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의 첫 번째 주말과 두 번째 주말에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를 관람했다.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大空の虹を見ると私の心は躍る)는 2013년에 일본에서 초연됐다.
재일한국인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정의신(鄭義信. 1957-) 작가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극단 수 제작, 박현숙 번역, 구태환 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00분이다.

어느 지방도시의 변두리에 있는 영화관 레인보우 씨네마가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다.
이 영화관은 1978년에 개관했으니 올해로 40주년이 되었으나
시내 중심가에 들어선 멀티플렉스 극장과 경쟁이 되지 않았던 데다가
도시재개발에 의해 극장 건물을 철거하고 도로를 낸다고 하여 결국 폐관을 결정하게 되었다.
폐관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원우 역 박완규 배우와 신태호 역 한윤춘 배우.
원우는 레인보우 씨네마 사장의 아들이다.
태호는 서울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의 일을 돕고 있는 미용사다.
원우는 나이가 열 살 정도 많은 태호를 선배라고 부르고 있지만 두 사람은 실은 연인 사이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마자 등장하는 두 사람은 약간의 언쟁을 벌인다.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가족에게 숨기고 있는 원우는
태호가 휴가를 얻어 이곳에 내려와 있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그만 올라가라고 원우는 등을 떠밀지만 태호는 폐관일까지 극장 일을 도울 생각이다.

송희원 역 배현아 배우.
희원는 레인보우 씨네마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이다.
밝고 쾌활한 성격이지만 뚱뚱한 외모와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남자들에게 그다지 인기는 없다.
남성 등장인물들 앞에서 희원이 여성미를 어필하는 장면이 있지만 번번히 무시당한다.
영화관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근처 헬스장에서 일할 예정이다.

김정숙 역 최지혜 배우와 박수영 역 김성철 배우.
정숙은 레인보우 씨네마 인근의 아파트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독신의 중년여성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에 꼭 이 극장에 들러서 쉬었다 간다.
이곳이 마트와 아파트의 딱 중간에 위치해서 쉬었다 가기 좋다는 것이 그녀의 변명이다.
그러나 정숙은 이곳에서 영화를 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수영은 레인보우 씨네마의 영사기사다.
평소에는 커다란 토끼 인형탈을 쓴 채 영사실에 틀어박혀 있고 말을 별로 하지 않아서
그의 정체는 공연 중반부 이후에야 밝혀진다.
원우의 동생 원식처럼 그도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이 이 연극의 클라이막스다.
외로운 사람들끼리여서일까 정숙과 수영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조병식 역 김재건 배우.
병식은 레인보우 씨네마의 창업자다.
나이가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걸을 때에도 지팡이가 필요하지만
정이 많이 든 극장에 매일 출퇴근하고 있다.
경영난도 있었지만 극장이 재개발지구에 편입되어 철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안타깝다.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 월세였던 극장을 매입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조한수 역 박윤희 배우.
한수는 병식의 아들이고 현 레인보우 씨네마의 사장이다.
아버지가 시작한 극장을 자기 대에서 폐관해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죄스럽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수긍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인물이다.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차남 원식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로서의
한수의 회한이 공연 후반부에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정의신 작가는 연극계에서는 연출가, 영화계에서는 각본가로도 활동을 해 왔지만
올해 6월에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야키니쿠 드래곤(焼肉ドラゴン)에서 처음으로 영화 연출을 맡으며 감독 데뷔했다.
정의신 작가의 대표작인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은 2008년에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무대에 올랐었다.
정의신 작가의 대표작인 야키니쿠 드래곤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공통적으로 휴머니즘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역시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정과
난관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달리는 희망과 용기라는 뜨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10월 첫째 주말에 관극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커튼콜 영상.
10월 둘째 주말에 관극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커튼콜 영상. 박수영 역은 조성국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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