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뮤지컬 빨래 2019/01/27 14:16 by 오오카미




동양예술극장 1관에서 뮤지컬 <빨래>를 관람했다.
뮤지컬 빨래는 힐링뮤지컬로 유명한 공연이다.
대학로에는 오픈런으로 상연되는 많은 공연들이 있지만
오늘 공연이 몇 번째 공연이라고 자신 있게 고지하는 작품은 빨래가 유일무이할 거다.
이날 공연은 2005년 초연으로부터 4594번째 무대였다.



뮤지컬 빨래는 씨에이치수박 제작, 추민주 작/작사, 민찬홍 작곡이고
지난주부터 22기 팀이 공연을 시작했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서나영 역에 윤진솔, 솔롱고 역에 강기헌, 주인할매 역에 최민경, 희정엄마 역에 김지혜,
구씨 역에 류경환, 빵 역에 정평, 마이클 역에 나경호, 여직원 역에 서지예 배우였다.
공연시간은 1부 75분, 인터미션 15분, 2부 70분이다.


 
이날 출연진 중 가장 관심이 갔던 배우는 나영 역의 윤진솔 배우다.
그녀는 걸그룹 쥬얼리 4기 멤버였고 당시에는 본명인 박세미로 활동했었다.
쥬얼리 해체 후 배우로 전업하면서 윤진솔이란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솔 나영은 기대했던 대로 깜찍했고 사랑스러웠다.

2부 초반부에 부당한 해고와 근무지 이동명령에 화가 난 서점직원들이
야근 후에 함께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부리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나영과 여직원 역의 배우가 1열의 한 관객 앞에 다가가서는 
서점 사장 빵에게 쌓인 울분을 그 관객에게 대신 화풀이를 해서 웃음을 주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그 관객이 바로 내가 되었다.
먼저 윤솔 배우가 내 앞으로 오더니 그러는 거 아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하면서 따지고 드니
서지예 배우가 옆에 가세해서는 쫄딱 망해 버려라라고 악담을 해 댔다.
뒤늦게 달려온 김지혜 배우가 두 후배 대신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식으로 그녀들의 주사는 마무리됐다.



힐링 뮤지컬 빨래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구수하게 풀어낸 명작이다.
강원도에서 상경한 나영은 서울살이 5년차이고 현재 직장인 제일서점은 여덟 번째 또는 아홉 번째 직장이다.
하도 여러 곳을 전전하다 보니 그녀 본인조차도 몇 번째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몽골에서 온 불법체류자 솔롱고는 고국에서는 대학을 나온 나름 엘리트였지만
돈 벌기 위해서 온 한국에서는 임금도 제때 받지 못하면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외국인근로자 신세다.
두 주인공 외에도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오히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주인할매라든가
낳은 애마저 버리고 집을 나온 희정엄마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딸아이가 있는 구씨라든가
제일서점의 최고참 사원 김지숙을 비롯한 서점 직원들 등을 통하여 서민들의 고달픈 일상을 투영한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관객들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정이 동화된다.



뮤지컬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이다.
뮤지컬 빨래에는 관객의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넘버들이 가득하다.

- 1부 -
01. 서울살이 몇 핸가요?
02. 나 한국말 다 알아
03. 안녕
04. 어서 오세요, 제일서점입니다
04a. 엿같은
05. 자, 건배!
06. 참 예뻐요
07. 내 이름은 솔롱고입니다
08. 빨래
09. 내 딸 둘아
10. 비오는 날이면

- 2부 -
11. 책속에 길이 있네
12. 책속에 길이 있네(re)
13. 자, 건배(re)
14. 한 걸음
15.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
16. 슬플 땐 빨래를 해 
17. 참 예뻐요(re)
18. 서울살이 몇 핸가요?(re)
19. Play off(커튼 콜)

다양한 시민들이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노래하는 오프닝 넘버 <서울살이 몇 핸가요?>,
욕 먹고 무시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울분을 랩풍으로 노래하는 <나 한국말 다 알아>,
옆집에 새로 이사 온 나영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 솔롱고가 부르는 감미로운 연가 <안녕>,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회사생활의 서러움을 겉으로 웃는 얼굴과
진짜 속마음으로 구분하여 표현한 두 넘버 <어서 오세요, 제일서점입니다>와 <엿같은>,
나영을 향한 마음이 점점 깊어가는 솔롱고가 또 다시 부르는 감미로운 연가 <참 예뻐요> 등
거의 모든 넘버가 관객의 가슴에 울림을 주니 자연스레 힐링뮤지컬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뮤지컬의 넘버 중 <슬플 땐 빨래를 해>를 특히 좋아한다.
평상시에도 곧잘 이 노래의 유명한 후렴구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를 흥얼거리곤 할 정도로.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슬퍼하는 나영을 인생 선배인 희정엄마와 주인할매가 위로하는 장면에서 불려지는
이 넘버의 후반부에는 두 배우가 장방형의 커다란 천을 현수막처럼 양 끝에서 펼쳐들고서 펄럭이면
나영이 펼쳐진 천의 앞뒤로 오가며 두 팔을 쫙 펼치고서 슬픔을 이겨내고 힘을 내겠다며 희망을 노래한다.
이 안무 또한 뮤지컬 빨래에서 특히 좋아하는 대목이다.




뮤지컬 빨래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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