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신작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
바탕골 소극장 하면 자연스레 2인극 로맨틱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떠오른다.
이곳에서 연극 극밤을 서른 번이 넘게 관람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극밤이 다른 공연장으로 무대를 옮겼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다.
연극 2호선 세입자는 레드앤블루가 제작했고 공연시간은 9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시청 역 김성준, 방배 역 박소영, 구의 역 박주용,
성내 역 강민정, 홍대 역 이원준, 역삼 및 역장 역 이대호 배우였다.

이 연극은 2호선 열차 내에 거주하는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역사 내라면 또 모를까 열차 내에 사람이 기거한다는 황당한 설정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블랙코미디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 이호선은 기관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었으나 꿈은 이루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나마 서울교통공사의 계약직 역무원 모집에 합격하여 비록 기관사는 아니지만
취업난 속에서 좋아하는 기차와 관련된 일자리를 얻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했다.
시청 역으로 근무지 발령을 받은 이호선은 출근하고 며칠 후
퇴근길에 열차 내에서 곯아떨어졌다가 차고지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긴의자의 좌판 아래, 천장의 광고판 속 등 열차 내의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온 것이다.
그들은 자칭 2호선 세입자들이었다.
다음날 이호선은 2호선 열차 내에 불법 거주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역장에게 알리지만
역장은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며
이호선 사원이 조용히 2호선 세입자들을 내쫓아주면 정규직으로 채용시켜 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2호선 세입자들은 각자가 탑승했던 역의 이름으로 불려진다.
집 없는 홈리스인 그들에게서 각자의 이름마저 빼앗아버린 듯한 설정이 냉혹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삭막한 환경일지라도 인간이 어울려 사는 곳에서는 정이 피어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남녀가 함께라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는 인지상정이다.
2호선 세입자 간에 사랑이 싹트고 이호선과 세입자 간에도 애틋한 감정이 일어난다.
이 연극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장치다.
지하철의 객차 안 모습을 사실적으로 무대 위에 재현했고 천장에 설치된 10개의 벽등은
순서대로 점멸되어 열차가 터널 안을 달리고 있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국가안보도 나라경제도 말아먹고 있는 종북정권 때문에 경제난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므로
서민들의 고충을 다룬 연극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연극은 시대를 반영하므로.
연극 2호선 세입자 커튼콜.
P.S. 2022년 8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대학로에서 관람한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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