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소설 용은 잠들다 2019/01/22 16:04 by 오오카미




일본 여성작가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1960-)의 소설 <용은 잠들다(龍は眠る)>를 읽었다.
원작은 일본에서 1991년에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06년에 번역된 바 있다.
알에이치코리아(RHK)와 권일영 원번역자에 의하여 2018년 12월에 재출간되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소설은 <화차(火車). 1992>일 것이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2012년에 이선균, 김민희 배우 주연의 동명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으므로.
개인적으론 2011년에 사사키 노조미(佐々木希. 1988-) 주연의 특집드라마로 방영되었던 화차를 추천하고 싶다.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 1976-)는 영화 <데드풀 2(Deadpool 2)>를 가족영화라고 홍보했다.
화차보다 1년 먼저 발표되었던 이 소설을 그의 표현방식을 빌어서 소개하자면 용은 잠들다는 초능력소설이다.



작품 속에서는 흔히 스캔(scan)이라고도 불리는 초능력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김범, 김강우 배우 주연의 영화 <사이코메트리(サイコメトリー. 2013)>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사이코메트리란 사람 또는 사물과 교감하여 그것에 남아 있는 기억이나 잔상을 읽어내는 초능력을 지칭한다.
피사체와 직접 접촉했을 때 가장 확실하게 능력이 발휘되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가능할 수도 있고
과거의 기억뿐만 아니라 현재의 생각을 읽어내거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도 한다.



주인공 코사카의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치바현 이치카와시의 이치카와역(市川駅).
이치카와역에서 토쿄역까지는 지하철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서두에서 화자인 나는 이 기록은 두 초능력자 젊은이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디까지나 두 젊은이가 주인공이고 자신은 그들을 곁에서 바라본 방관자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셜록 홈즈> 시리즈로 대표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예상하게 되지만
화자가 그가 언급한 두 주인공과 함께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소설의 시점은 화자가 곧 주인공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 속에서 나로 지칭되는 30대의 주인공 코사카 쇼고(高坂昭吾)는 주간지 애로(Arrow)의 기자다.
원래는 전국구 일간지 기자였으나 사귀던 여자와의 결별이 빌미가 되어 계열사인 애로로 좌천되었다.
코사카는 30년 만에 일본을 강타한 대형태풍이 쏟아내는 엄청난 폭우를 뚫고서 토쿄로 차를 몰고 있던 야간에
토쿄역에서 50여 km 떨어진 치바현 사쿠라시의 사쿠라(佐倉) 공업단지 부근에서 한 소년과 만나게 된다.
빗속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던 소년은 코사카의 차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토쿄에서 이곳까지 자전거로 왔다는 소년은 자전거를 수리할 수 있는 곳까지 차를 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소년은 고교 1학년생이었고 이름은 이나무라 신지(稲村慎司)라고 했다. 소년을 태우고서 물에 잠긴 도로를 달리던 중
뭔가를 밟고 차가 덜컹거려서 코사카가 차 밖으로 나와 보니 도로의 맨홀 뚜껑이 반쯤 열려 있었다.
맨홀 인근에는 아동용 우산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잠시 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자식을 찾고 있는 부모가 나타났다.



코사카와 신지와의 첫 만남에서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 1989년형 포르쉐 911.


코사카의 신고에 의해 경찰이 출동했고 열려져 있는 맨홀을 중심으로 유아실종사건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수사에 협조했던 코사카와 신지는 사건현장 인근의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덜덜 떨고 있는 신지를 코사카가 걱정하자 소년은 기자를 향해서 믿기 힘든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이 사이코메트리 즉 초능력자라고 했다.
신지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코사카의 손을 잡은 후 그의 과거를 알아맞혔다.
귀신에 홀린 듯 얼떨떨한 상태의 코사카를 향하여 신지는 부탁했다.
맨홀 뚜껑을 만졌을 때 빨간 포르쉐 911에 탑승한 두 남자가 뚜껑을 여는 것이 보였으니 그들을 찾아달라고.
초능력 따위 있을 리 없다고 반신반의하면서도 너무나도 진지한 소년의 눈빛에 코사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소년이 맨홀 뚜껑으로부터 읽어냈다는 두 남자의 대화 내용과 인상착의를 단서로
코사카는 신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두 용의자가 향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술집으로 차를 향했다.



세계적 시계회사인 세이코(SEIKO)의 자회사 와코(和光) 백화점 옥상의 시계탑은 긴자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사쿠라시의 유아실종사건으로부터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코사카의 회사를 방문한 청년이 있었다.
안색이 창백한 청년의 이름은 오다 나오야(織田直也)였고 나이는 20세였다.
나오야는 자신을 신지의 이종사촌이라고 소개했고 신지의 거짓말을 폭로하기 위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나오야의 말에 의하면 신지는 초능력자가 아니며 어른들을 속이는 것이 재미있어서
좋은 머리를 굴려서 초능력자인 척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신지가 기자의 과거사를 알아맞힌 것도 전부 잔꾀에 의한 것이었다며 나오야는 구체적인 증거까지 제시했다.
그는 신지가 자랑 삼아서 떠벌린 것을 듣고서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혹시 신지의 거짓말에 속아서
초능력자 소년이라고 기사화라도 되면 잡지사나 동생네 가족 모두 망신을 당하게 될 것 같아서 찾아왔다고 밝혔다.
나오야의 설명이 너무나 논리정연했기에 코사카는 신지에게 속았다는 마음에 허탈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며칠 후 코사카를 찾아온 신지는 나오야야말로 거짓말쟁이라고 반박한다.
소년은 진짜 초능력자일까 아니면 거짓말쟁이일까. 종장에 다다를 때까지 독자의 마음은 흔들린다.



소설 후반부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토쿄 에도가와구(江戸川区)다.
이곳은 바닷가에 인접한 카사이린카이공원(葛西臨海公園)이 유명하다.


한편 코사카 앞으로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편지가 반복하여 잡지사 사무실로 배달되는 일이 발생한다.
다섯 통까지는 백지였으나 여섯 통째의 편지에는 원망할 한(恨) 자가 쓰여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이 원한을 살 수 있는 직업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원망을 살 일이 있었는지 코사카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얼마 후에는 음성을 변조한 협박전화까지 회사로 걸려왔다.
수화기 건너편의 발신인은 코사카의 전 여자친구였던 카와사키 사에코(川崎小枝子)의 이름을 들먹였다.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였지만 협박전화가 있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기 위해서
코사카는 그녀의 새 주소인 긴자의 고급주택까지 다녀오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같은 잡지사에 근무하는 선배 이코마 고로(生駒悟郎)는 주인공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줄 뿐 아니라
유머러스한 남자라서 이코마와 코사카가 주고받는 대화는 만담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유쾌한 대목이 많다.
자칭 초능력 소년을 만난 후 갈등하는 후배를 위하여 이코마가 건넨 대사가 인상에 남았다.

"초능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그건 꿈이야. 어른들의 환상이지.
아이들은 어른들이 꿈을 꾸면 슬쩍 장난기가 동해서 그걸 이루어 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그 애들은 냉정해. 거기까지는 말이야. 하지만 어른들이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일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지.
애들에게 꿈이란 깨어나거나 하는게 아니라 계속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이코마 외에도 마음에 들었던 주인공의 주변인물로는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앳되고 해맑은 20세의 아르바이트생 미즈노 카나코(水野佳菜子)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주인공이 나오야의 주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나오야의 이웃인 20대의 유치원 교사 미무라 나나에(三村七恵)다.
코사카의 마음이 어느 여인에게로 향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며 연애소설의 재미도 느낄 수가 있었다.

소설 말미에 SF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Stephen King. 1947-)의 대표작 중 하나인
<캐리(Carrie. 1974)>에 등장하는 구절을 인용했다고 언급하고 있어서 찾아보니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스티븐 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인터뷰 등에서 밝히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븐 킹의 작품 중 초능력 소녀가 등장하고 영화화된 작품으로는
캐리보다는 파이어스타터(Firestarter. 1980)를 더 좋아한다.
이 영화는 국내에는 <초능력 소녀의 분노(Firestarter. 1984)>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고
드류 베리모어(Drew Barrymore. 1975-)의 아역 때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 속에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초능력자 하면 떠오르는 유리 겔라(Uri Geller. 1946-)에 관한 언급도 있다.
그의 스푼 구부리기가 일본에서는 붐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회적 현상이 되었던 것 같다.
유리 겔라는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가 자신 있게 시청자들을 향하여
집에 고장난 시계나 라디오 등 전자제품이 있으면 TV 앞으로 가지고 오라고 했던 것을.
시청자들이 물건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잠시 동안 시간을 준 후
그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눈을 응시하라고 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강하게 외치라고 했다. 고쳐진다라고.
결과가 어찌 되었는가 하면 정말로 고장난 게임기가 고쳐졌다.
그렇기에 나는 유리 겔라가 진짜 초능력자였다고 믿는다.
후에 그의 초능력이 쇠퇴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 용은 잠들다를 읽으며 초능력에 관하여 오랜만에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나가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 용 한 마리씩을 몸 안에 품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 용은 언제 깨어날 지 알 수 없고 만약 깨어났을 때 통제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고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인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진리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P.S. 소설을 완독한 후 코사카 쇼고가 등장하는 후속작이 있는가 찾아보았으나 아쉽게도 없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부각되기보다는
주변인물들이 더 눈에 띄었다는 점에서 시리즈화되기 힘들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코마, 카나코, 나나에의 후일담이 궁금하여 다시 만나보고 싶긴 하지만.
그 대신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중에
스기무라 사부로(杉村三郎)라는 30대의 기자가 주인공인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사카의 후신처럼 느껴지는 이 주인공은 어떤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건들과 조우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에도가와구 후레아이바시(ふれあい橋)와 토쿄의 새로운 랜드마크 스카이트리의 야경.



덧글

  • 타마 2019/01/22 16:26 # 답글

    오오...공연&전시에요~ (소근소근)
  • 오오카미 2019/01/22 16:56 #

    수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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