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ライフ 연극 그 개 2018/10/15 06:04 by 오오카미




10월의 첫 번째 주말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그 개를 관람했다.
서울시극단 제작, 김은성 작, 부새롬 연출이고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목란언니를 쓴 김은성 작가의 신작이니 이번 공연이 초연이 되겠다. 공연시간은 105분이다.



시소와 미끄럼틀, 트램펄린(trampolin)이 놓여 있는 무대는 잔디가 깔린 공공놀이터를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극중 등장인물인 장 회장 저택의 정원 풍경이다. 외국에 나가 있어서
1년에 한 번 한국에 들어올까 말까 한 외손자를 위해서 회장이 정원을 놀이터처럼 꾸며놓은 것이다.
공연 중에 무대변환이 따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면에 따라서 정원 외의 공간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무대 안쪽으로 지그재그 형태의 경사로를 설치해 놓아서 
산과 언덕을 오르내리는 장면 등에서 보다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동선을 보여주었고
경사로 위쪽으로는 스크린을 설치하여 동화를 낭독하는 장면 등에서 애니메이션을 보여줌으로써
시각효과를 보조하는 도구로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하해일 역 이지혜, 무스탕 역 안다정 배우.

16세의 중학교 2학년 여학생 하해일은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다.
투렛증후군은 음성 틱장애의 일종으로 무의식적으로 욕을 반복하는 병이다.
수업시간 중에도 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탓에 학교에서는 왕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림에 재주가 있는 해일은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분홍색 돌고래 핀핀이 주인공인 어비스 러브(심해의 사랑)란 제목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돌고래 핀핀은 저주에 걸려서 상반신이 인간의 몸으로 변하고 말았다.
저주를 풀고 돌고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푸른색 돌고래 또또를 만나야만 한다.
핀핀은 또또를 찾기 위해서 길을 나선 여행 중에 용맹스러운 강아지를 만나서 친구가 된다.
핀핀은 강아지에게 무스탕(야생마)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연극 포스터의 그림은 해일이 그린 핀핀과 무스탕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일이 창작한 어비스 러브는 이 아이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다른 돌고래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 버린 핀핀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여 외톨이가 된 해일과 다르지 않고
핀핀이 여행 중에 만나는 개 무스탕은 얼마 전에 해일이 공터에서 발견한 진돗개 유기견을 모델로 한 것이다.
해일은 유기견에게 무스탕이란 이름을 붙이고 함께 놀아주었고 무스탕도 해일을 주인처럼 잘 따랐다.



장장강 역 윤상화, 보쓰 역 유원준 배우.

장장강은 중견기업급 제약회사의 회장이다. 그는 모 대기업 회장의 첩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서 육사를 졸업했고 군인이 되었으나 부친의 사후 중령으로 예편했고
정실의 자식들이 떼어준 작은 제약회사를 어머니와 함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보쓰는 장강이 애지중지하는 셰퍼드이고 나이는 11살이다.
보쓰는 사람 나이로 치면 노인 축에 드는 나이가 되어서 움직임이 예전같지 못하다.
장강 역시 노인이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이기에 그의 애완견이 이제는 동년배의 친구처럼 느껴지곤 한다.

장강의 회사는 창업 3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백서를 발간하기 위해서 홍보팀에서 전문작가를 섭외했다.
회장과의 인터뷰를 위해서 방문한 30대의 여성작가는 지적이고 아름다웠다.
장강은 딸뻘인 작가에게 그만 연심을 품게 되고 만다.
여작가와 회장의 인터뷰 장면에서는 두 배우의 대화가 동문서답식으로 진행되어 객석에 웃음을 주었다.
작가는 회사와 회장과 관련된 공식적인 질문을 대사로 던지지만
회장은 작가의 질문에 대하여 사심이 가득한 방백으로 대답을 한다.
또한 장강은 갑질하는 부유층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어서 희화화의 대상이기도 하다.

보쓰를 연기한 유원준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회장이 작가 앞에서 반려견 자랑을 하느라고 보쓰에게 이것 저것 명령을 시키는 장면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명령을 수행할 때 보여준 절도가 있으면서도 코믹한 제스처가 기억에 남는다.
이 공연을 본 유원준 배우의 지인이 배우에게 "너 오늘 정말 개 같았어"라고 말해줬더니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하긴 개를 연기한 배우에게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현지 역 박선혜, 은지 역 김유민, 하상근 역 유성주 배우.

현지는 에세이작가다. 기업 백서 집필을 의뢰받았고 그 회사의 장장강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에는
회장으로부터 개인적인 글쓰기 지도를 부탁받기도 하여 피천득의 인연을 교재로 삼아서 성심껏 응대한다.
그러나 여자가 베푸는 친절이 남자에게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지와 회장의 대화 중에 현격한 세대차이를 보여주는 대사가 있다.
현지가 LA로 여행을 다녀올 거라고 하자
장강은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1952)'를 언급하지만
현지는 LA 하면 '라라랜드(La La Land. 2016)'라고 반문하면서 비탈진 경사로를 달려서 퇴장한다.
이 장면에서 경사로 위의 스크린에 LA의 언덕 풍경이 비추어졌고
그 풍경을 배경으로 박선혜 배우가 뛰어가니 마치 라라랜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낭만적인 그림이 연출됐다.

하상근과 은지는 해일의 부모이고 은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이 원인이 되어 이혼했다.
상근은 장강이 대대장으로 군에 있었을 때 그의 운전병이었다.
그 인연으로 제대 후에 장강의 저택에 운전기사로 취직했고 지금까지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은지는 학창시절에 문예부 활동을 한 문학소녀였다. 해일의 창의력은 모계 쪽에서 유래한 것 같다.



이선영 역 신정원, 별이 역 장석환, 김영수 역 김훈만 배우.

선영은 미술학원에서 미술을, 영수는 보습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맞벌이 부부다.
아들 별이가 태어난 후로는 부부가 출근하는 요일이 겹치지 않도록 조절하여
각자 주 3일씩 출근하면서 집에 남은 사람이 아이를 돌보는 방식으로 육아를 맡고 있다.
같은 맨션에 살고 있는 해일이 그림에 재능이 있는 걸 알게 된 선영은 과외를 제안했다.
미술과외를 받으러 선영 부부의 집에 드나들면서 해일은 이들 가족과 친해졌다.
부당하게 인상된 건강보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영 부부가 바빴던 날
해일은 밖에서 뛰어놀고 싶어하는 별이를 데리고 아빠의 일터인 장 회장 저택의 정원에 몰래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았던 비극이 발생하고 만다.

선영 가족은 바쁘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을 대변한다.
월세를 벗어나서 전세로라도 옮기고 싶은 것이 이 부부의 희망사항이었다.
과납된 보험료를 돌려받기 위해서 해촉증명서를 작성하는 건으로 부부가 별이에게서 잠시 눈을 뗀 사이에
제약회사 회장의 저택 정원에서는 개가 아이를 물어 죽이는 참극이 발생하고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새 생명이 태어난 후 부부의 생활이 아이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졌다.
앞서 등장한 웃음포인트에서 장 회장의 방백이 그랬듯이 장면에서도 별이의 방백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선영 가족의 단란했던 한때가 보여졌던 만큼 이들 가족을 덮친 절망감의 깊이 또한 더욱 크게 다가왔다.



해일의 동급생 역, 장강의 동네 주민 역 등 단역에는
신정웅, 김민재, 조용진, 김민혜, 이나영, 오재성, 이상승, 이경우 배우가 출연했다.

연극 그 개는 틱장애, 왕따, 이혼가정, 유기견, 갑질횡포, 과실치사, 빈부의 격차 등
다양한 논점을 하나의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다이내믹한 공연이었다.
각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 등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침울한 내용임에도
극의 분위기가 격하게 침울해지지 않고 경쾌하고 밝은 여운을 남기는 점이 이채로웠다.
역동성 있는 전개, 적절하게 가미된 유머, 동심을 자극하는 동화의 삽입,
심신의 안정을 유도하는 잔디색의 무대 등이 어우러져서 비극의 짠맛을 중화시켰기 때문인 것 같다.





연극 그 개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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