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황야의 물고기 2018/12/11 04:11 by 오오카미




11월 말일에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연극 황야의 물고기를 관람했다.



극단 지즐 제작, 선욱현 작, 석봉준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05분이고  
박윤호, 이훈경, 조정환, 안영주, 송아영, 김지용,
황현태, 신승윤, 이종환, 이정현, 배진범 배우가 출연했다.



막이 오르면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어느 마을의 술집이다.
무대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서 두 사내의 포커판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마운틴 스트레이트를 잡은 잭은 승리를 확신하며 환호성을 질렀지만
건너편에 앉은 해리는 에이스 포 카드를 내밀며 상대편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올인했던 잭은 실의에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게임을 지켜보고 있던 소년 다니엘의 에이스가 5장이라니 이상하잖아요라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카드를 돌렸던 매춘부 나타샤의 목을 움켜쥐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어 총구를 사기꾼 해리에게 겨누었다.
해리가 돈을 돌려주지 않자 격노한 잭이 방아쇠를 당기니
가게 안에는 총소리가 울려퍼지고 도망치는 자와 쫓는 자 간의 다툼으로 술집은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이때 서부영화의 음악과 함께 술집 입구에 들어서는 인물이 있었으니 마을의 보안관 존이었다.



연극 황야의 물고기는 극중극 형식을 띠고 있다.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극과
건물 지하에 위치한 클럽 서부시대에서의 현실이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서부시대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클럽이다.
이곳에 모인 회원들은 각자가 서부극 속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들만의 연극을 만들어간다.
관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연기하는 것도 아니다.
회원들 스스로가 연극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서 맡은 배역을 연기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누군가가 되어 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겐 위안이 되는 것이다.



이 연극을 보면서 일본 원작의 연극 취미의 방이 떠올랐다.
남자들이 일과 가정 등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즉 취미의 방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연극 황야의 물고기에서도 클럽 서부시대에 모인 회원들은 서부극을 연기하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는다.
어찌 보면 현실도피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취미의 방이나 서부시대 같은 공간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작품 속에는 여성 캐릭터가 세 명 나오는데 각각의 설정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신승윤 배우가 연기하는 나타샤는 전업주부다.
비록 작은 역할일지라도 서부시대에서 서부극을 연기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한다.
이훈경 배우가 연기하는 점숙은 건물주다.
밀린 월세를 받으러 서부시대에 내려와서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나중에는 서부시대의 회원이 되어 그녀 또한 서부극의 일원이 되어 색다른 즐거움을 찾게 된다.
송아영 배우가 연기하는 은숙은 클럽장 존의 아내다. 
현실도피한 존을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 서부시대를 찾아오는 그녀는 존뿐 아니라 
다른 회원들에게도 잊었던 현실을 생각나게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다.
존이 대본을 쓴 서부극의 후반부에는 최고의 총잡이 존조차도 경악하게 만드는
빅터라는 악당이 등장하지만 현실의 대변인과도 같은 은숙의 존재감은 악당조차 떨게 만들 정도였다.  



일상에서의 피로를 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활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무언가에 몰두한다면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현실도피 또는 일탈 등 문제가 있는 행위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극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서부극에서 존이 등장할 때마다 모자를 벗어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폼을 잡는 연출이라든가
악당 빅터 역의 배우가 ㅅ을 ㄷ으로 발음하는 어눌한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 등
극의 태반은 유쾌하고 코믹하게 전개되어 웃음을 주었다.

존의 아버지이자 전 보안관인 요셉이 낭독하는 책의 글귀에는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했다.
"강물이 말라버린 황야에서 물고기는 햇볕 아래 퍼덕이고 있었다.
이윽고 물고기는 눈을 감고서 죽음을 기다렸다. 그러나 물고기는 죽지 않았다."
다음 문장을 낭독하지 않고 장면이 전환되어 물고기가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그리고 현실의 시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클럽 서부시대처럼
희망의 오아시스는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극 황야의 물고기 커튼콜.
커튼콜 때 흘렀던 음악이 이탈리아 영화 황야의 분노(I Giorni Dell'ira. 1967)의 주제가인데
유튜브에서 음원 저작권 침해로 영상까지 차단되어 부득이하게 소리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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