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아버지의 다락방 2019/04/02 14:50 by 오오카미




지지난주 일요일에 정동을 방문했다.
중공발 스모그가 미세한 날이라서 모처럼의 파란 하늘이 아주 상쾌했다.



정동을 비롯하여 중구와 종로구에서는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건물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정동 하면 덕수궁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건물을 대표적으로 손꼽을 수 있다.
성당의 붉은 지붕과 파란 하늘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성당 옆에는 한옥 양식의 사제관이 있고 건물 앞에는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위용을 뽐낸다.



사제관 옆에는 경운궁 양이재가 위치한다.



그리고 서울주교좌성당 바로 옆에는 세실극장이 있다.
1976년에 개관했고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유서 깊은 공연장이다.



연극 <아버지의 다락방>은 극단 해반드르 제작,
김춘복 작, 양일권 각색, 윤민영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90분이다.
원작은 김춘복 작가의 <조지나 강사네>다.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에서 원작소설을 열람 가능하다.
원작의 독특한 제목은 "삼천리 강산에 새봄이 왔구나.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라는
동요 가사에서 유래한다. 해방 직후에 소녀들이 고무줄놀이를 할 때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
짖궂은 소년들은 '삼천리 강산에'라는 가사에서 삼천리를 남성의 그것으로 개사하여
'조지나 강사네'라고 부르기도 했는가 보다.
내 학창시절을 돌아보더라도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라는 동요 가사에서
조각구름 대신 누나 팬티라는 단어를 넣어서 소년들은 즐겨 부르곤 했었다.
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노랫말에 반영된 셈이다.



연극 아버지의 다락방의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소설가 박형준 역에 안병경,
형준의 처 안주자 역에 김형자,
형준의 초등학교 동기동창회장 송병태 역에 김영,
형준의 초등학교 동기동창총무 심기보 역에 정슬기,
쌍과부 집 주인 및 기보의 처 역에 박정미,
형준의 딸 꽃샘 역에 반민정,
형준의 아들 한별 역에 정철 배우였다.

그리고 이날 객석에는 공연 중 주인공의 내면의 목소리로서
내레이션을 담당한 배한성 성우가 함께했다.



60대의 주인공 형준은 소설가다. 그의 서울집은 흑석동에 있지만
글을 쓴다는 핑계로 노모가 계신 밀양의 시골집에서 머무는 날도 많다.
형준은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부산에 들러서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동창회 회장 병태(별명 변태)와 총무 기보(별명 코보)와는 오랜 우정을 나눈 형제 같은 사이다.
친구들과 회포를 풀고서 몇 달 만에 서울집에 올라온 형준은 경악하고 만다.
딸 꽃샘과 아들 한별이 집을 리모델링한다고 하여 맡겨놓았는데 형준의 작업실이었던 다락방을 없애버린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이었던 다락방이 사라졌다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형준은 크게 낙담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쩌겠는가.
아버지가 반대할 걸 알았기에 안 계신 동안에 다락방을 없애고 집을 리모델링한 꽃샘과 한별이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남매는 각방을 쓴 지 오래된 부모님을 화해시켜 드릴 계획을 세운다.

연극 아버지의 다락방은 노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가족 그리고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육체가 노쇠해 가듯이 가부장으로서의 권위 또한 퇴색되어갈 수밖에 없다.
작품 속에서 사라진 다락방은 가부장의 권위와 일체화된다.
자식들에게 골방 늙은이 취급하는 거냐며 언성을 높이는
형준의 대사에는 주인공 스스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들의 삶에 관하여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작품은 주인공을 통하여 가정에서 소외되는 듯한 외로움을 그리는 한편
각방을 쓴 지 십 년 이상이 된 부부생활을 삽입함으로써 노인의 성생활에 관해서도 화두를 던지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의미의 영어속담 out of sight out of mind 처럼
부부생활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잠자리 횟수가 줄어들수록 부부 사이도 소원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 세대의 성을 이야기의 한 축으로 삼은 점은 의미심장하다.
앞에서 동요 가사를 통하여 소년들의 성에 관한 호기심을 언급했는데
성이란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인간 이외의 생물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성인들의 성에 관한 관심은 직설적인 음담패설은 물론이고 간접적인 언어유희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지면 만지고 보지면 조지라"라는 말이 있다.
남녀의 생식기를 지칭하는 단어가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어서 민망해질 수도 있는 표현인데
한자로 바꾸어쓰면 이렇다. "自知면 晩知고, 報知면 早知라."
스스로 알려 하면 아는 데 오래 걸리고 도움을 받아서 알려 하면 빨리 배운다라는 의미로
신입사원이 일을 배울 때 선배와 상사에게 가르침을 주저하지 말라는 격언으로 사용되곤 한다.

주인공 부부 역의 안병경 배우와 김형자 배우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 변태와 코보 역의 김영, 정슬기 배우의 연기에서는 베테랑의 관록이 절로 느껴졌다.
TV 드라마를 통하여 낯익은 김형자 배우의 연기를 무대 위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꽃샘 역의 반민정 배우는 영화 촬영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건으로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사건의 진실공방은 차치하고 무대 위의 반민정 배우의 연기는 매력 있었다.
배우의 승부처는 역시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날 공연장은 만석이었고 통로에 보조석이 놓이기까지 했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배우와 스태프의 지인들도 많이 온 듯하여 공연 후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진에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사람은 병태 역의 김영 배우다.
내게 휴대폰을 건네며 세실극장을 배경으로 지인 두 분과 함께 사진촬영을 부탁하기에 찍어드렸다.



퇴근하는 김형자 배우님을 발견하여 사진을 부탁드렸는데 지인과 담소 나누시느라
시선은 카메라가 아니라 지인을 향하고 있지만 역시 배우님이라 사진은 잘 나온 듯하다.




연극 아버지의 다락방 커튼콜.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