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음악극 적로 2019/01/05 16:48 by 오오카미




2019년 기해년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의 첫 포스팅은 4주 전에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관람한 음악극 <적로>다.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음악극 적로는 2017년 11월에 초연했고
초연의 호평에 힘입어 2018년 12월에 재연의 무대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2019년에도 다시 만나보고 싶은 매력 넘치는 작품이다.



음악극 적로는 서울돈화문국악당 제작, 배삼식 작, 정영두 연출, 최우정 작곡, 
김정승 예술감독이고 공연시간은 100분이다.
초연은 원캐스팅이었으나 12월 7일부터 30일까지 상연된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때 세 명의 배우 외에도 세 명의 배우가 추가로 투입되어 두 팀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올랐다.



초연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리운 얼굴들을 재연 무대에서 다시 만나보았다.
진도 태생의 조선에서 으뜸가는 대금 명인 박종기 역에 안이호,
서울 태생의 조선에서 둘째가는 대금 명인 김계선 역에 정윤형,
평양 태생의 아름다운 기생 산월 역에 하윤주 배우가 이날 공연의 캐스팅이었다.



음악극 적로의 삽입곡은 다음과 같다.
판소리와 정가라는 우리 음악을 사용하고 있기에 뮤지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음악극이라는 명칭 대신 국악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넘버의 수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01. 경성의 밤, 1941
02. 조금만 더 놀다 가오
03. 달린다 딸각딸각
04. 해로(薤露) : 풀잎에 이슬 방울
05. 귀시인가 여시인가
06. 산월(山月)
07.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이
08. 저 달도 늙어지리
09. 용호상박
10. 승무
11. 시절은 좋구나
12. 네나 나나 나나 네나
13. 계선이 자탄
14. 적로
15. 두 눈을 딱 감고, 달아납시다
16. 아주 가진 못하였네
17. 진혼
18. 이별



박종기와 김계선 역의 남자배우는 판소리로 노래를 하여 걸쭉하고 투박한 느낌인 반면에
산월 역의 여자배우는 정가(正歌)로 노래를 하여 맑고 고운 느낌을 준다.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니 참신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가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은 적로를 관람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산월 역 하윤주 배우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국악인 100명 중에 4명이 노래를 하는데 그 중 2명이 판소리를 하고
1.5명이 민요를 하고 0.5명만이 정가를 한다고 할 정도로 정가를 하는 국악인은 희소하다고 한다.

판소리를 접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여성이 노래를 하는 경우에도 소리가 탁하다는 것이었다.
판소리꾼이 득음을 하기 위해서 목에서 피를 토할 정도로 연습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그러니 소리가 탁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가는 달랐다.
소프라노가 노래하듯이 맑은 가성으로 내는 고음은 새의 노랫소리 같은 청량감을 주었고
가곡 등 서양 노래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한(恨)과 해학 등 한국 전통의 감정이 소리에 담겨 있다는 점은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켰다.

산월이 노래하는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이>와 <두 눈을 딱 감고, 달아납시다>
그리고 <아주 가진 못하였네>는 현대적으로 정가의 매력을 잘 살려낸 넘버들이다.



1941년 경성의 어느 날 밤 청계천가에서
젓대(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이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박종기가 내일 고향 진도로 내려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보다 나이가 어린 김계선은 형님아 가지 마시오라며
박종기를 만류하지만 그는 기어코 귀향할 결심인 것 같았다.
이런 두 사람에게 인력거를 보내 요정으로 초대한 이가 있었다.
방으로 안내를 받은 두 명인은 그곳에 앉아 있는 기생을 보고서 놀라고 만다.
그녀의 생김새가 약 이십 년 전 경성에서 자취를 감춘
전설적인 기생 산월(山月)과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생 또한 기명이 산월이었다.

음악극 적로는 대금 라이벌이자 오랜 벗이었던 박종기와 김계선이
함께 풍류를 즐겼던 옛 친구라 할 수 있는 기생 산월을 그리워하며
셋이 함께 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지난 삶을 반추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두 명인을 초대한 기생 산월이 옛날 그들과 함께했던 산월의 딸이고
오늘이 산월이 죽은 지 딱 일 년이 되는 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객석이 숙연해지고 일부 관객은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동서양의 화합을 들려주는 라이브 연주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클라리넷에 이승훈, 아쟁에 한림, 대금에 박명규,
대금에 여상근, 신디사이저에 황경은, 타악에 김준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박종기와 김계선이 첫만남부터 라이벌로 대결하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대금 비트박스는 고전과 현대의 멋스러운 조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실존했던 두 명의 젓대 명인과 가공의 예인을 결속하여
해학과 감동이 있는 스토리를 구수한 판소리와 고운 정가의 소리로 잘 빚어낸 
국악 뮤지컬 적로는 명품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공연이다.





음악극 적로 커튼콜.
산월 역 하윤주 배우는 2018 KBS 국악대상에서 가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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