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토요일에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클래식 토크콘서트 <클미지기 안두현의 클미 페스티벌>을 관람했다.
앙평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안두현 상임지휘자가 기획한 공연으로
그는 2013년부터 <클래식에 미치다>라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며 대중에게 클래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월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 이번 콘서트에는
각 회에 네 명씩 아티스트가 초빙되어 관객과 가까이에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회와 토크쇼 진행을 맡은 안두현 지휘자.
이날 공연은 안두현 사회자의 인사말로 막을 올렸고
장우리, 김진택, 정하나, 문정재 연주자 순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각 연주자의 첫 곡이 끝난 후 안두현 사회자가 입장하여 연주자와 토크쇼를 진행하고
다시 연주자가 끝곡을 연주하는 식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왼쪽부터 안두현 사회자, 정하나 바이올리니스트, 장우리 첼리스트, 김진택 기타리스트, 문정재 피아니스트.
장우리 첼리스트의 몬티의 차르다시 연주 영상.
장우리 첼리스트의 첫 곡은 비토리오 몬티(Vittorio Monti. 1868-1922)의 차르다시(Czardas)였다.
그녀의 연주 때 피아노 반주는 문정재 피아니스트가 맡았다.
사회자는 토크 때 그녀가 전화통화에서 연주는 걱정이 없는데 토크가 걱정이라고 했다며
무대에 많이 섰던 연주자라 하더라도 토크쇼에서는 긴장하게 된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렸다.
그러나 장우리 첼리스트의 말은 일종의 겸손이었던 것 같다.
키우는 고양이가 클래식만 들으면 얌전해진다는 등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었고
같은 악보라 하더라도 연주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게 되는 이유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Suiten für Violoncello solo) 1번의 프렐류드를 예로 들어 들려주었다.
연주자의 감정을 싣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연주할 때와
감정을 실어서 빠르기와 강약 등에 변화를 주며 연주할 때는 확실히 느낌에 차이가 났다.
한국의 노래 고향의 봄으로도 같은 예를 보여주었다.
연주와와 관객이 소통하는 공연의 특성상 위의 두 예시곡은 객석에서 리퀘스트를 받은 것이었다.
무대와 가까운 좌석이었다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요청했을 텐데.
장우리 첼리스트의 끝곡은 아스트로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1992)의 르 그랑 탱고(Le Grand Tango)였다.
김진택 기타리스트의 첫 곡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아리아 중에서 선곡하고 편곡한 연주곡이었다.
그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이지수 음악감독이 작곡한 OST를 기타로 연주했다고 한다.
클래식 콘서트에서 기타는 자칫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악기다.
내 경우에도 작년에 관람했던 <마이 시크릿 플루트 다이어리 콘서트>에서
박규희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접하기 전까지는 클래식과 기타가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타 하면 떠올리는 통기타와 달리
클래식기타라는 클래식 전문용 기타가 엄연히 따로 존재하는 데다가
다양한 연주주법으로 타악기의 소리까지 낼 수 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 매력에 반해 버렸다.
김진택 기타리스트는 기타의 몸체를 타악기로 활용하는 퍼커션 주법,
드럼 소리를 내는 타블렛 주법 등으로 기타의 매력을 어필했다.
토크 후에는 트레몰로 주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árrega. 1852-1909)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바덴 포웰(Baden Powell. 1937-2000)의 삼바 트리스테(Samba Triste. 슬픈 삼바)를 연주했다.

정하나 바이올리니스트는 경기필하모닉의 악장이다.
그는 첫 곡으로 요제프 아크론(Joseph Achron. 1886-1943)의 히브리 멜로디(Hebrew Melody)를 연주했다.
그의 연주 때에는 같은 경기필하모닉에서 부지휘자를 맡고 있는 친형 장나라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맡았다.
토크에서는 그가 교향악단에서 악장을 맡고 있는 만큼
악장과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악장의 역할에 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고된 연습 때문에 음악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음악을 그만둘 수 없는 음악가의 숙명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고갔다.
끝곡은 마누엘 퐁세(Manuel Ponce. 1882-1948)의 에스트렐리타(Estrellita. 작은 별)였다.
첫 곡과 끝곡 모두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 1901-1987)가 편곡한 버전이다.

문정재 피아니스트는 JJ트리오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윤재현 드러머와 이시현 베이시스트와 함께 연주했다.
첫 곡은 끌로드 볼링(Claude Bolling. 1930-)의 Jazz a la Francaise(프랑스풍의 재즈)였다.
이 곡은 중간에 악보가 하얗게 비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연주자의 즉흥곡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토크에서는 사전에 고지됐던 연주곡과 공연 당일에 실제로 연주되는 곡이 달라지게 되는
이른바 연주자의 변심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공연일의 날씨나 연주자의 감정변화 등에 따라서 연주곡이 변동되는 경우도 있다고.
문정재 피아니스트는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최초의 클래식 연주자라고 한다.
클래식 주자 외에도 가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끝곡은 끌로드 볼링의 바흐 투 스윙(Bach to swing)이었다.
끌로드 볼링의 바흐 투 스윙 연주 영상.
본공연이 마무리되고 앙코르를 요청하는 박수소리에
JJ트리오가 다시 무대에 나와서 앵콜곡으로 가이 우드(Guy Wood. 1911-2001)의 My One and Only Love를 연주했다.
이어지는 앙코르 요청에는
문정재, 정하나, 장우리 연주자가 입장하여 피아노 3중주로 피아졸라의 천사의 죽음을 연주했다.
앵콜곡 피아졸라의 천사의 죽음 및 커튼콜.
토크가 병행되는 클래식 콘서트를 좋아한다.
솔직히 클래식은 악기를 직접 다루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에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악기의 연주만 있는 콘서트와 달리
악기의 연주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입을 통하여 전달되는 말이 더해지는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비단 연주자와 사회자의 토크가 아니더라도
연주 전 또는 연주 후에 그 음악에 관한 설명이 더해지면 역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클래식에 정통한 관객이라면 해설 등이 없이 오롯이 연주만 있는 음악회를 선호할 수도 있겠으나
이처럼 해설 또는 토크가 있는 음악회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관객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아울러 공연에 출연한 아티스트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클미 페스티벌과 같은 콘서트가 앞으로도 많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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