, 호페의 딸이 호프에 해당되는 셈이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더하기 위하여 마리와 호프의 역할이 강화되었는데
역사적 사실처럼 베르트가 요제프의 원고를 갖고 직접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에 대한 검문이 강화되어서 베르트가 애인 마리에게 요제프의 원고를 맡긴다는 설정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호프의 엄마 마리는 애인 베르트가 언젠가 돌아올 것을 기다리며
독일군에게 잡혀서 끌려간 포로수용소에서조차 원고를 옷속에 감추고서 지키는 처절함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리의 연인이 남기고 간 원고에 대한 집착은 커져만 가게 되고
급기야는 딸 호프보다도 원고를 소중히 여기게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엄마를 지켜보며 홀로 성장해야만 했던 호프의 삶은 고통의 나날이었다.



무대의 배경은 텔아비브 대법원이다.
1층 재판석과 방청석의 경계가 되는 난간이 이동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포로수용소에서 유대인 포로들이 강제노역을 하는 장면에서는 난간이 유용하게 활용된다.



늙은 호프 역 김선영 배우와 원고 K 역 고훈정 배우.
사물에 애정과 증오 등 인간의 감정이 쌓이다 보면 의인화될지도 모른다.
마리가 오랫동안 지켜왔던 원고 그리고 호프가 오랜 세월 증오해왔던 원고는
K라는 인격체로 의인화되어 생명을 갖게 되어버렸다.
베테랑 김선영 배우가 이 동네의 미친년 소리를 듣는 고집쟁이 노인 호프를 연기하며 극의 무게중심을 잡았지만
관극 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캐릭터는
노인 호프가 아니라 마리와 젊은 호프였다.
아무래도 고집 센 할머니보다야 뜨겁게 사랑을 갈구하는 젊은 여인네들이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마리와 호프 모녀를 연기한 이윤하 배우와 유리아 배우. 사진 출처는 이윤하 배우의 인스타그램.



이날 공연에서 가장 관심을 끈 배우는 젊은 호프 역의 이윤하 배우다.
그녀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앙상블 역으로 만나봤었는데 이름 있는 배역으로 성장한 모습이 반가웠다.
목소리의 음색도 예쁘고 가창력도 좋았고 미모 또한 출중하니 앞으로의 활약이 무척 기대된다.



마리가 원고를 지킨 것은 연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호프가 원고를 지킨 심정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호프에게 있어서 원고란 자신에게서 엄마의 사랑을 빼앗아간 증오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버리고서 20년 간 떠돌았던 시간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오랜 세월의 증오가 소유하겠다는 집착으로 변해 버린 것이었을까.



마리와 호프 모녀가 다정하게 노래하는 '콩닥콩닥 콩콩콩콩'은 사랑스러운 넘버였고
판결이 내려지기에 앞서서 호프가 열창하는 넘버 
'호프'는 여성관객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애절한 곡이었다.


- 뮤지컬 호프 넘버 리스트 -

01. 에바 호프
02. 안가
03. 안녕
04. 이 동네 미친년 호프
05. 요제프.K
06. 회상1
07. 빛나잖아
08. 콩닥콩닥 콩콩콩콩
09.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10. 다윗의 별
11. 친구야 안녕
12. 회상2
13. 나의 집
14. 기도해
15. 회상3
16. 빛나잖아 에바 호프
17. 인생의 B와 D 사이의 Chance!
18. 길 위의 나그네
19. 유산
20.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21. 호프
22. 빛날 거야 에바 호프
23. 판결


모든 삶을 바칠 만큼 소중한 것의 가치와 삶의 의미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뮤지컬 호프다.





뮤지컬 호프 커튼콜.
출연배우는 김선영, 고훈정, 유리아, 이윤하, 송용진, 양지원, 임하람, 정재헌, 김지온, 하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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