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파티 2018/11/27 04:14 by 오오카미




11월 중순에 종로예술극장에서 연극 파티를 관람했다.
지도 어플을 이용하여 찾아갔으나 공연장으로 연결되는 입구를 찾느라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종로예술극장은 4층에 위치하고 있고 네파 매장 바로 옆에 
성인 한 명이 드나들 만한 폭의 좁은 출입구가 공연장으로 연결되는 계단 입구다.
층계참 없이 4층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계단이라서 오랜 연식의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1층의 계단 입구에는 종로예술극장을 소개하는 용지가 붙어 있었다.
극단원들이 운영하는 공연장 및 카페이고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커피와 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맥주 주문시에는 외부에서 사온 음식의 취식이 가능하다.
SNS에 포스팅하면 브루잉커피를 한 잔 드린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층계참이 없어서인지 오래된 건물이라 각 층의 높이가 낮은 것인지
계단을 얼마 오르지 않은 것 같은데도 금세 4층 입구에 도달했다.



입구를 들어서니 탁자와 의자가 여럿 놓여 있는 커피숍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이곳이 공연 전에 대기하는 로비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이곳이 로비이자 곧 공연이 열리는 무대였다.
소극장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공연장이었다.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공간에는 미술품을 전시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이고 짧은 쪽의 폭이 그리 넓지가 않아서
공연장으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이곳을 로비로 사용하고 앞서 언급했던 로비 겸 공연장을 전용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종로예술극장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커피나 맥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던 공간이
공연시간이 되면 그대로 공연장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특색이 있었다.
이 공간의 중앙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예닐곱 세트 정도 놓여 있는데
그 중 중앙에 위치한 한 세트만 공연 중에 사용이 되어 비워 놓아야 했고
다른 테이블과 의자에는 관객이 자유롭게 착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벽면을 따라서도 의자가 놓여 있어서 전체적으로 관객 30여 명을 수용할 있는 공간이었다.
공연장 공간의 한 쪽 구석은 냉장고와 싱크대 등이 놓여 있어서 커피를 만들고 잔을 씻을 수 있는 주방으로 쓰였다.



연극 파티의 원작은 영국의 극작가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1930-2008)의 생일파티(The Birthday Party)다.
1957년에 쓰여진 희곡이고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 중 하나다.
부조리(不条理)란 이치에 맞지 않거나 도리에 어긋남을 의미한다. 즉 부조리극(Theatre of the Absurd)이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작가가 설정해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극이다.
이치에 맞지 않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황당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연극이 끝나고 나서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어쩌면 희곡을 쓴 작가 자신조차도 그가 풀어낸 이야기 속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부조리극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조리일지도 모르겠다.

연극 파티의 무대는 영국 어느 해안가의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60대의 노부부 피티(Petey)와 매그(Meg) 부부가 하인숙을 운영하고 있고
이곳에는 스탠리(Stanley)라는 30대 후반의 남자 손님이 장기투숙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마을처녀 룰루(Lulu)가 식료품을 배달하러 하숙집을 방문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이곳에 두 명의 예약손님이 등장한다.
골드버그(Goldberg)라는 50대의 남성과 그의 직장 부하로 보이는 맥켄(McCann)이라는 30대의 사내였다.

그날 밤 여인숙에서는 스탠리의 생일파티가 열린다.
스탠리는 오늘이 생일이 아니라고 극구 부정했지만 매그가 그럴 리 없다며 파티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매그가 생일선물로 스탠리에게 건넨 것은 어린이들이나 갖고 놀 만한 조그마한 북(드럼)이었다.
매그의 불안한 정신상태는 스탠리에게 찾아올 위험을 알리는 전조라고 할 수 있었다.

한편 파티가 열리기 전 여인숙에서는 주인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에
골드버그와 맥켄 콤비가 스탠리를 거실 의자에 앉히고는 마구 몰아세우는 상황이 연출된다.
스탠리는 매그에게 지금은 피아노를 치지 않지만 유명했던 피아니스트였다고 자신을 소개했었으나
골드버그와 맥켄이 스탠리를 다그치는 장면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의하면
스탠리는 피아니스트 같은 예술가가 아니라 조직에 속해서 일했던 조직원이나 청부업자였던 것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골드버그와 맥켄이 사전에 나눈 대화에 기인하자면 이 두 사람의 정체 또한 수상하기는 매한가지다.
둘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출장을 온 회사원 같기도 하고 조직원이나 청부업자로 생각되기도 하고
종교단체에 소속된 광신도이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일삼는 사기꾼처럼 비추어지기도 한다. 
골드버그와 맥켄의 추궁과 윽박에 스탠리는 서서히 망가져 가고 파티가 끝난 다음날에는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린다.



해롤드 핀터의 처녀작은 방(The Room. 1957)이다.
방에 거주하고 있던 주인공이 방을 찾아온 외부인에 의해서 수난을 겪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거주자를 지켜줘야 하는 방이나 집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여
등장인물이 고통을 겪게 된다. 게다가 피해자가 왜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는다.
안식처가 되어야 할 장소에서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자의 공격을 받는 피해자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니
관객의 기분은 불쾌해지고 마음은 불편해진다. 부조리극의 특징인 불안과 우울이 잘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매그 역 이엘리, 피티 역 고인배, 스탠리 역 홍수영,
골드버그 역 성천모, 맥켄 역 고현준, 룰루 역 현수민 배우였고 공연시간은 2시간이었다.
이 연극의 연출자이기도 하고 굵직한 목소리만큼 강인한 이미지의 골드버그를 연기한 
성천모 배우의 연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뮤지컬 하모니, 연극 햄릿 디 액터,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등을 연출한 베테랑 연출가다.
고인배, 이엘리 배우의 원숙한 연기는 물론이고 젊은 배우들의 왕성한 혈기가 살아숨쉬는 좋은 무대였다.



손에 닿을 듯한이 아니라 손을 뻗으면 정말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접할 수 있기에 다소 협소한 감이 없진 않으나
생동감이 살아있는 무대를 만나볼 수 있는 공연장 종로예술극장이었다.
일종의 작은 원형극장 구조이다 보니 맞은편의 관객이 함께 찍혀서
커튼콜 찍기가 편하지 않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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