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 2019/03/28 15:50 by 오오카미




지난 주말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를 관람했다.
중공발 스모그 때문에 뿌연 하늘과 달리 파랗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상쾌한 주말이었으나
매서운 바람을 동반한 꽃샘추위는 옷깃을 여미게 했다.



연우소극장은 1987년에 개관했고 샘터파랑새극장에 이어서 대학로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소극장이다.
객석이 ㄴ자형으로 되어 있고 좌석은 대부분 자유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는 동명의 일본희곡 隣にいても一人가 원작이다.
극작가이자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 1962-)가 그와 친분이 있는 
홋카이도의 극단 엔켄(演研)의 창단 25주년을 기념하여 쓴 희곡이고 2000년에 초연됐다.
이후로는 오리자가 1983년에 창단하여 직접 이끌고 있는 극단 세이넨단(青年団)에서도 상연되고 있다.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이력을 보니 괴짜라 부를 만하다.
하긴 연예계나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 치고 괴짜가 아닌 이가 있긴 하겠느냐만.
오리자는 16세 때 고교에 휴학계를 내고 1년 반 동안 26개국을 자전거로 배낭여행했다.
이 여행을 위해서 신문배달을 하며 여비를 모았다고 한다.
괴짜의 아버지 역시 괴짜였던 것 같다.
오리자의 아버지 히라타 사키오(平田穂生. 1927-2004)는 시나리오 작가였는데
전쟁 후에 배고픔을 겪은 세대였기에 아들이 배곯지 않고 살기를 염원하여
라틴어로 벼를 의미하는 oriza를 아들의 이름으로 지었다.
또한 아들도 글 쓰는 직업을 갖기를 희망했던 것인지
오리자가 어려서부터 원고지에 글을 쓰는 습관을 갖게끔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부모에게 뭔가를 사 달라고 요구할 때에도 원고지에 무엇을 왜 사야 하는지 써서 내도록 했다.
오리자는 연세대에 1년 간 교환학생으로 온 적도 있고
그의 원작이 영화화되었을 때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되기도 하여 한국과의 인연이 있는 작가라고 하겠다.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는 네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부조리극이고 공연시간은 65분이다.
부조리극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 또는 현상이 무대 위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러한 기이한 현상이나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연극에서는 '부부가 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유상수와 전미혜는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사돈 사이였다.
유상수의 형 영수와 전미혜의 언니 하연이 부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수와 미혜는 오늘 아침부터 부부가 되었다며 공개선언을 한다.

상수의 전화를 받은 영수는 회사로 출근하기 전에 동생의 집을 방문하여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묻는다.
부부가 됐다고 하니 같이 하룻밤을 잤다는 것인지 둘이서 몰래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인지.
그러나 부부가 됐다고 주장하는 당사자 상수와 미혜는 그 어느 쪽도 아니라고 한다.
함께 잠자리를 한 적도 없고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일도 없단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늘부터 부부가 되었다며
두 당사자 상수와 미혜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는 어소사이어티 제작, 히라타 오리자 작, 이홍이 번안, 이은영 연출이고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영수 역 최덕문, 하연 역 우현주, 미혜 역 이은, 상수 역 이창훈 배우였다.

부조리극답게 무대 위에서 만들어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끝내 시원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언제 올 지도 모르는 고도를 한없이 기다리는 것처럼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에서 마을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해가면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듯이
이 연극은 교제를 한 것도 아니고 잠자리를 한 적도 없고 혼인신고서를 낸 적도 없는
젊은 남녀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부가 되어 있었다는 불합리한 전제를 토대로 삼고 있다.


자고 일어나 보니 부부가 되어 있었다는 동생의 말을 들은 영수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언급한다.
잠에서 깨어 보니 커다란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남자의 서글픈 이야기를 그린 소설 말이다.
다짜고짜 부부가 되었다고 선언하는 상수와 미혜를 바라보는
영수와 하연 그리고 객석의 관객들의 가슴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말장난을 하자는 것인지 부부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다시 찾아보라는 것인지
과연 이 연극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일까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극단 맨씨어터의 연극 <데블 인사이드> 등에서 만나보았던 우현주, 이창훈, 이은 배우
그리고 연극 <14인 체홉>에서 만나봤던 최덕문 배우를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네 배우의 연기는 한 가족의 가정사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몰입감이 좋았고 자연스러웠다.

영문도 모른 채 부부가 되어 버린 상수와 미혜 커플과는 달리
이혼의 위기에 처해 있는 영수와 하연 커플의 대조되는 상황이 부조리한 현실에 아이러니를 더한다.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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