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2019/04/16 22:55 by 오오카미




대학로의 신생 공연장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관람했다.



뮤지컬 오첨뮤는 아이엠컬처 제작, 허안 작곡이고 2017년에 초연했고 작년의 재연에 이어서 올해가 삼연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작가 역에 김태형 연출,
배우 역에 소정화, 박은미, 정다희, 이정수, 안창용 배우가 출연했고
라이브 연주는 피아노에 최수정 음악감독, 첼로에 정희진 첼리스트가 함께했다.
공연시간은 1부 45분, 인터미션 10분, 2부 45분이었다.



무대의 좌측에는 작가의 데스크, 우측에는 연주자의 연주석이 위치한다.
막이 오르면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서 우선 넘버 한 곡을 부르며 객석을 워밍업시킨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의 핸드폰이 울린다. 뮤지컬 대본의 마감일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자 제작사의 PD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아직 대본을 한 줄도 못 썼음에도 전화를 받은 작가는 대본이 완성됐다며 PD에게 거짓말을 한다.



무대 중앙에는 칠판이 놓여 있다.
제목, 장르, 장소, 등장인물 등의 단어는 적혀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칠판의 내용은 작가가 전화를 받은 이후에 채워진다.
관객의 참여에 의해서 말이다.

당장 뮤지컬 대본을 완성해야 하는 작가를 위해서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서 의견을 구한다.
어떤 장르의 뮤지컬을 만들면 좋을지부터 시작하여
관객들의 대답을 수렴하면서 장소와 등장인물 등 칠판에 적혀 있던 단어들의 내용을 채워간다.
객석의 여기저기에서 대답이 터져나오므로 공연장은 도깨비시장(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가 되어 버린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1부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하겠다.
 


제목대로 이 뮤지컬은 매일매일이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다.
관객들의 여러 대답 중에서 작가가 당일 공연에 사용할 내용을 선택하여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공연의 첫공이었던 이날은 장소가 버거킹으로 설정된 것이 전체 내용을 결정짓는 열쇠가 되었다.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건물의 1층에는 버거킹이 위치하고 있다.
버거킹을 제안한 관객이나 버거킹을 장소로 선택한 작가나 이 점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햄버거 체인점이 장소로 결정되고 나니
등장인물 이름의 후보 또한 다른 햄버거 체인점의 이름이 언급되었고
결국 맥도널드의 어순을 바꾼 도널드 맥, 그리고 파파이스, 쉑쉑, 맘스터치, KFC가 배역명으로 결정됐다.

제목은 가장 마지막에 결정된다.
작가의 선택을 받은 제목 제안자에게는 공연 후에 당일 공연의 제목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선물로 주어진다.



뮤지컬 오첨뮤는 한마디로 실험적인 공연이었다.
공연 당일에 현장에서 작품의 내용을 결정한다는 발상부터가 참신하다.
또한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대사와 노랫말까지 즉석에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 역의 연출가와 배우들의 순발력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작품이었다.
무대에 웬만큼 익숙해져 있지 않다면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본공연에 앞서서 콘서트 형식으로 올려졌던 <오늘 처음 만드는 콘서트> 공연 영상.
이 뮤지컬의 즉흥극적 특색이 잘 드러나 있다.



피아노와 첼로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가사는 매 공연마다 배우가 창작하여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배우가 아무리 개사를 하더라도 반주에 맞추어 멜로디를 노래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작품에 사용되는 넘버는 기본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유명한 넘버 'One day more'가 사용되기도 한 걸로 보아
배우들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넘버라면 즉흥극답게 매 공연마다 즉흥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뮤지컬 오첨뮤는 배우들의 순발력과 노련미가 그대로 묻어나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즉흥극이라는 성격상 깊이감과 완성미는 결여될 수밖에 없었다.
배역 이름까지 현장에서 결정되는 공연이다 보니 캐릭터명을 틀리게 말하는 실수도 있었고
대사와 가사 중에는 유치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었고
극의 내용 또한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작품들을 짜깁기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시놉시스는 사진처럼 완성되었다.
즉흥극이다 보니 작품의 내용을 요약한 시놉시스가 공연 후에 완성된다는 점이 재미있다.
지난 공연들의 시놉시스는 아이엠컬처 트위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즉흥극이라는 성격상
태생적으로 완성도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공연이라는 것은 사실이나
매 공연이 모두 다른 내용으로 구성된다는 이 뮤지컬만의 독창적인 실험성은 눈여겨볼 만하고
세 명의 연출가가 돌아가며 작가 역으로 무대 위에 직접 선다는 점 또한 이채롭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임기응변적 기지와 능수능란한 재치를 경험할 수 있다는 묘미가 있다.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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