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세기의 사나이 2019/03/03 22:50 by 오오카미




지난 주말에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세기의 사나이>를 관람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이고
극단 명작옥수수밭 제작, 최원종 연출, 차근호 작이고
김동현, 오민석, 이갑선, 김왕근, 유승일, 박종태, 최영도, 김승환, 문경태,
임정은, 박현수, 김형섭, 김민규, 이창민, 나명선, 전소영, 김설빈, 정수연,
조수지, 서상원, 박석원, 정아람, 민태홍, 주연우, 한민구 배우가 출연했다.
공연시간은 2시간이다.



이 연극의 차별화된 특징은 무대 뒷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만화를 투영함으로써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행하는 연극과 무대 뒷면에 비추어지는 만화를 혼합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덕배, 자중, 민국 세 친구가 한성에 올라와서 창경원에서 동물을 구경하고 나오는 첫 장면의 경우
셋이서 호랑이와 코끼리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눌 때 무대 벽에는 이들이 언급한 동물의 그림이 비추어졌고
덕배가 안창남의 비행기에 몰래 올라탄 장면에서는 무대 위의 구조물 위에 두 배우가 올라가 있고
무대 뒷면에 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하늘을 나는 쌍엽기의 애니메이션이 흐르는 식으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맞추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또한 배우들이 일본어 대사를 할 때 한글 자막이 출력되는 스크린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전체적인 시간은 1910년부터 시작하여 2019년 오늘날에서 끝나지만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시간대는 1910년 경술국치부터 한국전쟁이 휴전하는 1953년까지다.
작품의 주인공은 125년을 산 사나이 박덕배이고 그의 두 친구 길자중과 배민국 또한 주연급 등장인물이다.
이들 셋은 죽마고우이나 자중은 양반이고 덕배는 서자이고 민국은 노비로 신분이 제각각이다.
깬 인물인 자중은 신분의 차를 뛰어넘어 하인 민국을 친구로 삼았고 그를 일본유학까지 보내주었지만
후에 자중은 항일운동에 앞장선 의병이 되었고 민국은 민족을 변절한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친구였던 관계가 철천지원수 사이로 변해 버리고 만다.

덕배는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의 주인공처럼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관여되는 운명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1919년에 독립운동을 하겠다며 처자식을 버리고 만주로 떠나는 자중을 배웅한 덕배는
친구가 가족을 부탁한다며 맡긴 돈으로 식사를 하러 태화관에 갔다가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 낭독에 함께하게 되고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집을 나간 동생 도현을 찾으러 상해에 갔다가
김구 등 상해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청사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 숱한 역사적 인물들과 조우한다.

차근호 작가의 작품답게 연극 <루시드 드림>, <어느 마술사 이야기>처럼 이 연극 또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연극을 접하기 전부터 어느 마술사 이야기에서 중정 요원들로 분했던 김동현, 이갑선, 오민석 배우가
이 연극에서 세 친구 역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배역 선정부터 호기심을 자극했고
주인공이 백 년을 넘게 산 남자로 설정되어 있어서 전작인 어느 마술사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로 등장했던 수수께끼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도 했다.
그러나 시공간이동능력의 초능력을 지닌 그 남자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태화관에서 나온 덕배는 만세운동 행렬의 선두에 섰다가 일본군의 총을 맞아 죽게 된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같은 장소에 있던 동명이인 대신에 총을 맞은 것이다.
실수를 은폐하고자 저승사자는 덕배의 수명을 늘려주기로 약속했고 덕배는 백 년의 연장을 요구했다.

연극은 일제시대에 자행된 일본인들의 만행을 강조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이 퍼지자
주고엔고주센(십오원 오십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조선인으로 간주하여
일본인 자경단이 살육을 자행하는 장면이라든가
덕배의 딸 순심이 위안부로 끌려간 곳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하는 장면 등
일제강점기에 한민족이 겪어야 했던 뼈아픈 참상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작품들이 으레 그러하듯
이 연극에도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외세의 개입을 부정하는 좌파적 색채의 인물이 등장한다.
덕배의 동생 박도현이 대표적인 캐릭터다. 도현은 의열단에 가입하여 활동했고
1945년에는 미군 공수부대와 함께 한반도에 투입하기 위하여 훈련을 수행했다.
그러나 훈련 도중에 일본의 항복 소식이 전해지니 조선의 해방을 미군들은 기뻐하였으나
도현은 외세의 개입에 의하여 얻어진 해방은 진정한 독립이 아니라면서 분개했다.
그 역시도 미군의 도움을 받고 있던 주제에 말이다.
좌편향된 인간들의 내로남불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연극의 후반부에서 다루어지는 한국전쟁에서는 자중의 쌍둥이 아들이
영화 <태극기 휘날리고>에서처럼 서로를 반공, 빨갱이라고 욕하면서
형제 간에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이 그려진다.

연극 세기의 사나이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아서
기나긴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덕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민족의 아픔을 재조명한 작품이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비극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을사 5적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리던 유생이
한일합방 소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텐노헤이카반자이(천황폐하만세)를 외치는 장면처럼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장면이 많아서 극의 분위기가 무겁지는 않았다.
일제에 징용된 후 딸과의 재회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탄광에서 땀흘리는 덕배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위안부로 끌려간 순심이 아버님 전 상서를 낭독하고서 눈을 감는 장면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연극 세기의 사나이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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