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소실 2018/12/21 16:27 by 오오카미




지난주에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연극 소실을 관람했다.
극단 야생 제작, 케라리노 산드로비치 작, 이홍이 번역, 이은영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00분이다.
원작의 일본 초연은 2004년이었고 국내 초연은 작년 아티언스 대전에서였다.

케라리노 산드로비치(ケラリーノ・サンドロヴィッチ. 1963-)는
일본의 연출가 겸 극작가이고 1993년에 창단한 극단 나일론100°C(ナイロン100℃)의 대표다.
일드 괴기연애작전(怪奇恋愛作戦. 2015)의 각본과 연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름만 들으면 서양인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 케라리노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2015년 일본에서 이 연극이 재연되었을 때 작가 자신이 팸플릿에 쓴 소개글에 의하면
연극 소실(消失)은 그가 쓴 다른 작품들과는 성격이 다소 다른 작품인 것 같다.

"이 연극은 시리어스 코미디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내가 쓴 작품 중에선 처음으로 등장인물이 모두 착한 사람이지만
그들의 선의가 초래하는 비극을 쓰고 싶었다.
2004년 초연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 대로 살 만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이었으나
11년이 지난 지금은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위태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과는 거리가 먼 이 작품을 재연하는 것이 잔혹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다시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요청이 가장 많았던 작품인 만큼
초연 때는 없었던 무언가를 관객과 우리 모두가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채즈 폴티(チャズ・フォルティー) 역 김결, 스탠리 폴티(スタンリー・フォルティー) 역 성근찬,
화이트 스완레이크(ホワイト・スワンレイク) 역 김예별, 도넨(ドーネン) 역 정상훈,
에밀리아 네햄킨(エミリア・ネハムキン) 역 김주연, 잭 린트(ジャック・リント) 역 김한결 배우였다.
극중에서의 호칭은 각각 채즈, 스탠, 스완레이크, 도넨, 네햄킨, 린트다.

막이 오르면 채즈와 스탠 형제가 그들의 집 거실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고대하고 있다.
둘의 대화만으로도 형 채즈가 동생 스탠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그리고 스탠이 몸은 성인이지만 지능은 어린이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스탠은 이웃에 살고 있는 스완레이크라는 아가씨를 좋아하고 있는가 보다.
채즈는 동생을 위해서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기로 했고 스완레이크를 초대했다.
그리고 스탠에게 오늘 파티에서 고백하라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암전 후 날이 바뀌면 스탠을 정기검진하기 위해 방문한 의사 도넨과 채즈가 거실에 앉아 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스탠이 상처를 받았을 거라며 채즈는 동생을 걱정한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는 이상한 의사 도넨 외에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것에 격분한 스완레이크,
전쟁 전에 냈던 임대 광고를 보고서 2층 방을 보러 찾아온 네햄킨,
후각이 극도로 발달한 듯한 가스 점검원 린트가 차례차례 방문하면서 비극을 향한 퍼즐이 완성되어 간다.

무대 위에서는 구식 검정색 일반 전화기 등 과거를 연상시키는 소품들을 찾아볼 수 있고
네햄킨과 채즈와의 대화에서 전쟁으로 인해 물자가 부족하다는 정보가 전달되므로
이 연극의 시대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 즈음인가 하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것은 함정이었다.
이후 네햄킨과 린트의 대화를 통하여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 있고
그 중 하나는 인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쏘아올렸다는 정보가 추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즉 이 연극은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상)를 그리고 있다.
인류가 이주해서 살 수 있는 인공 달을 우주에 띄울 정도로 과학이 발달하지만
인류는 또 전쟁을 일으켜서 문명을 퇴보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만다. 

작가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을 모두 선인(善人)이라고 표현했지만
연극을 보고 나니 꼭 그렇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착한 사람들만 모여 있어도 나쁜 일은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 같긴 하나
채즈의 행동을 돌이켜 보았을 때 결코 그를 선인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선인만 등장한다는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린트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코믹하게 극이 전개되지만
채즈와 스탠 형제의 비밀이 드러나고
다른 인물들의 비밀 또한 하나씩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여섯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감이 있었고 코믹한 장면에서는 충분하게 객석에 웃음을 전달했다.
개인적으론 수학문제를 풀던 중에 발생하는 네햄킨과 스탠의 말다툼 장면이 특히 재미있었다.

제목 소실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해볼 수 있겠다.
등장인물의 목숨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지구 그 자체의 소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 원작의 공연시간은 2시간 40분이라고 한다.
2004년 초연 때의 공연실황과 메이킹 영상을 담은 DVD가 발매되어 있다.
국내 공연과는 1시간이나 차이가 나는데 언젠가 원작 그대로의 공연도 만나보고 싶다.





연극 소실 커튼콜.



극단 야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날 공연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셀카.
왼쪽부터 김결, 성근찬, 김한결, 김예별, 김주연, 정상훈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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