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씨블링스 2019/04/23 17:35 by 오오카미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백암아트홀에서 뮤지컬 <씨블링스>를 관람했다.

뮤지컬 씨블링스는 살롱 뮤지컬을 표방한 공연이다.
프랑스어 살롱(salon)은 상류층 가정의 응접실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응접실에서 열리는 사교 모임을 지칭한다.
사교 모임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 하면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음악과 다과를 떠올리게 된다.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이고
때로는 이성과 춤을 추며 스킨십을 즐기는 시간도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음료수와 간식이 곁들여져서 포만감이 더해지면 회장의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하게 달아오를 것이다.

공연장이라는 조건상 공연 중에 다과를 즐기거나 춤을 출 수는 없었으나
살롱 뮤지컬이라는 이름답게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공연의 중심을 이루는 느낌이었고
무대 또한 편안해 보이는 소파가 비치되어 있어서 응접실 또는 카페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뮤지컬 씨블링스는 에이투비즈 제작, 신도형 원작, 엔젤라 권 연출,
배서영 각색/작사, 한정림 작곡이고 공연시간은 85분이다.

작품의 배경은 연남동에 있는 카페 연남살롱이다.
연남동에는 실제로 같은 상호의 가게가 존재하지만 이 작품과는 무관해 보인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삼남매 소위 연남동 패밀리가 연남살롱에 모였다.
삼남매의 장남이 앞으로 나와 잠시 후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공연될 거라고 운을 뗀다.

삼남매의 이름은 정주동, 정주남, 정주연이다.
이름의 끝자를 연결하면 연남동이다.
남매의 아버지 정병주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서울에 올라와 터를 잡은 연남동에 무척이나 애착을 가진 모양이다.
자식들의 이름에 동네 이름을 한 글자씩 넣을 정도였으니. 아니면 작가 특유의 괴짜 기질이 작용했을지도.

정병주는 재혼을 생각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전에 재산을 정리하겠다며
연남동의 3층집을 삼남매 중 한 명에게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앞으로 한 달 안에 가장 먼저 결혼하는 자식에게 집을 상속하겠다는 것이다.



37세의 장남 정주동은 패션기업의 홍보실장이다.
훈남이고 옷도 잘 입어서 여자에게 인기가 많지만 정작 본인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

31세의 차남 정주남은 해병대 출신이고 근육질의 헬스 트레이너다.
형과는 달리 패션감각이 없는 마초이고 잘 씻지도 않지만 의외로 연애 경력은 풍부하다.

29세의 막내 정주연은 한창 잘나가는 웹툰작가다.
번번이 연애에 실패한 그녀는 나를 찬 남자들을 동물로 의인화하여 웹툰을 그리고 있다.

주동 역에 김승대, 주남 역에 지현준, 주연 역에 조지승,
연남살롱의 주인이자 주동의 옛 여자친구 민다희 역에 김고운,
정병주 겸 멀티맨 역으로 임진웅 배우가 출연한다.



극의 전반부에서는 사랑이 녹록지 않은 삼남매의 일상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특히 유쾌했던 장면은 지현준 배우가 연기하는 주남이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스파이더맨의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바지를 벗는 추태를 보이기도 하면서 객석에 웃음을 주었다.
또한 헬스 트레이너라는 배역에 어울리는 근육질의 몸매에서 평상시에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막내 주연 역의 조지승 배우는 두 오빠를 쥐락펴락하면서 똑소리나고 당찬 여동생 역을 인상적으로 소화했다.
주연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큰오빠를 교활한 너구리, 생각이 없는 작은오빠를 근육 병아리로 의인화하여
그녀가 그리는 웹툰의 캐릭터로 등장시킨다.
뉴스 기사에선 이 뮤지컬이 영화화 계획이 있다고 하던데
영화화와는 별개로 주연의 웹툰을 현실화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15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 부상하면서 가족의 아픈 상처가 공개된다.
삼남매가 각자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가족을 향한 원망도 있었고 자신을 향한 자책도 있었다.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각자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남매는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나의 아픔과는 달리 너에게는 너만의 아픔이 있었던 거구나라고.
가족 간의 갈등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열쇠는 역시 가족애임을 일깨워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음악은 한정림 밴드가 연주했다.
피아노에 한정림, 기타에 원병훈, 콘트라베이스에 양영호, 첼로에 권나형 연주자였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연주자들을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에 배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 작품은 그랜드피아노를 중심으로 연주자들이 무대 중앙에 위치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들 연주자들이 은은하게 음악이 흐르는 살롱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연주자들이 위치하는 무대 중앙은 원형 회전무대로 되어 있는데
극 중반부에 무대를 회전시켜서 밴드가 객석에 보여지는 각도에 변화를 준 점도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씨블링스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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