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영화 스윙키즈 2018/12/27 17:48 by 오오카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스윙키즈를 관람했다.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의 원작은 2015년에 초연된 창작뮤지컬 로기수다.
당시 이 뮤지컬의 시놉시스를 읽어보고는 바로 관심에서 지워버렸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인민군 포로였기 때문이다.
이젠 아예 대놓고 빨갱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공연까지 나오는 건가.
문화계의 좌편향은 정말 큰 문제야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페이지를 이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재연 때 탭댄스 슈즈를 강조한 포스터를 보고서 시놉시스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고
이 뮤지컬이 이념이 아니라 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란 걸 알게 되었다.
탭댄스를 특화한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번에 영화로 각색되어 개봉함으로써 원작보다 스크린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스퀘어 댄스(Square Dance, Koje Do, Korea. 1952)

원작인 뮤지컬 로기수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스위스의 사진작가 베르너 비쇼프(Werner Bischof. 1916-1954)가
1952년에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이 포크댄스를 추고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다.

* 베르너 비쇼프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기치를 내걸고서
1947년에 결성된 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그룹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에
1948년에 준회원으로 합류했고 다음해에는 정회원이 되었다.
1954년에 촬영차 들른 페루 안데스산맥의 절벽에서 탑승한 차가 추락하여 사망했다.

* 매그넘 포토스는 세계적 권위를 가진 보도사진 작가그룹이고 회원이 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걸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이 그룹에 소속되었던 사진가 수는 전세계에서 129명 정도뿐이다. 일본에선 2명이 소속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거제포로수용소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괴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부산까지 내몰렸던 국군은 유엔군의 참전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붙잡은 북괴 인민군과 중공군을 수용할 공간이 부산에 부족하게 되자
거제도에 새로운 포로수용소를 세우고 전쟁을 일으킨 공산국가의 포로들을 수용하게 된다.
인민군 포로 중에는 김일성 만세를 외치며 주체사상에 물든 빨갱이 친공포로도 있었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전쟁에 참가해야만 했던 이들도 있었다.
후자 중에는 대한민국에 귀순하기를 청하는 포로들이 있었으니 이들은 반공포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친공포로와 반공포로 사이에선 살육이 벌어지기도 하여
사태의 책임을 물어서 포로수용소장을 교체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다.



영화 스윙키즈의 두 축을 구성하는 인물은 로기수와 잭슨이다.
도경수(1993-)가 연기하는 로기수는 친공포로이고 18세의 청년이다.
자레드 그라임스(Jared Grimes. 1983-)가 연기하는 잭슨(Jackson)은 흑인이고 미군 상사다.

로기수는 우연히 잭슨의 탭댄스를 본 이후로
바닥을 두드리는 구둣소리가 귓가를 맴돌며 심장을 펄떡펄떡 뛰게 만드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로기수는 미제(미국 제국주의) 놈의 춤 따위에 홀릴 것 같냐며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그에게 있어서 탭댄스는 국경과 이념마저 뛰어넘는 문화적 충격이었고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로기수의 친형 로기진은 인민영웅으로 추앙받는 존재로 포로들 사이에선 경외의 대상이다.
그런 형을 둔 덕분에 로기수 또한 인민영웅의 가족으로 환대를 받는다.
자신의 그러한 신분 때문에 로기수는 이념과 춤 사이에서 계속 갈등한다.



오키나와에 일본인 현지처를 두고 온 잭슨은 한국을 떠나 오키나와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계급이 낮은 백인 부하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하지만
잭슨은 그러한 차별에 익숙해져 있는지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듯하다.
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 본 적이 있는 탭댄서다.
쉬는 시간에 수용소 내에 설치된 강당에서 탭댄스 슈즈를 신고 혼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새로 부임한 포로수용소장은 포로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을
외부에 홍보하기 위해서 잭슨에게 댄스팀을 만들 것을 명령한다.
선발된 포로들이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다른 포로들이 그것을 보고 즐기는 평화로운 광경을 기자들 앞에서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포로들에게 춤은 무리라고 잭슨이 사양하자 소장은 성공보수로 오키나와행 티켓을 제시한다.



박혜수(1994-) 배우는 잭슨이 결성하는 댄스단 스윙키즈(Swing Kids)의 홍일점 양판래를 연기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를 통해서였다.
이번에 스크린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보게 되어 프로필을 살펴보았더니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미와 지를 겸비한 여인은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판래는 전쟁고아들을 혼자서 돌볼 정도로 강단 있는 20세 조선인 처녀로 설정되어 있다.
판래는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 동네 양공주 언니들을 따라서 미군 파티에 참석한다.
이후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무려 4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어필함으로써
잭슨에게 무허가 통역사로 채용되는데 춤에도 재능을 발휘하여 댄스단에까지 합류하게 된다.
술에 취한 로기수의 출현으로 험악해진 파티장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하여
양판래가 무대에 뛰어올라서 영어로 노래하는 장면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노래 실력이 좋았기에 뮤지컬 무대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잭슨에 의해 결성된 스윙키즈의 멤버는 잭슨을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이다.
친공포로 로기수, 조선처녀 양판래, 반공포로 강병삼, 중공군 포로 샤오팡에
그들을 지도하는 흑인미군 잭슨까지 국적과 이념이 다른 인물들이 모인 다국적팀이다.
다섯 멤버는 피부색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이념이 달라도
춤으로 대변되는 문화를 통하여 마음을 나누고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춤으로 보여준다.
팝송과 J-POP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고 또한 K-POP이 전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춤, 노래, 영상, 문학, 음식 등 다양한 문화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인류의 가슴에 공감대를 형성한다.



오정세(1977-)가 연기하는 강병삼과 김민호(1990-)가 연기하는 샤오팡은 재미있는 콤비다.
서로가 상대방 나라의 말을 할 줄 모르기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음에도
병삼과 샤오팡은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생각을 전하며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눈다.
잭슨의 댄스단이 해체의 위기를 맞은 비 오는 날에 친공포로와 반공포로를 가른
철책을 사이에 두고서 둘이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영화의 주제는 로기수와 잭슨의 대화에 등장했던 대사에서 제시되고 있듯이
"빠킹 이데올로기(이념 따위 개나 줘 버려)"라고 할 수 있겠다.
춤을 추면서 활짝 웃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상흔은 찾아볼 수 없다.
자유주의든 공산주의든 서로가 화합할 수 있음을 스윙키즈의 멤버들은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 즉 상대방과 화합할 마음이 있는 상대일 때에만 이것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를 방증하듯이 영화는 화합의 길을 찾아내는 스윙키즈 멤버들과는 달리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인물들도 배치해 놓고 있다.

우선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포로수용소장을 들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권을 존중하는 인자한 덕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입신양명을 위하여 포로들을 이용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의 결말에서 파티장을 빠져나가며 그가 내린 명령이 그 증거다.
하지만 그가 포로에게 건넸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고 보자면 
이 인물에겐 그래도 화합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반면에 공산주의 진영에서는 주체사상에 완전히 세뇌된 캐릭터가 세 명이나 등장한다.
우선 이다윗이 연기하는 로기수의 친구 광국을 들 수 있겠다.
광국의 등장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친공포로들을 선동하며 느슨해진 이념의 끈을 조여매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리고 로기수의 형 로기진을 들 수 있다.
로기진은 뮤지컬과는 캐릭터 설정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는 하는데
동생을 위하는 형제애가 얼마나 끔찍한가는 크리스마스 파티장 신에서 잘 전달되고 있지만
상관의 명령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에선 몸서리가 처질 정도다.
세 명의 캐릭터 중 가장 악랄하고 비열한 놈은 
북괴의 지령을 받아서 친공포로들을 뒤에서 조정하는 대령이다.
로기수와 로기진 앞에서 대령이 신분을 드러내는 장면은 한마디로 경악스러웠다.
바퀴벌레보다도 혐오스러운 빨갱이의 실체를 잘 표현한 캐릭터라고 하겠다.



원작 뮤지컬을 아직 접하지 않았기에 비교할 수는 없으나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를 비교한 기사와 리뷰들을 찾아서 읽어보니
원작과 영화는 엔딩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도경수와 박혜수 배우는 물론이고 다국적 댄스단에 시비를 거는 백인 병사들까지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춤 연습에 할애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춤의 매력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는 영화 스윙키즈였다.
탭댄스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윙키즈 댄스단원들이 지팡이를 현란하게 회전시키는 솜씨에 경탄했다.
나중에 DVD로 출시되면 슬로모션으로 복습하면서 봉돌리기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싶다.

솔직히 크리스마스 파티의 엔딩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관객의 가슴까지도 방망이질치게 만드는 스윙키즈의 열정 가득한 탭댄스는
그러한 아쉬움마저도 잊게 만들 정도로 흥겨웠고 뜨거웠다.



춤을 향한 열정 그리고 문화가 가진 힘의 위대함을 보여준 영화
스윙키즈의 개인적 평점은
★★★★★★★★★★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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