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중국가극무극원 조씨고아 2018/11/06 15:22 by 오오카미




10월 20일 가을의 중턱을 넘어선 화창한 토요일에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중국가극무극원 내한공연 조씨고아를 관람했다.
성남아트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이후이니 6년 만이었다.



중국가극무극원(中国歌剧舞剧院.. China National Opera & Dance Drama Theater)은
1956년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국립무용단이고 최고 수준의 무용수들을 거느리고 있다.
조씨고아(趙氏孤兒)는 원나라 때 기군상(紀君祥)이 쓴 희곡으로 중국의 4대 비극으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기군상의 작품 중 현존하는 것은 조씨고아가 유일하다.

* 왕계사(王季思. 1906-1996)가 쓴 중국십대고전비극집(中國十大古典悲劇集. 1982)에 의하면
중국의 10대 비극은 다음과 같다.
원(元) 잡극 중에서 관한경(關漢卿)의 두아원(竇娥寃), 마치원(馬致遠)의 한궁추(漢宮秋),
기군상(紀君祥)의 조씨고아(趙氏孤兒), 
명(明) 전기 중에서 고명(高明)의 비파기(琵琶記), 풍몽룡(馮夢龍)의 정충기(精忠旗),
맹칭순(孟稱舜)의 교홍기(嬌紅記),
청(淸) 전기 중에서 이옥(李玉)의 청충보(淸忠譜), 홍승(洪昇)의 장생전(長生殿),
공상임(孔尙任)의 도화선(桃花扇), 방성배(方成培)의 뇌봉탑(雷峰塔).

* 이 중 관한경의 두아원, 기군상의 조씨고아, 홍승의 장생전, 공상임의 도화선을 중국 4대 비극이라고 일컫는다.
원나라의 4대 비극이라고 할 때에는 원 잡극의 세 작품 외에 백박(白樸)의 오동우(梧桐雨)를 추가한다.



발레 공연을 포함하여 무용극을 관람할 때 가장 커다란 애로점은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대사도 없고 내레이션도 없다 보니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배우들의 동작만으로는
지금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레를 보러 갈 때에는 각 막의 시놉시스를 예습해 놓는 것이
공연 이해를 위한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무대 양옆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각 장이 시작되기 전에
이번 장에서 다루게 될 줄거리를 자막으로 알려줬기 때문이다.
발레 공연에서도 이처럼 자막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씨고아라는 제목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이 작품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는
이번에 중국가극무극원의 무용극 조씨고아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무리 장의 서두마다 줄거리를 자막으로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원작이 희곡인 작품을 대사가 없는 무용극으로 각색하여 
그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으나 역시나 괜한 걱정이었다.
최고 실력의 무용수들이 혼신을 다해 추는 춤에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씨고아는 조씨 성의 고아란 뜻이고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조무(趙武)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무는 아버지 대에서 조씨 일족이 멸족을 당하지만 구사일생으로 혼자 살아남아
장성한 후 조씨 일가를 재건한 진나라의 정치가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에 조무에 관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춘추(春秋) 시기 진(晉)나라, 양공(襄公)이 죽은 뒤 왕위에 오른
영공(靈公)은 조순(趙循)의 간언을 물리치고 방탕한 생활에 빠진다.
간언을 듣지 않자 조순은 떠나게 되고,
그의 형제 조천(趙穿)이 영공을 죽이고 성공(成公)을 왕으로 추대한다.
그리고 조순의 아들 조삭은 성공의 누이와 혼례를 치른다.
이 일로 대장군 도안고(屠岸賈)는 조순 가문에 원한을 가지게 된다.
성공이 죽은 뒤 경공이 왕위에 오르자
도안고는 조순이 영공 시해의 주범이라 하여 조순 가문 300여 명을 몰살한다.
그러나 임신 중이던 조삭의 아내는 성공의 누이였기 때문에 차마 죽이지 못한다.
그 대신 도안고는 조삭의 아내를 자기 집안에 감금했다가 출산하면 아이를 죽일 생각을 한다.
그러나 조삭 아내는 평소 문객이었던 정영의 도움을 받아
아들 조무를 도안고의 집에서 빼내는 데 성공한다.
아이를 빼돌렸다는 사실을 안 도안고는 3일 내 고아를 찾아내지 못하면
고아와 같은 또래인 모든 아이를 죽이겠다며 전국령을 내린다.
정영에게도 고아와 같은 또래의 아들이 하나 있었다.
정영은 공손저구와 의논한 뒤 자기 아들을 고아로 속여 공손 가문에 보낸다.
그러고는 도안고에게 공손 가문에서 고아를 숨기고 있다 신고한다.
결국 정영의 아들은 도안고에게 죽임을 당하고, 정영은 고아를 아들처럼 기르게 된다.
목숨을 바친 정영과 공손저구의 도움으로 고아는 목숨을 건졌고,
도안고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체 고아를 수양아들로 삼기까지 한다.
정영의 도움이 없었다면 조씨 가문을 멸족시켜 주군의 원한을 풀지 못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20년이 흐른 뒤, 장성한 고아는 정영에게 모든 사실을 듣고 비분강개하여 복수를 다짐한다.
도공(悼公)이 즉위하지만 정권은 도안고가 쥐고 흔든다.
때가 되어 고아는 도안고를 죽이고 가문의 원한을 푼다.
그리고 조무라는 본래 이름도 되찾는다.

줄거리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조씨고아 [趙氏孤兒, 赵氏孤儿]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중국문학, 2013. 11., 인문과교양)





중국가극무극원 조씨고아는 내용면에서 살(殺), 고(孤), 의(義) 3개의 글자로 주제를 함축하는 한편
흑, 백, 적 3개의 컬러를 사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진나라의 무장 도안고(屠岸賈)는 눈엣가시로 여겼던 문신 조순(趙盾)을 처단한 후
후한을 없애기 위하여 부하들을 이끌고 조씨 일족 300여 명을 몰살시킨다.



조씨 일족의 무용수들은 힘없는 백성을 연상시켜서
기개 넘치는 도안고의 병사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흑색 의상의 도안고 병사와 백색 의상의 조씨가 각각 짝을 이루어 군무를 펼친다.



도안고의 수하들에게 살해당하는 조씨 일족.



무대 중앙의 벽면에는 붉은 색깔의 죽일 살 자가 표시되어 살육의 장이 진행되고 있음을 표시했다.
조씨 일족들의 백색, 도안고 병사들의 흑색,
그리고 조씨 저택에서 출산 중인 조순의 며느리 장희(庄姬) 공주의 처소는 적색으로 표현되었다.



조순의 아들 조삭(趙朔)도 이미 도안고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산통 끝에 남아를 출산한 장희는 남편의 유언을 따라 아이의 이름을 고아라고 짓는다.



도안고의 부하들이 저택을 에워싸고 있어서 장희는 탈출할 방도가 없었다.
장희는 고아만이라도 살리고자 마침 이곳에 와 있던 주치의 정영(程嬰)을 부른다.



정영은 거처도 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니던 신세였으나
조삭의 배려로 이 고장에 정착하여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정영이 조씨 가문의 은혜를 입은 몸이라고는 하나
가문의 후계자인 고아를 맡아 달라는 중차대한 부탁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영이 한사코 거부하자 장희는 정영의 약상자 속에 고아를 집어넣는다.
고아를 저택 밖으로 빼돌려 달라는 장희의 간절한 부탁을 정영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장희 공주의 붉은 드레스는 요염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죽음마저도 각오한 강렬한 모성애를 상징하는 컬러이기도 했다.



의사라는 신분 덕택에 정영이 무사히 저택을 빠져나간 후
도안고가 조씨 저택 안으로 진입했다.



장희 공주가 선왕의 딸이라서 도안고는 일단 예를 표했으나 이제는 장희 역시 조씨 가문의 일원이다.
도안고는 손수 장희의 목을 졸라서 숨통을 끊어 버린다.



하룻밤 사이에 조씨 일족을 몰살시킨 도안고는 승리의 기쁨에 취한다.



극의 시작부터 강렬하고 파워풀한 연출로 객석을 매료시킨 살의 장 다음에는
조씨고아를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고 외로운 삶을 살게 되는 정영의 생애를 그린 고의 장이 전개되었다.



이 장의 하이라이트는 정영과 그의 아내가 추는 2인무다.
이 무용극을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도안고는 뒤늦게 장희의 출산 소식을 듣게 된다.
조씨 일족의 사체 중에 갓난아기가 없었으므로 누군가가 빼돌렸음을 알게 된 도안고는
조씨의 갓난아기를 찾아서 데려오지 않으면 도성 안의 모든 아기를 죽이겠다고 백성들을 협박한다.
정영에겐 마침 얼마 전에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
정영은 조씨고아 대신 자신의 아이를 희생시킬 각오를 굳히고서
우리 아이를 내어주자고 아내를 설득하지만 정영의 아내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부부가 옥신각신하는 장면 다음에
정영이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서 아내와 함께 기뻐했던 장면과
출산 후에 아이를 안고서 가족의 행복감을 만끽했던 장면의 회상이
애절하면서도 우아하고 멋들어진 2인무로 표현되었다.
행복했던 과거와 절박한 현실이 대조되어 슬픈 감정을 한층 고조시켰다.



정영은 조씨고아를 요람에 눕히고 아내의 품에서 자신의 아이를 뺏어서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원래는 정영 자신도 아이와 함께 죽을 생각이었으나
조삭의 식객이었던 공손저구(公孫杵臼)가 늙은 내가 죽을 테니
자네는 살아남아서 고아를 돌보라고 말하니 정영은 이를 따르기로 한다.
정영은 도안고를 찾아가서 공손저구가 빼돌렸던 조씨의 아이를 찾아내어 데려왔다고 말하며
자신의 아이를 도안고에게 헌상한다.



잔혹한 도안고는 정영에게 네가 데리고 온 아기를 직접 죽이라고 명하지만
아이를 땅바닥에 내려치려고 정영이 양손을 번쩍 들어올린 순간 그의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정영이 멈칫하자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도안고는 그의 손에서 아이를 빼앗아들고는 가차없이 땅바닥에 내팽개친다.



뒤늦게 달려온 정영의 아내는 자신의 아기를 싼 빨간 포대기가 땅바닥에 나뒹구는 걸 목격한다.
포대기 옆에서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정영을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아내는 죽은 아기가 싸여 있는 포대기를 안아들고서 쓰러질 듯 위태롭게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뗀다.
이 장면에서 정영의 처가 멀어져감에 따라서 붉은 포대기의 천이 풀어져서 바닥에 길게 드리워졌다.
마치 아기가 흘리고 있는 피의 궤적처럼 보여져서 한없이 숙연해지는 장면이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실성한 아내는 바다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장면에서 물결 모양의 장식물을 머리에 쓴 12명의 무용수가 등장하여 굽이치는 파도를 연기한다.
열 두 명의 무희와 정영의 아내가 어우러져서 물결에 휩쓸려서 가라앉는 여인을 춤으로 그려낸다.



열 두 명의 무희가 추는 군무는 파도 장면 이외에도 두 번 정도 더 등장하였는데
그녀들은 12선녀가 지상에 내려온 듯 요염하면서도 황홀한 춤사위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정영이 고아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그의 아내와 자식을 희생했고
원수인 도안고에게 의탁하여 고아를 자신의 아들로서 키우는
고(孤)의 장은 충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고통을 홀로 견뎌낸
외로운 의인 정영의 고결한 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도안고는 정영을 후하게 대접했다.
조씨 일족의 씨를 말릴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도안고는 정영의 아들 정발(程勃) 또한 자식처럼 아꼈고 손수 무예를 전수하기까지 했다.



도안고는 정발에게 사람을 죽이게 하는 등 잔혹함마저 가르치려고 했다.
정영은 진실을 밝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성인식 전날에 정영은 아들 정발 즉 조씨고아에게 모든 진실을 밝힌다.
내 아들을 대신 희생시켜서 널 살려냈으며 모든 재앙의 원인은 조씨 일족을 멸절시킨 도안고라는 사실을.





고아는 가문의 복수를 다짐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나 도안고를 죽이려 했던 고아의 시도는 무산되고
오히려 도안고가 고아를 향해 던진 칼을 정영이 방패가 되어 대신 맞는다.





정영은 가족쁜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서 의를 실천했다.
그 숭고한 정신에 감복한 조씨고아가 다시 검을 들고 일어서니
억울하게 스러져갔던 조씨 일족의 영혼들이 고아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고아는 결국 가문의 원수이자 자신을 키워준 정영의 원수 도안고을 죽이고 복수를 달성한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복수 끝에 남은 것은 허무함과 고독함이었다.



장희 공주와의 약속 그리고 조씨 가문에 대한 보은을 달성하고서
숨을 거둔 정영은 저승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내를 만나서 자신의 잘못을 사죄한다.



의(義)의 장에서는 살신성인으로 의을 실천한 주인공 정영의 죽음을 통하여 비극의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저승에서 평안을 되찾은 듯한 정영의 모습을 결말에서 보여줌으로써
슬픔을 중화시키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장희 역 위위(余瑜) 배우.





정영 아내 역 고원챈(高雯倩) 배우.



조씨고아 역 동지밍(董志明) 배우.



도안고 역 류빈(刘彬) 배우.





정영 역 양스위(杨思宇) 배우.





커튼콜 때 주연배우들과 앙상블들 그리고 연출가와 배우들이
서로 마주보고서 절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연출가 리스보(李世博).

중국가극무극원의 조씨고아를 접하면서 중국 비극에 관한여 알게 되었고 중국 무용극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었다.
고전의 멋을 잘 살려내면서 현대적 느낌 또한 적절하게 가미한 고전극이라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음악면에서도 동서양의 미가 잘 어울리도록 양악을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비극적인 내용면에서도 아름답고 역동적인 무용면에서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가극무극원의 주역급 배우들이 TV에 출연하여 조씨고아의 일부 장면을 시연한 방송 영상.






중국가극무극원 조씨고아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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